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주 엘패소의 주민들이 2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CNS
【미국 엘패소 CNS】 미국 텍사스 주와 멕시코의 주교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선포된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난민들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경 지역의 주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 장벽 건설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선포한 비상사태가 과연 미국으로 이주하기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난민들을 돌보는 일만큼이나 시급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샌안토니오대교구장 구스타보 가르시아-실러 대주교는 2월 27일 이주민 문제를 논의한 주교들의 모임을 마치며 “미국은 이를 국가 비상사태라고 말해 우리는 어제 국경에 가봤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비상사태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르시아-실러 대주교는 “사람들이 평화, 이해, 존중, 참된 환영을 받으려고 갖은 고난을 무릅쓰고 여기에 오는 데 이것이 바로 비상사태”라면서 “이들이 얼마나 나쁜지를 놓고 마구 쏟아 놓은 모든 말들로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이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비상사태는 차별받고 불우한 이들을 어떻게 돌볼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난민들이 도착하면서 가톨릭 사이에도 의견충돌이 일어났다. 이들 중 일부는 입국관리소에서의 망명 신청 접수 지연과 국경 장벽 건설 등의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 주교들은 2월 25~27일 회의를 열고 가난과 폭력을 피해 온 중앙아메리카의 난민을 돌볼 방안을 논의했다.
가르시아-실러 대주교는 “우리 같은 지도자들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경 주변의 교구들에는 점차 많은 난민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미국 법원에서 망명 신청을 처리하는 동안 망명 신청자들이 멕시코 국경 도시 같은 미국 외부에 머물도록 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멕시코 티후아나에서는 이미 이 계획이 실행되고 있는데, 머지않아 다른 멕시코 국경 도시에서도 실행될 전망이다.
가르시아-실러 대주교는 “망명을 신청하러 오는 사람들을 막는 것은 멕시코의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국경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이주민 보호센터 소장 하비에르 칼비요 살라자르 신부는 “망명 신청자들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엘파소의 미국 입국관리소에 망명 신청을 하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면서 “호명되는 사람이 하루에 채 50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엘패소교구 희망 국경 연구소의 딜런 코벳 소장은 “이 계획이 우리 국경 지역에서 실행되면 대참사”라면서 “국경 다른 지역에서 망명 신청이 승인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만 1500~2000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엘패소 난민 대기 정책이 실행되면 멕시코 국경 쪽에 난민 캠프를 세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