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이 죄스런 인간이 창조주이신 거룩한 하느님을 모독하고 하느님을 배신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는 불행하게도 부분적으로 밖에 모른다. 부분적으로라고 함은 모든 이가 깨닫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도 되고 그 피해와 불행의 폭이 얼마나 큰지를 모른다는 의미도 된다. 인간은 마땅히 하느님을 공경하고 섬겨야 하는데 불경스럽고 배은하는 행위로써 혹은 무지와 아집 때문에 그릇된 예배로 하느님을 욕되게 하고 있다. 거룩하시고 존엄하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모독 받으실 손상을 입힐 수 없는 것도 사실이나 하느님은 창조와 구원의 역사 안에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 보이셨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영광과 거룩하심은 하느님을 닮은 피조물을 통해 그 안에서 손상도 받으시는 것이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행위
1, 인간은 무엄하게도 하느님께 직접 불경스런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를 일반적으로 독신(瀆神)혹은 설독(褻瀆)이라고 한다. 인간이 하느님의 거룩한 이름을 욕되게 부른다거나 하느님께 불경스런 언행을 하는 것으로서 하느님을 닮은 존재인 자기를 욕되게 하는 행위이며 이웃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윤리적 죄악이 되는 것이다.
2,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거룩하심에 어긋나는 것을 바라는 행위가 있다. 곧 저주(咀呪)다. 하느님은 인간 모두가 구원되어 행복하기를 원하고 계시며 당신의 외아드님까지 희생의 제물로 내놓으시는 사랑을 보여주신 하느님,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가르치시는 하느님께 이웃을 저주하고 악담하는 것은 하느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며 사랑의 하느님을 닮아야 하는 자신을 더럽히는 행위가 된다.
3, 경신례를 통하여 축성하고 성별(聖別)된 사람이나 장소나 물건 등을 욕되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하느님께 불경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독성죄(瀆聖罪)라고 한다. 하느님 앞에 모든 것은 거룩하고 거룩해져야 하는데 경건심과 종교심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무례와 聖과 俗의 구분을 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다. 특히 성직(聖職)이나 성물(聖物)을 인간의 이익이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상품화 하려는 것은 불경죄가 된다.
그릇된 예배
미신(迷信):하느님이 아닌 어떤 초인간적 힘에 의지하여 인생의 생사길흉을 예견하거나 조종하여 보려는 생각으로 일정한 의식이나 요식행위나 표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미 구약성서에서도 이와 같은 어리석음과 비행에 대하여 엄하게 경고하고 있다: “너희 가운데 자기 아들이나 딸을 불에 살라 바치는 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또 점쟁이 복술자, 술객, 마술사, 주문을 외는 자, 도깨비 또는 귀신을 불러 물어보는 자, 혼백에게 물어보는 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짓을 하는 자는 모둔 야훼께서 미워하신다”(신명 18,10-12).
이와 같은 경고는 단순히 구약시대의 옛날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의 생활주변에도 많은 유혹들이 있다. 사주, 관상, 토정비결, 작명, 택일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진 인간에게 매력이 아닐 수 없으나 진정한 신앙이 무엇이며 역사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섭리에 신뢰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워 익혀야 한다. 자연과학적 진리와 합리적 지혜를 터득하여 최선을 다하고 인간의 영원한 삶의 목적을 중심으로 즉 부활의 희망을 가지고 살 때 현실에도 충실할 수 있고 실패와 불행에서도 좌절이나 절망을 안 하게 된다.
미신이 잘못된 경신례라고 할 때 그 원인은 하느님께 대한 인식부족이나 계시진리에 대한 무지와 현실에 대한 욕심과 애착 때문에 하느님께 신뢰가 부족한데 있다. 성서에 보면 허례허식을 비판하고 비신앙적 인습을 경계하라고 한다. 하느님의 뜻을 살피고 꾸준히 계시진리를 배워 익히며 참된 경신례에 성실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1사무 15,22:시편 50,7-14:미가 6,6-8:예레 7,1-20:이사 1,11-17:2,6-22:15,2-20 등)
우상숭배
우상숭배는 하느님에 대한 무지와 경신례에 대한 오류나 착각에서 이루어진다. 하느님은 인간의 오관으로 파악하거나 지성으로 개념 할 수 있는 분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하느님을 알고 있으며 믿고 공경한다. 이와 같은 한계성과 초월성의 갈등에서 ‘우상숭배’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무지와 착각에서 연유된 우상숭배 즉 어떤 자연 현상이나 주물·목각·석상 등의 주물(呪物)을 신격화시키고 그곳에서 어떤 능력을 빌리려는 청원 기도의 형태는 문명의 발달로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의 불악한 성향은 다른 모습에서 우상을 찾을 수 있고 소위 개화된 사회 안에서도 우상숭배는 얼마든지 발견된다고 보아야 하겠다. 토마스 같은 학자는 우상숭배와 같은 불경은 하느님께 대한 바른 인식의 결여와 인간들의 지나친 욕심과 거짓 희망에서 나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신비에 기초하지 않은 신앙생활은 쉽게 이념화되거나 자기중심적 노력으로 전락하게 된다. 만일 누가 금전이나 권력, 명예, ‘발전’ 등을 가치의 기준이나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면 그에게는 이런 것들이 ‘하느님’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고 자기 생명이나 어떤 인간(예컨대 부모나 애인)을 하느님 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그에게 있어서는 한인간이 우상이 될 수 있다.(마태 6, 24:루카 14,25-27:9, 57-62 신명 6,4-9 참조)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요한 4,16)라는 말을 “사랑은 하느님이다”하며 인간의 사랑을 하느님의 사랑과 혼동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면 착각에 빠지고 자기기만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미신이나 우상숭배는 단지 외적 현상이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신앙행위의 기초가 되는 바른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정신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아보고 인간적 욕망이나 아집에서 나오는 위장된 우상숭배는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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