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성경과 여행하다」
에스라수학교육동역회 지음/김영관·신실라 그림/472쪽/2만5000원/매디자인
수학, 조선시대에 천주교와 함께 전해졌다고?
그리스도교와 전래된 역사적 흐름 설명
수학, 유교와 다르다며 나쁜 학문으로 여겨져 천주교와 함께 배척돼
학문으로서의 수학(數學)이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되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도입됐음을 알기 쉽게 들려 주는 책이 나왔다.
「수학, 성경과 여행하다」이다. 이 책은 에스라수학교육동역회 소속 신현용 한국교원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박종하 간디고등학교 수학 교사 등 대학과 고등학교 등에서 수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그리스도인 교육자 8명이 공동집필 했다.
천주교 신자들은 한국 천주교의 초석이라 불리는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1754~1785),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1760~1801)이 순교한 사실은 알지만 그들이 한국 역사에서 선구자적으로 서양 수학을 접하고 진지하게 연구한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수학, 성경과 여행하다」 공동저자들은 “18세기 후반 천주교는 수학과 함께 조선의 문을 두드렸지만 ‘무부무군’(無父無君·아버지도 없고 임금도 없음)의 사학(邪學)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이것은 조선에 전래된 천주교가 초기에 조상 제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조정에서는 천주교를 탄압, 박해했고 천주교와 함께 도입된 신학문 수학도 배척했다는 의미다.
「수학, 성경과 여행하다」는 전국의 가톨릭교회 성지와 개신교회 성지를 순례하며 교회 역사와 수학의 역사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하나로 엮이는지를 풀어내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또한 신앙의 진리와 수학의 진리가 별개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 준다.
「수학, 성경과 여행하다」는 ‘일러두기’에서 “이 책은 가톨릭 성지와 개신교 성지 여러 곳을 순례하지만 가톨릭 성지에 관한 기록이 개신교 성지에 관한 것보다 많다”며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약 한 세기에 걸쳐 신앙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음으로 조선에서의 신앙생활은 곧 생명을 건 결단이었고, 가톨릭 성지는 그만큼 더욱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고 소개한다. 실제로 이 책에는 이승훈, 윤지충, 권상연, 정약현, 황사영, 정난주, 남종삼 등 수많은 초기 천주교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18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한국 신앙 역사는 모두 한국교회의 소중한 역사로 보기에 가톨릭, 개신교 등은 꼭 구분해야 할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도 밝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추구한 교회일치 정신도 드러내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