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는 2월 20일 교구청 5층 성당에서 해외선교사제 파견미사를 봉헌, 남아메리카 페루와 칠레에 피데이도눔 사제를 파견했다. 이로써 현재 세계 각국에서 피데이도눔 사제로 활동 중인 사제는 9명이 됐다. 교구의 피데이도눔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아프리카 잠비아 솔웨지교구 마냐마본당 성마르코유치원 졸업식에서 김종용 신부(오른쪽)가 본당 유치원 졸업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원교구 해외선교실 제공
■ 피데이도눔은?
피데이도눔은 ‘신앙의 선물’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1957년 4월 21일 반포된 비오 12세 교황의 회칙의 이름에서 온 명칭이다. 비오 12세 교황은 이 회칙을 통해 선교지, 특별히 아프리카 선교지를 위해 교구 사제를 파견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이 회칙에 따라 교구 사제를 한시적으로 사제가 부족한 다른 교구의 사제로 파견하는 제도를 피데이도눔이라 부르고, 피데이도눔으로 파견된 선교 사제를 피데이도눔 사제라 부른다.
선교회나 수도회 등에서도 해외선교사제를 파견 하지만, 피데이도눔은 현지 교구에 가장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교사 파견 방법이다. 선교회나 수도회는 선교 중 각자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반면, 피데이도눔 사제는 선교기간 중 현지 교구 사제로서 현지 교구장의 사목방침에 협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구간 연대를 이룰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교구는 2008년 아프리카 남수단 룸벡교구와의 피데이도눔을 시작 이래 피데이도눔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선교에 나서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교구들과 피데이도눔을 맺고, 피데이도눔 사제를 파견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수단 룸벡교구 아강그리알성당 빤아킴 진료소에서 진료 중인 선교 사제. 수원교구 해외선교실 제공
■ 아프리카 남수단 룸벡교구
교구가 처음으로 피데이도눔 사제를 파견한 곳은 바로 남수단 룸벡교구다. 룸벡교구와의 피데이도눔은 당시 교구장이던 최덕기 주교가 남수단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진행됐다.
2004년 최 주교는 교구에서 모은 특별헌금을 전달하고자 남수단에서 활동하던 고 이태석 신부를 방문했다. 그때 당시 룸벡교구장 마쫄라리 주교가 최 주교를 만나 사제파견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교구는 3명의 선교사제를 파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2008년 룸벡교구와 피데이도눔을 맺었다.
현재 룸벡교구의 아강그리알본당과 쉐벳본당에서 임창현·이상권 신부가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룸벡교구의 선교지에서는 본당에 소속된 교구립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영양과 학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진료소를 설치해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고통 받는 현지인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 아프리카 잠비아 솔웨지교구
5년여에 걸쳐 이어진 피데이도눔 활동으로 해외선교의 노하우를 쌓은 교구는 2013년 잠비아 솔웨지교구와도 피데이도눔을 맺었다.
솔웨지교구와의 피데이도눔에는 원로사목자 한상호 신부의 역할이 컸다. 한 신부는 2009년 은퇴 후 잠비아 솔웨지교구를 방문, 현지 교구의 승인을 얻고 선교활동을 펼쳤다. 한 신부는 2012년 잠비아 마냐마지역에 성당과 사제관, 유치원을 완공해 교구 피데이도눔의 터전을 닦았다.
현재 솔웨지교구 마냐마본당에는 김종용·박영훈 신부가 활동하고 있다. 사제들의 활동으로 현지 미사참례자 수는 10배 이상 늘어났고, 본당의 도움으로 지역의 교육사업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 남아메리카 페루 시쿠아니대목구
솔웨지교구와의 피데이도눔이 있은 지 불과 1년 만에 교구는 남아메리카 페루 시쿠아니대목구와도 피데이도눔을 체결했다.
체결당시 시쿠아니대목구에는 신자가 21만 여명이지만, 사제는 10여 명에 불과한 교구였다. 해발 3500~4000m에 이르는 고산지대에 위치한 시쿠아니대목구는 인구의 80%이상이 신자임에도 사제가 극도로 부족한 교구다.
현재 시쿠아니대목구 삐뚜마르까본당을 중심으로 박경환 신부가 사목하고 있으며, 이번 미사를 통해 오정섭 신부도 시쿠아니대목구에서 활동하게 됐다.
남아메리카 칠레 산티아고대교구 마리아미시오네라본당에서 봉헌된 주일미사 중 전통의상을 입은 신자들이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고 있다.
■ 남아메리카 칠레 산티아고대교구
남아메리카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와의 피데이도눔은 2017년 이뤄졌다.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와의 피데이도눔은 2011년 6월 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남미 선교지 방문을 계기로 이뤄졌다. 교구는 피데이도눔에 앞서 이미 2014년 성골롬반외방선교회를 통해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산티아고대교구와의 피데이도눔을 준비해왔다.
산티아고대교구는 신자 수가 425만여 명에 이르지만, 교구 사제는 230명, 수도회 소속 사제를 합해도 사제의 수가 500여 명에 불과해 현지인 사목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구다.
현재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도 빈곤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리아미시오네라본당에서 백윤현·문석훈 신부가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파견된 정상균 신부도 산티아고대교구에서 피데이도눔 사제로 함께하게 됐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