서울 용산본당 주일학교 담당 Y수녀는 죄의식을 강요받은 어린 시절 주입식 신앙교육 덕분에 수녀원 입회 후에도 영적인 결벽증으로 몹시 방황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시면서 요즈음 주일하교 어린이들에게 “처벌하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를 무한히 예뻐해 주시는 하느님임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모친으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고해성사를 받지 않으면 지옥간다’ ‘친구들과 싸우고 나서 성체를 모시면 안 된다’는 등 죄의식을 강조한 주입식교육 때문에 수녀원에 들어온 후 생소한 면담식 고해성사에 적응하지 못해 무척 고생하였다는 Y수녀 “고해성사를 보면서 제 감정에 만족스러울 때는 죄사함을 받은 느낌이 들지만 지은 죄를 충분히 고백하지 못했다고 생각될 때는 마음 한 구석에 찌꺼기가 남은 듯 개운치 않는 등 소위 영적 결벽증에 몹시 시달렸다”고 털어 놓았다.
그 후 어느 날 Y수녀는 고해사제로부터 “고해 성사를 볼 때 절대로 자기감정에 치우치지 말라”고 지적받은 후 스스로 용서해 주고, 스스로 죄인이 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는 면담식 고해성사를 의도적으로 자주 받게 되면서 점차 영적결벽증을 극복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도 수도생활 16년째에 접어든다는 Y수녀의 사례는 고해성사에 임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구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고해성사는 교회 교부들에 의해 ‘제2의 세례’라 불릴 정도로 하느님의 자비를 가장 뚜렷이 드러내 주는 표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올바른 고해성사생활은 신앙성숙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일선사목자들은 “많은 신자들이 고해성사에 일할 때 단순히 ‘죄사함을 받았다’ ‘용서 받았다’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르멜남자수도회 지부장 정대식 신부는 “신자라면 누구든지 고해소를 나올 때 ‘자기 문제’를 안고 나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고해성사를 통해 받게 되는 죄사함은 곧바로 고해자의 생활과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부는 “죄를 고백하고 죄사함을 받는 것으로만 끝나버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겠다는 다짐과 결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고해성사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신자들의 영적 성장을 이끌어 주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울 마천동본당 주임 박항오 신부는 각 본당에서 공동참회예절을 자주 가져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볼 때 막연한 죄의식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과 함께 화해·기쁨의 만남으로 고해성사에 임할 수 있도록 이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본당에서 월1회 정도 날짜를 정해 공동참회예절을 실시한 후 고해성사를 준다면 신자들에게 그만큼 고해성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해성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기적인 공동참회예절을 가질 때는 신자들에게 ‘진정 깨끗해지고, 회개하고, 생활을 개선하고, 하느님과 더욱 깊은 사랑을 맺으려는 뜻으로 고해성사에 임하고 있는가? 아니면 고해성사를 드물게 받아야 할 짐스러운 일로 생각하지 않는가?’ 등을 스스로 물어보는 양심성찰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양심성찰은 신자들이 내적성숙은 물론 신앙의 생활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일상생활과 관련된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예를 들면 지난 고해성사 때 잊어버렸거나 일부러 빠뜨린 대죄는 없었던가, 남에게 끼친 손해를 기워 갚았는가, 복음의 정신대로 생활을 개선하겠다던 결심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는가, 우리 행위의 지향은 항상 올바른 것인가, 인생이 고통과 어려움을 인내로이 참아 받았는가. 나보다 가난한 사람들과 내 재물을 나누었는가 등등….
인천교구 역곡2동본당주임 태로마노 신부는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제대로 잘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을 위해 평일날 하루를 정해 밤늦게까지 고해성사를 주는 서울 ○○본당과 같이 전국 모든 본당들이 고해성사시간을 보다 늘려나가야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서울대교구 도시빈민사목 이기우 신부 “기도를 하지 않으면 죄를 지을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평소 매일 저녁 기도시간에 성찰하고 통회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고해성사를 잘 볼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이신부는 또 “봉사하는 삶을 살며 적극적으로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신자는 죄를 범하더라도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죄의 질이 다를 것”이라며 “봉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범하는 죄는 자기 이익이나 쾌락을 추구하는 죄를 많이 범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하느님을 제대로 믿는 이라면 지은죄보다 은총이 더 크다는 사실을 깊이 깨우치며 보속하는 마음으로 봉사의 삶을 살게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신부는 “고해성사를 제대로 잘 보는 것이야말로 신앙생활의 지혜”라고 역설한다.
지난해 연말 서울가톨릭대학 교수 김정남 신부 ‘2백60만의 허와 실-고해 성사편’ 취재차 찾아간 기자에게 들려 준 어느 법관의 얘기를 적어본다.
“우리 민족은 쉽게 거짓말을 잘한다. 큰 거짓말이든 작은 거짓말이든, 판사노릇하기 어렵다. 신자건 비신자건 법정에서 선서를 해놓고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민사소송의 경우 거짓말 잘하기 대회 같다. 거짓말 잘하는 사람들을 증인 등으로 내세워 거짓말대회를 벌이는 격이다”
김신부는 이 판사의 얘기를 들려주면서 “양심교육부재의 결과이다. 하느님을 두려워 할 줄 모르는 세태의 반영이며 하느님에 대한 외경심이 부족한 탓”이라며 개탄했다. 우리 모두 반성하자.
지금 한국교회는 ‘내 탓이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3백년대 한국교회, 아니 2천년대 세계교회에서 맡아야 될 몫이 큰 한국교회로서는 내적성숙에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겸손을 기르는 성사, 고해성사 연재를 마치며 ‘내 탓이오’운동에 덧붙여 ‘고해성사 잘 보기 운동’을 병행 실천하자고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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