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관평동본당 사무실 직원이 히어링루프 전용 장치를 착용해보고 있다.
대전 관평동본당(주임 김홍식 신부)이 청각 장애인과 난청 장애를 가진 어르신들을 위해 ‘히어링루프’(Hearing Loop) 시스템을 설치해 화제다.
히어링루프는 국제 표준의 청취 보조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소리를 난청자나 청각장애인들이 들을 수 있는 T-coil(텔레코일)로 활성화해 T-coil이 내장된 보청기나 인공와우 혹은 전용 장치를 착용한 난청인들이 더욱 정확하고 명료한 소리를 청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대중 공간에 갔을 때 안내 방송과 옆 사람 대화 소리 등 주변 소음이 동시에 확대돼 정확하게 듣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히어링루프 시스템의 경우 다른 잡음은 배제하고 방송 소리만 명확히 들려줘, 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한 사람들이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는 청취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미사전례 시 주례 사제의 강론을 무선 신호를 통해 보청기나 인공와우 및 전용 장치에 바로 전달해 스피커가 아니라 이어폰으로 강론을 듣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본당은 히어링루프 시스템 설치와 함께 지난 1월부터 사무실에 수신기와 넥루프 등 전용 장치를 마련하고 미사 참례 시 필요로 하는 신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미사 때마다 장치를 이용한다는 이복주(아가타·76) 어르신은 “독서 말씀과 신부님 강론이 귀에 쏙쏙 들어오니 미사 전례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며 “보청기를 사용하는 남편은 평소 강론 듣기를 포기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또렷이 들을 수 있어 너무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장애인 주차구역 표시처럼 공항, 터미널, 학교, 공연장 등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에 히어링루프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다. 그만큼 이 시스템은 청각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제도로 활용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청각 장애 특성상 장애 여부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등한시된 부분이 없지 않다. 교회 내에서도 적용 사례를 찾기 힘들다.
김홍식 신부는 “교회가 난청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약자들을 배려하고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봉사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다른 본당과 기관에도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