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큰 기념주간이 다가오면 가장 쓸쓸함을 느끼는 이들은 누구일까? 분명 삶의 절망감에 빠져 있는 이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병으로 인해 병마와 싸우며 삶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러한 감정이 더욱 크리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스도교의 최대 경축일인 부활대축일과 부활시기를 보내면서 예수께서 성서를 통해 “내가 병들었을 때 찾아와 주었다”면서 아픈 이와 자신을 동일시한 말씀을 기억하며 삶의 한가운데서 실존적으로 병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백혈병동을 찾아보았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하고 있는 가톨릭대학 의학부 부속 성모병원 13층.
병원 내에서 이른바 13층 병동 혹은 요셉병동이라 칭하고 있는 이곳은 백혈병환자 46명이 있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보기에는 여느 병실과 전혀 다른 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병동에서는 다른 병동에서 보기 힘든, 보이지 않는 생명의 투쟁 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다.
일반약보다 10배나 강한 항암제로 인해 이 병동의 환자들은 대부분 탈모증세를 보이고 있는 보호자들의 얼굴은 근심과 걱정, 희망 등으로 엇갈린 표정들이다.
그러나 백혈병 환자들의 얼굴은 이상하리만치 밝고 깨끗하며 오히려 보호자와 가족들의 건강을 열려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러한 대조된 표정은 보호자들은 ‘불치의 병’ ‘시한부 인생’이라고 잘못 인식된 백혈병의 이미지 때문이며 환자들은 백혈병은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라는 신념으로 가득 차 있는 결과라고 설명한다.
환자들의 신념이 올바르다는 것은 이미 남자배구 전 국가대표 김은석 선수의 경우가 그대로 증명하고 있어 결코 가망이 없는 사항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도 이 병동에 처음 입원한 환자들은 누구라도 자신의 병을 인정치 않으며 사망선고로 잘못 받아들여 치료를 거부하는 등 심한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신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약물치료 후 엄습해 오는 육체적 고통으로 하느님의 존재를 거부하고 쉽게 삶을 포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신자 환자들을 접할 때 원목실의 수녀들은 큰 곤욕을 치르게 되며 전체 병실도 술렁이게 된다.
그러나 이들도 약물투여 후 60~80%는 완전 관해가 되며 골수이식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 신앙적으로 본 고통의 의미 등을 듣고는 서서히 하느님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서울 여의도 가톨릭대학 의학부 부속성모병원 간호부장 최옥화(세실리아) 수녀는 “처음 입원한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인정치 않고 고함을 지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화를 통해 자신의 병을 인식하게 되고 후유증으로 머리가 빠져도 오히려 얼굴은 밝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수녀는 “이 병동은 항상 사순시기의 의 고통을 체험하는 수도자분위기”라며 “특히 신앙인들의 승화된 고통을 볼 때 주님의 신비를 느낀다”고 밝혔다.
백혈병과 비슷한 재생불량성 빈혈로 8년간 한 달에 1회씩 입원·퇴원을 번갈아 한 이기숙(43·라파엘라)씨는 “처음에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생각에 원망을 했다”면서 “치료를 받으면서 주님이 저에게 내리신 고통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며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밝게 웃었다.
퇴원할 때마다 새로운 부활절을 경험한다는 이씨는 이 병동에서도 꽤나 유명한 고참(?)환자로서 13층 병동에서는 가장 밝고 온화한 얼굴을 지녀 백혈병동을 환하게 만드는 신앙인으로 알려져 있다.
13층 병동은 한사람의 표정으로 인해 병실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며 신앙인들의 육체적 고통을 뛰어 넘는 신앙심으로 입교하는 이들도 많다고 원목실 수녀들은 입을 모았다.
백혈병 전문의 김춘추(47·루카) 박사는 “백혈병환자들은 혁액 중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이 따로 필요하다”면서 “이들을 위해 성분헌혈에 신자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나눔의 정신을 강조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