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추기경, 주교들이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단 회의 중인 2월 23일 참회예식에 참례하고 있다. 교황은 2월 21~24일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을 소집해 교회 내 미성년자와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내 아동 보호를 위한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단 회의를 마치고, 미성년자 성학대에 ‘전면전’(all-out battle)을 선언했다.
교황은 역사상 유례없는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단 회의를 마치고 교회 내 성학대를 비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더 이상 교회 내에서 성학대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교황은 2월 24일 교황궁 살라 레지아에서 폐회미사를 주례했다. 교황은 미사 뒤 전 세계에서 모인 190여 명의 추기경과 주교, 수도회 장상들에게 “함께 힘을 모아 인류 안에 (미성년자 성학대라는) 악을 근절할 때가 됐다”면서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교회가 짜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30여 분에 걸친 연설을 통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적으로 학대하는 성직자를 ‘사탄의 도구’라고 비난하고, 이러한 범죄행위는 교회의 도덕적 권위와 윤리적 신뢰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교황은 “아주 작고 순진한 아이까지 피해자로 만드는 악마의 손을 보았다”면서 “이는 권력을 잃을까봐 두려워 베들레헴의 모든 아이들을 학살한 헤로데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학대와의 전쟁은 사탄이 가진 뻔뻔하고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힘에 대항한 영적 전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교황은 “교회는 그 누구라도 성추행 당하고 착취당하고 잊힌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며 보호하고 배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단은 2월 21~24일 교황청에 모여 미성년자와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190여 명의 참가자들은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각국의 방안을 공유했다. 특히 23일에는 참회예식을 통해 지금까지 교회가 했던 잘못과 성학대를 막지 못한 사실을 반성했다.
교회 내 성학대 문제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으며, 복음을 거스르는 대표적인 범죄 행위다. 성학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단이 교황청으로 소집된 점은 이 사안의 심각성을 의미했다.
하지만 교황은 이번 회의를 마치며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예수회의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 결과는 조만간 교황의 자의교서 형식으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은 교회 내 성학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각 주교회의와 교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태스크포스를 만들 것”이라면서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학대를 막고자하는 모든 이들과의 상호연대를 통해 교회는 복음을 선포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봉사하기 위한 동반의 여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