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문제의 약사
제사 문제는 한국 선교 초기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많은 순교자들을 내게 된 직접 원인이기도 하였다. 문제가 제기된 것은 제사가 미신이나 우상숭배의 오류라고 해석한 데서 출발하였다. 만일 제사가 미신이나 우상숭배의 행위라면 금지되어야 마땅하고 순교의 정신으로 타파해야 할 오류이다.
그러나 극동 선교 초기부터 이에 대한 논란은 컸다. 선교사의 성격이나 지식에 따라서 중국 사회에 있던 제사 행위에 대한 평가가 서로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단죄 받을 오류라고 판단하였으나 다른 편에서는 그것은 하나의 풍속이고 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예의와 전통으로서 신앙교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상반된 견해에 대하여 교회는 최종 단안을 내리지 않았었다. 당시의 신학적 해석에 따라 어떤 이는 제사 행위가 허용될 수 있다고, 어떤 이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엄격하게 금지하기도 하였다.
1742년 7월 11일 베네딕토 14세 교황은 끌레멘스 11세의 제사 금지령(1715년)을 재확인하며 조상제사 문제를 토론하지 못하게 하였고 모든 선교사에게 선서로써 이를 지키게 하였다.
이로써 제사에 대한 견해나 논쟁은 법적으로 금지되었고 1백여 년 이상 지속되던 논쟁이 종식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가 문제의 해결보다는 보수적 견해의 일방적 승리를 의미했으며 극동지역에서는 반문화적이고 반민족적 감정을 일깨웠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선에 선교가 되었으며 한국 교회 초기부터 큰 박해를 만나게 되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전례헌장과 사목헌장 교회일치 교령과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및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을 통하여 각 민족과 문화의 전통과 풍습에 관한 바른 평가와 존중을 역설하였다. 그리하여 조상제사에 관하여도 이제는 새롭게 보고 평가하여야 한다.
조상제사에 대한 평가
교회가 미신으로 여기에 금지하였던 조상제사에 관하여 새롭게 보고 평가하게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시대가 변하고 제사 의식에 대한 이해가 많이 바뀌었다. 문화의 발전과 세계 교류는 자기들의 전통과 문화에 대하여 새로운 평가를 하고 있다. 제사도 종교적 의미보다 윤리적이고 풍습과 전통의 차원에서 선조들이나 위대한 성현들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제사에 참여하거나 거행하는 것도 애국심이나 향토적 사랑과 다원 사회 안에서 이웃에 대한 예의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많은 경우 효심이나 충성심이나 애국심의 표현으로 여기고 평가하고 있다.
둘째, 그리스도인들도 현실을 살아가는데 있어 일반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가 있고 공존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그 뿐 아니라 종교와 문화, 교회와 정치의 구별을 알고 협력관계와 의존 관계, 상호보완적 요소들을 진실되어 인정해야 한다. 무엇이 종교의 본질로서 타협이나 양보를 할 수 없는 진리이며 복음의 진리가 역사 안에서 어떻게 토착화(土着化) 되었는지 반영함으로써 현재를 사는 신앙인으로서 역사의 유산을 어떻게 받아들여 건전하게 전달해야 할지를 아는 것이다.
셋째, 제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기초를 두었을 때 그것이 경신례에 위배되지 않거나 혹은 바른 종교의식으로 수용될 요소가 있으면 토착화의 과정으로서 과감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바울로 사도는 하느님의 구원의 보편의지를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셨다”(1코린 9,22-23 : 10,31-33). 그러므로 바른 선교정신에서 훌륭한 문화유산을 수용하고 민족의 일원으로서 발전시켜야 한다(갈라 1,10-16 : 5,1-35 : 사도15장 참조).
그러나 원리적 면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종교적이거나 미신적 요소가 포함되거나 남아있는 형식이나 부분은 그리스도교 신앙과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경계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제사의 허용’이 아니라 ‘제사에 대한 바른 이해’의 측면에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예컨대 향을 피운다든지 제사상을 차리는 것 등은 아름다운 풍습과 예식이 될 수 있으나 시신(屍身)에게 쌀을 먹이거나 초혼(招魂)을 하는 것 등 미신의 요소가 남아 있는 것에 대하여는 경계하고 피해야 한다.
유사심리학(類似心理學·Parapsychology)
현대 과학으로는 아직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있다. 그 종류에 따라서는 원시 종교의 현상들과 유사하다. 예컨대 지하 수맥이나 광맥에 따라 여러 가지 신체적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든지 특정인에게 있어 초인적 힘이 발휘되어 고압의 전류가 흐르거나 물리적 힘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격감(隔感·Telephatia, Telesthesia)이나 격감시(隔感視·Television) 등의 인식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소위 신통력을 발휘하거나 염력(念力)으로 물리적 접촉이 없이도 힘이 전이되는 경우 들이다.
과거에 누가 달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 요즈음 자연과학의 기계들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력이나 전자파의 피해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흑사병이나 폐결핵, 나병 등은 천형이라고 하여 불치병으로 여겼으나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되었다. 현재는 다양한 암의 발병과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언젠가는 그 병들도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사심리학도 과학적으로 계발, 발전하여 불가사의한 현상들이 해명되고 활용될 수 있는 힘으로 바뀌면 좋을 것이다. 고대 문명 중에도 불가사의한 유적들이 세계에 산재해 있지 않은가!
신앙인으로서 유의할 점은 이런 현상들을 신앙의 차원과 혼동하지도 과장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모두는 우리의 내재적 힘에 의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고 잠재력들이므로 미신이나 우상숭배에 빠지지 말고 신앙이나 구원의 진리에 대한 깊은 인식의 징검다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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