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정통 소식지로 자리해온 본보가 4월 7일자 1749호로 창간64주년을 맞았다. 1927년 4월 1일 창간된 본보는 격동하는 한국교회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면서 그때그때 변화하는 교회 동향을 신속하게 보도, 독자들에게 교회발전상을 알리고 신자로서 소양을 갖추는데 일조해 왔다. 특히 현대교회사의 포문을 연 제2차 바티깐공의회를 한국교회에 알리는데 어떤 언론매체보다 한걸음 앞서 그 역할을 다 했다. 또한 신자들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을 객관적으로 조사키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조사, 발간했던 사회조사보고서는 일선 사목자와 신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바 있다. 이제 복음화 2천년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한국교회 및 가톨릭신문은 시대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도약을 요청받고 있다. 이 같은 요청의 토대마련 및 현실상황을 파악키 위해 본보는 이번 창간64주년을 기해 남자 1백50명, 여자 1백50명 등 전국 독자 3백명을 임의적으로 선정, 한국교회의 위상에 관한 의견을 전화 설문했다. 전화설문 방식은 신자들의 있는 그대로의 의식을 통합하기 위해 단순히 ‘한국교회 장점’ ‘한국교회의 단점’ ‘한국교회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가부간의 전망’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에 대해 각각 각자의 생각 우선순위에 따라 3가지씩을 제시토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번 조사에서 본보는 전화설문이 갖고 있는 특성상 전화설문은 정확한 의미의 표본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통계수치의 정확도 보다는 신자들이 현재 갖고 있는 한국교회에 대한 의식 흐름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또 이 전화설문의 집계결과는 본보독자 3백명을 임의적으로 선정해 한 것이기에 한국교회 전체신자의 여론이라고 보기 힘들뿐 아니라 정확성도 부족함을 밝혀둔다.
한국교회 단점
이번 조사에서 한국교회 신자들은 ‘한국교회의 외형적인 것에만 치우쳐진 성장’ ‘성직자들의 권위의식’ ‘대사회적인 문제에 있어 진보와 보수의 시각갈등 표출 등 현 한국교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 등이 한국교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응답 신자들 중 절반이 넘는 53.34%의 신자들이 한국교회의 단점으로 이 같은 사항들을 지적, 이들 문제는 한국교회가 앞으로 풀어가야 하는 과제로 드러났다.
‘한국교회의 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비중 있는 것부터 3가지만 말씀해주시겠습니까’라고 물은 항목에서 응답자들이 지적한 단점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응답자 3백명 중 19%가 외형적인 발전에만 치우쳐진 한국교회, 18.67%가 성직자들의 권위의식, 15.67%가 교회 내에 진보·보수의 갈등이 심한 것 등을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형적인 발전에만 치우쳐진 한국교회의 모습을 지적한 신자들은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우쳐진 한국교회의 모습으로 교회의 중산충화(52.63%) 성전의 대형화(36.84%) 냉담자의 증가(10.53%)를 구체적인 예로 제시했으며, 성직자들의 권위의식을 지적한 신자들은 성직자들이 일반적으로 권위의식에 빠져있다(58.93%), 사목을 하는데 있어 너무 독단적인 행동을 취한다(25%), 배타성이 강하다(16.07%)고 내용을 세분해 설명해주었다.
교회 자체적인 문제점이 많다고 응답한 신자들은 구체적인 불만사항으로 최근의 평화방송 문제를 언급하며 교회의 비민주적인 노동행정(42.55%)을 가장 많이 지적했으며, 두 번째로 교회 내에 진보·보수의 갈등이 심하다(23.40%)를 제기했고, 교회의 지나친 제도주의의 경직성(12.77%), 교구간의 벽이 높다(6.34%), 성직자가 모범을 보여주지 못한다(6.34%), 교회기관 사람들의 불친절(4.26%), 교회 자체적인 비판이 적다(2.13%), 교회의 이름으로 부정을 쉽게 행한다(2.13%) 순으로 교회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밖에도 신자들은 한국교회의 단점으로 공동체 의식이 결여됐다(11%), 대사회적인 면에 있어 교회가 너무 소극적이다(10%), 신자재교육이 부족하다(8.33%), 적극적인 선교의식이 부족하다(6%), 사제들 간의 사목방침의 차이(2%), 성소자와 신자감소(1.33%), 기타(4%), 무응답(4%) 등의 순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체 의식이 결여됐다고 지적인 신자들은 기복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등 신앙심이 부족하다(39.39%), 소극적인 참여의식(33.34%), 개인적인 행동(27.27%)등을 구체적인 예로 설명해 주었으며, 대사회적인 면에 있어 교회가 너무 소극적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교회전체가 이런 분위기를 갖고 있다(86.67%), 교회지도층인 주교에게 이런 경향이 강하다(10%) 평신도들의 분위기가 그렇다(3.33%)고 동향을 분석 제시했다.
신자재교육이 부족하다고 답한 신자들은 일반적으로 신앙과 삶을 연결시켜 주는 신지재교육의 장이 부족하다(56%), 교회의 대사회적인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28%), 성서교육이 강조되지 못하고 있다(16%)고 답했으며, 사제들 간의 사목방침의 차이를 한국교회의 단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신자들은 전임신부와 후임신부 간의 사목방침의 차이에 가장 큰 불만을 느낀다(83.33%), 한 본당 안에 있는 노년층 사제와 젊은층 사제 간의 시각의 차이가 못마땅하다(16.67%)고 응답했다.
이번 전화설문 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는 앞서의 범주에서 의견을 제시했으나 4%의 신자들은 나름대로의 의사를 개진하기도 했다. 이들 신자들이 제시한 의견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토착화 노력이 약하다(25%)를 가장 크게 제시했으며, 강론이 무성의하다(16.67%), 성직자들이 정치에 너무 집착한다(16.67%), 성가책 등 교회 기도서가 자주 변경된다(8.33%), 교회 내에도 지방색이 있다(8.33%), 연도가 통일되어 있지 못하다(8.33%), 도·농에 위치한 교회의 격차가 심하다(8.33%) 교회 홍보매체가 대중적이지 못하다(8.33%) 등의 의견을 나타냈다.
한국교회 단점에 관한 이 같은 결과는 설문의 성격상 비교하는 것이 다소 무리한 감은 있으나 본사가 창간60주년 기념으로 조사 발간한 「가톨릭신문사회조사보고서Ⅱ」에서 당시의 신자들은 단점으로 신자들의 공동체 의식 결여, 전교 노력의 부족, 불우한 이웃과의 나눔 부족 등을 가장 큰 비중으로 지적했던 점을 감안할 때 큰 변화로 보이고 있으며, 특히 성직자의 권위주의·교회내의 문제·외형적인 발전 등을 가장 두드러진 단점으로 지적한 것에서 평신도들의 자의식 및 비판의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당시에 교회의 사회참여 부족이 소수의견에 불과했던 것이 이번에 상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대사회문제와 관련된 교회 분위기가 과거와 달리 많이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에 불우한 이웃과의 나눔 부족이 상위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이번에는 아예 극소수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교회가 세계성체 대회를 기점으로 나눔의 정신이 전반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상황인 것으로 평가된다.
교회에 바라는 점
한국교회의 단점과 조사된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에 관한 조사에서 신자들은 신앙과 삶이 연결될 수 있는 신앙재교육의 장이 폭넓게 마련돼야한다(37%), 대사의 문제에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13.5%) 성직자들이 권위적이고 안일한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12%)를 가장 원하는 사항으로 제시, 한국교회의 단점이 보완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또한 신자들은 교회유지재단의 노사문제는 모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10.5%), 내적성숙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9.5%), 교회 홍보물을 읽어야 한다(7.5%), 적극적인 선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5.5%), 젊은이와 노인에 대한 사목적인 배려가 있어야 하며 특히 젊은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3.5%), 기타(6.5%) 등의 순으로 원하는 사항들을 제시했다.
기타에서 나타난 신자들의 한국교회에 바라는 여러 기대를 분류별로 보면 장애인을 교회 내에서 만이라도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 해외선교에 노력해야 한다, 교회의 사회참여는 정도에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평신도의 위상이 정립돼야 한다,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법의 형식적인 적용에서 탈피해야 한다, 성당 내에 친교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야한다, 토착화에 노력해야한다, 규모가 작은 성당이 많아져야 한다, 성직자가 더욱 많이 배출돼야 한다, 사회복지 활동이 체계적이어야 한다 등이 제시되었다.
한국교회 장점
한국교회의 장점에 관한 조사에서 신자들은 교회가 성직자를 중심으로 일치하고, 전례가 통일되며, 조직 및 위계 등이 잘되어 있다(11.67%), 신자들이 가톨릭에 긍지심을 갖고 있다(11.33%), 광범위한 사회복지 활동(10%) 등을 제일 많이 응답, 이들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에 긍지심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공동체의 유대감(38.24%), 오래된 역사(32.36%), 신자들의 표양(11.76%), 막연한 긍지심(8.82%), 성직자의 표양(5.88%), 타종파에 비해 비교적 부패가 적다(2.94%) 등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설명했다.
신자들이 제시한 다른 장점들로는 민주화와 인간화에 대한 선구적인 역할(9%), 순교성인 및 순교자가 많다(5.33%), 신자의 증가(5.33%), 평신도의 활동이 활발하다(4.67%), 성직자·수도자가 독신생활을 한다(2.67%), 성소자가 많다(1.67%), 기타(5.67%)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장점이 없다고 응답한 신자도 32.6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교회의 장점에 관한 응답은 과거 본사가 발간한 「가톨릭신문사 사회조사보고서Ⅱ」의 내용과 대동소이하게 나타났으며, 차이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민주화와 인간화에 대한 선구적인 역할이 상당히 높은 순위로 조사됐지만 이번에는 9%로만 집계돼 단점 지적에서 나타난 신자들의 비판의식을 어느 정도 반영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국 교회 전망
아울러 한국교회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전망에서 응답자 3백명 중 대다수의 신자들이 긍정적 68%(남:29%, 여:39%)이라고 평가, 한국교회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 반면 32%(남:21%, 여:11%)에 달하는 신자들이 부정적이라고 응답, 현재의 교회 모습에 대한 불만족 정도를 강하게 시사해주었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가톨릭 신문사 사회조사보고서 Ⅱ」에서 나타난 부정적인 시각(12%)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나 현 한국교회에 문제점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특징은 신자들이 대체적으로 단점을 지적하는데 있어서는 명확하고 쉽게 답변했지만 장점을 말할 때는 비교적 어렵게 답을 했다는 점과 신자들이 지적한대로 교회의 대사회 참여에 있어 적극적인 시각과 소극적인 시각이 병존해 있음을 나타내 주었다는 점, 그리고 과거와 달리 신자들이 교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에 비판적인 시각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 또 신자들은 한국교회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성직자들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는 등 성직자들에 대해 이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 등이다.
또한 신자들은 교회가 사회참여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다른 항목에 있어서와 같이 구체적인 예시를 제안한 신자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 설문 내용에 있어 통일, 환경, 경제정의 등 구체적인 것에 교회의 참여를 요청한 신자는 극소수로 나타나고 있어 신자들의 교회의 사회참여는 당위성에서 요청하고 있으나 참여의 내용과 한계 등에 관한 것에는 입장이 정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