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에 대한 인식이 제자들 간에 올바로 굳어지고 예수의 수난이 예고된 후에 제자들에게는 더욱 절박한 교리가 전달된다. “진실히 너희에게 말하거니와 여기 서있는 사람들 중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볼 사람도 있다”
이 말씀은 이 절개 없고 죄 많은 세계에서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을 거느리고 올 사람의 아들도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라는 최후심판의 말씀에 이어서 하신 말씀이다.
제자들에게 예수와 사람의 아들은 동일 인물임이 확인되었고 예수와 그리스도(메시아)가 의심의 여지없이 같은 분이라는 신념이 굳어졌다는 사실은 예수의 그 동안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제자들은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의 영광에 싸여 오신다는 말과 자기들 중 몇 사람은 죽기 전에 하느님 나라가 강력한 기세로 임하는 것을 볼 것이라는 말씀을 들을 때 다니엘서의 예언과 하느님의 이름이 온 누리에 떨쳐지고 그 나라가 임하시기를 기도하라는 주의 기도를 생각하였을 것이다.
다니엘은 사람의 아들이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았고 그에게는 주권과 영화와 나라가 맡겨지고 인종과 말이 다른 뭇 백성들의 섬김을 받게 될 것이며 그의 주권은 쓰러지지 아니 하고 영원히 갈 것이며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하리라는 예언을 하였다.(다니 7,13-14)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에 처음 나타났을 때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제1성을 발하였고 제자들에게는 주의 기도를 가르치면서 하느님의 나라가 임할 것과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빌라고 가르치셨다. 이제 그 나라가 임박하였음을 수난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일깨워 주시고 계시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 사상은 ‘왕좌시편’이라고 일컬어지는 47편 93편 96~99편의 시편이 하느님을 찬미하며 영원무궁한 왕권이 주의 종 야훼에게 주어졌음을 읊었는데 제자들은 예수의 수난소식에 살길을 찾다가 그 야훼의 왕권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이루어졌음을 부활하신 후에 확신하게 되었다.
내 앞길을 가로 막지 말고 내 뒤를 따르라(=사탄아 물러가라)라는 호된 책망을 베드로에게 하시고 예수를 뒤따르는 길이 십자가의 길임을 제시하신 후 영광스러운 사람의 아들의 재림과 강력한 세력의 하느님 나라 도래를 확언하신 것은 제자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 부활 후 사도교회는 온갖 환난을 겪고 박해를 당하면서 주님의 이 말씀을 교우들에게 확신시켜주었다.
사도 바오로는 테살로니카 전서(4장 13-18)와 후서(2장 1-12)에서 죽은 사람들을 슬퍼하는 신자들에게 그들은 미구에 다시 살아날 것이며 다시 오실 주님과 함께 하늘에 올라가 주님과 함께 있게될 것이라는 가르침으로 교우들을 위로하였다. 그때에는 살아남아 있을 우리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는 점을 덧붙이면서 이 사실은 주님의 말씀을 근거로 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테살로니카 전서가 기원 51년경에 쓰였고 후서가 그보다 6개월 후에 쓰였으며 마르코복음서가 65~70년, 루가복음서가 75년경 마태오복음서가 75~85년에 쓰인 것을 감안한다면 주님의 부활후의 사도교회는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과 사도들 자신이 하느님 나라의 임재를 목격하리라는 것을 연결 시켜서 이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상의 신약성서 저작자들은 그리스도의 부활로써 하느님 나라가 강력한 기세로 시작되었음을 깨달았고 그들 자신이 이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복음전파로써 사람들에게 인식시켰다. 사람의 아들의 재림과 하느님 나라의 임박을 가시적으로 기다리던 초대교회 교우들에게 주님의 말씀이 진실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입증하는 한편 세상종말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타볼산에서의 예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설명하였고 예루살렘성전의 붕괴를 예언한 예수의 말씀을 소개하였다. 예루살렘 성전의 붕괴는 옛 시대의 하느님나라에 관한 개념이 무너지고 새 시대의 하느님 나라가 시작됨을 뜻한다. 사도 바오로는 이 나라의 기쁜 소식이 온 땅에 울려 퍼졌고 땅끝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로마교회 교우들에게 써 보냈다(로마 10,18)
하느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는 것으로 (코린 전 5,20)그 능력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여 거룩한 신성을 지닌 하느님의 아들로 확인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나타났고 (로마 1,4) 사도들에게 전달되어 그들의 교회가 박해를 무릅쓰고 적대세력을 물리쳐 세계를 정복하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잇는 사람들 중 몇몇은 살아남아 그 나라의 무용도 당당한 행진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베드로서간 후서에서 주님이 약속한 날이 오지 않는다고 초조해 하는 교우들을 달래며 그 시기를 기다리는 것은 모두가 회개하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타일렀다. 그리고 그날은 아무도 모르게 도둑처럼 올 것이라고 하였다. (베드 후 3,8-9)
사도 직후시기인 2세기에는 “살아남아서 하느님의 나라가 힘차게 임하심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주님의 말씀과 요한 묵시록 20장 4~6절 “그리스도를 섬기는 사제들이 천년동안 그리스도와 함께 왕 노릇을 할 것이다”라는 말씀을 연결시켜 허망된 복지천년설을 퍼뜨리기도 하였으나 박해를 이기고 세상에 부상한 교회를 보고 그들은 쓰러져 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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