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이 그 절정을 이루는, 곧 교회전례의 정점이 되는 성주간을 지나면서 부활의 감격은 점차 우리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이제 산만한 생활에 빼앗겼던 정신을 새로이 되찾고, 깊은 성찰과 참회로써 더욱 깊이 있는 속죄의 생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고통을 당하고, 십자가의 수난에 참여할 때, 곧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한다는 가슴 깊은 신뢰심으로 우리 모두의 새 삶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성주간동안 이뤄지는 전례의 의미를 새로이 되새겨보면서, 이같이 변화되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통해 금년 부활의 기쁨이 생활 속에서 용솟음 칠 것을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성주간(聖週間)
메시아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으로 시작되는 성주간은 부활대축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신앙인들로 하여금 수난과 부활의 신비에 가장 깊이 참여케 하는 연중 가장 거룩하고 뜻깊이 묵상의 기간이다.
초세기에 있어 성주간은 그리스도의 수난이 절정에 이뤘음을 나타내는 의미로 ‘수난주간’ (Passion week)으로 인식되어 졌으며 또한 수난은 늘 부활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스카주간’(Paschal week)으로도 이해됐다.
성주간에 대한 기록은 성 아타나시오의 ‘Festal Letter’에서 보이나 그 기원은 고대 니체아교회의 파스카 축제에서 찾아 볼수 있다. 그 당시 파스카 축제는 금요일에 시작하여 부활주일 아침에 끝나는 3일로써 기념되었던 것이다. 4세기에 성 목요일이 추가되었으며, 5~6세기에 이르러 한 주간으로 연장돼 비로소 성주간이 완성되었다.
성주간의 각 날에는 각기 고유한 전례가 이뤄지는데 중세기에 와서 성지행렬·십자가 경배·무덤조배 등 다양한 전례가 도입,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1951년 교황 비오12세는 부활 전야제로 재조직하고, 1955년 성주간 전례를 쇄신하였으며 1969년에 부활축제의 근본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부활성야 미사를 설정했다.
▨성지주일(聖枝主日)
부활절 바로 전의 주일로 십자가의 수난 전에 예수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주일이다.
이날 전례는 성지축성과 성지행렬로 절정을 이루게 된다.
성지행렬은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때 백성들이 승리의 상징으로 종려나무 혹시 올리브나무 가지로 예수가 나아가는 길바닥에 깔았던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다.
성지(聖枝)는 예수께 대한 존경과 십자가 수난으로부터의 승리를 상징한다.
또 성지는 로마박해 때의 많은 성인들을 상징하여 로마 지하묘지(까타꼼바)내의 순교자들의 무덤을 표시하기도 하며, 최후 심판을 묘사함에 있어서 최후승리를 상징하기도 한다(묵시 7, 9).
이날 전례행사중 성지축성이나 분배는 원칙적으로 성당 밖에서 실시한 후 행렬과 더불어 성당 안으로 입당, 미사성체를 거행한다.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성당마당(바깥)등에 신자들이 모여 있으면 사제는 붉은색 제의를 입고 복사들과 함께 신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간다. 이때 신자들은 “호산나…”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리스도를 환영하는 마음을 다진다.
사제는 여기서 성수와 향으로 나뭇가지를 축성하고, 복음(루카 19,28-40)을 낭독한다. 그런 후 약간의 묵상시간을 가지고 미사를 봉헌할 성전을 향하여 행렬을 시작한다.
행렬이 끝나고, 신자들이 모두 성당으로 입장하게 되면, 개회식을 생략한 채 바로 본기도로 미사가 시작된다. 이날 복음은 주의 수난복음이 낭독되며, 복음 후 ‘그리스도께 찬미’는 생략된다.
이와 같이 성당 밖에서 행렬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성당 안에서 중심미사 전에 성대한 입당식을 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축성된 성지는 1년 동안 잘 보관하였다가 다음해에 태워서 재의 수요일 예절에 사용된다.
▨성 목요일
주의 만찬 목요일 이날은 예수 그리스도가 성체성사를 설정하신 날이다.
이날의 특별한 전례는 이미 4세기 히포교회회의(council of Hippo, 393년)에서 증언됐다.
이날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시면서 성체성사와 함께 사제직을 설정하심으로써 ‘영원한 사랑의 계명’을 약속하셨다는 데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날은 원래 주교를 중심으로 미사 한대만 봉헌하고, 이 미사에서 축성된 성체와 성유를 각 본당으로 모셔가도록 했으나, 오늘날에는 오전에 주교좌성당에서 성유축성미사가, 저녁에는 각 본당별로 주의 만찬미사가 각자 봉헌된다.
교구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되는 성유축성미사는 그리스도께서 당신 사제직을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주셨음을 기념한다. 이 미사 중 약속갱신식을 통해 주와 사제들의 일치가 새로이 드러나고, 축성된 섬유를 나눠감으로써 성사집행에 있어서 교구 전체의 연대성이 보증된다.
각 본당에서 봉헌되는 주의 만찬미사에서 사제는 백색의 제의를 입으며, 풍금과 종을 울리면서 대영광송 장엄하게 노래한다(대영광송은 이후 부활성야미사 때까지 노래하지 않는다).
또한 이 미사 중 강론 후 예수께서 애덕과 겸손을 가르치기 위해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일(요한 13,1-17)을 기념하는 세족례(洗足禮)가 거행된다.
영세체후 기도를 마친 직후에 미리 따로 준비된 감실로 성체를 모시는 장엄한 행렬예절이 이어지고, 이후 본제대는 벗겨지고 성당안의 십자가는 가려진다. 이후 신자들은 다음날 예절이 시작되기까지 헌양제대 앞에서 성체 조배를 계속하게 된다. 이 성체조배는 예수께서 제자들과 다락방을 나가실 때 ‘나와 함께 하시간만이라도 있을 수 있겠는가’하는 요구에 대한 대답이며, 또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신 예수님의 만찬 때 주신 사랑의 큰 교훈을 예수 곁에서 묵상하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예수와의 만남의 시간인 것이다.
▨성 금요일
이날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길’을 따라 죽음의 산골고타로 오르셨고, 하느님과 인류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위해 십자가상에서 희생제물로서 죽으시고, 우리의 죽음을 물리치기 위해 땅에 묻히신 날이다.
그러기 때문에 2세기 때부터 이날은 주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단식과 금육을 지켜왔다. 또 이날은 로마전례에 있어 유일하게 미사가 집전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일체의 성사도 집행되지 않는다.
이날 전례는 1956년 성주간 개정 이후, 오후3시부터 6시 사이에 거행되는데 사목상 이유로 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이날 전례는 ‘말씀의 전례’ ‘십자가 경배’ ‘영성체’ 등 3부분으로 구성되며, 사제는 홍색제의를 입는다.
▨성토요일·부활성야
성 토요일은 부활대축일 바로 전날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무덤에 계심을 기억하는 날이며, 제단은 벗겨진 채 미사도 봉헌되지 앉는다.
그러나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토요일과 부활주일 사이의 밤 동안에 성대한 부활성야제를 거행한다.
부활성야제는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화와 수정을 거쳐 왔으며 ‘빛의 예식’으로 그 막이 성대히 오르게 된다.
사제는 백색의 제의를 입으며 성당 밖에서 새 불을 축성한 후 붙이고 불이 꺼진 캄캄한 성당 안으로 행렬하여 들어오면서 제단에 도착할 때까지 ‘그리스도의 광명’을 3번 노래한다.
부활초로부터 모든 신자들이 준비한 각자의 초에 불을 옮겨 붙임으로써 모든 신자들이 촛불을 켜들고 서 있는 가운데 부제가 ‘부활찬송’을 노래함으로써 빛의 예식은 끝난다.
이어 말씀의 전례로 구약에서 7개독서(제3독서는 의무적) 신약에서 1개독서등 모두 8개독서를 낭독하는 것이 원칙이나 사목적으로 융통성을 들 수 있다.
각 독서 후에는 응답 시편이 뒤 따르고 마지막 독서 후에 성대한 알렐루야와 함께 부활에 관한 복음이 봉독된다.
이어 성세예식으로 넘어가 성세수 축성과 세례식이 거행되며 이와 함께 기존 신자들의 성세서약 갱신식도 함께 마련되고, 예식은 성찬의 전례로 연결된다. <朴海元기자>
성주간은 신앙인들로 하여금 수난과 부활의 신비에 가장 깊이 참여하게 하는 거룩하고 뜻깊은 묵상기간이다. (사진은 세족례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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