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사제, 어떻게 봐야할까
천주교 관심 높이는 긍정적 효과
하지만 지나친 왜곡은 경계해야
사제 주인공 내세운 드라마 연이어 방송
최근 인기몰이 중인 ‘열혈사제’ 대본 경우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감수 맡아 오류 지적도
드라마 ‘열혈사제’ 한 장면. SBS 제공
천주교 사제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 ‘열혈사제’가 전국 시청률 16.2%, 분당 최고 시청률 20.6%를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매체를 통해 사제나 천주교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 속 신부님’ 어떻게 봐야할까.
사제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들이 연이어 방송되고 있다. 2018년 11월 종영된 ‘손 더 게스트’나 올 1월 종영된 ‘프리스트’ 등도 천주교 사제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다. 왜 여러 드라마에서 사제를 주인공으로 선택했을까. 평론가들은 천주교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유행처럼 드라마의 소재가 돼온 경찰, 의사, 변호사 등처럼 오랜 시간 자신을 단련한 전문적인 사람이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미지를 천주교 사제에서 찾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방송칼럼니스트 김은영(크리스티나)씨는 “드라마나 영화들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일종의 유행이 있는데 그 흐름이 ‘천주교 사제’에 온 것 같다”면서 “천주교 사제의 악과 맞서 싸우는 이미지, 절제된 생활과 자기단련의 이미지, 그러면서도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살아가는 양심적인 성직자 모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제를 주인공으로 한 여러 드라마들은 엑소시즘이라는 현실과 다소 멀게 느껴지는 소재를 사용했다. 하지만 ‘열혈사제’는 일상에서 만나는 ‘신부님’을 소재로 하고 시청률도 높아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로 ‘열혈사제’ 웹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천주교에 관한 고증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글이 많다.
방송칼럼니스트 정석희(아가타)씨는 “아무리 허구임을 강조하더라도 드라마는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서 “천주교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을 좁혀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왜곡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청자들의 관심이나 지적이 많다보니 드라마 제작진들도 천주교에 관한 고증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다. 이전에는 엉뚱한 복장이나 소품이 나오는 등의 황당한 오류들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자체적으로도 조사를 하고 주교회의 미디어부나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등에 문의하는 등 천주교 관련 소재에 정확성을 높이려는 추세다.
‘열혈사제’의 대본도 서울 문화홍보국의 감수를 받고 있다. 교회기관들은 대본의 천주교 용어들을 바로잡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 시나리오 상 문제가 되는 점도 지적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화장 후 산골(散骨)하는 장면이 등장한 경우 ‘산골’이 천주교 교리에 맞지 않음을 알려주는 식이다.
서울 문화홍보국 차장 황중호 신부는 “자잘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교리적인 것, 교회의 가르침을 잘 알고, 그에 어긋나는 점을 비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드라마나 매체에 ‘천주교’가 자연스럽게 예수님의 모범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나오려면 먼저 우리가 그런 모습으로 잘 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