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는 부활을 앞두고 참회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때다. 40일 동안 우리는 고통을 감내하거나 무언가를 포기하며 예수님이 겪었던 수난의 길을 함께 경험한다.
더욱 많이 기도하고 묵상해야 하는 이 시기를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 「악마는 존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디에고 마티네 엮음/안소근 옮김/228쪽/1만2000원/가톨릭출판사
마태오 복음에는 악마가 등장한다. 40일 동안 단식한 뒤 광야에 나간 예수님은 악마를 만난다. 그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라며 배고픈 예수를 시험한다. 또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당신이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라며 유혹의 말을 건넨다.
예수님이 겪은 악마의 유혹은 우리를 타락시키고 품위를 잃게 만드는 세 가지 유혹과 상통한다. 재물과 허영, 교만이다. 우리는 쉽게 재물에 집착할 뿐 아니라 한 순간의 명예를 추구한다. 또한 권력을 갖게 되면 스스로 하느님인 것처럼 느끼며 교만함에 빠진다. 이처럼 삶 곳곳에서 악마는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악마는 존재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교황 선출 후에 한 강론 중에서 악마와 관련된 내용을 엮은 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마귀의 유혹을 받는 부분, 마귀 들린 사람들에게서 마귀들을 쫓아내는 장면 등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또한 험담, 허영심, 게으름, 세속성, 거짓에 대한 유혹을 언급하며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은총을 달라고 하느님께 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강론을 10개씩 묶어 총 40개로 나눈 책은 하루에 하나씩 읽으며 사순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교황은 “교회는 우리에게 사순 시기를 주고, 하느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확신하며 회개하도록 초대한다”며 “하느님의 이름이 우리의 재산이고, 명예고, 권력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책을 통해 밝힌다.
■ 「새로운 시작, 부활이 왔다!」
안드레아 슈바르츠 지음/황미하 옮김/228쪽/8000원/바오로딸
부활의 밝은 빛을 맞이하기 위해 새벽의 어두움을 견뎌내야 하는 이 사순 시기에 우리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야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해 묻고,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독일의 작가 안드레아 슈바르츠가 펴낸 「새로운 시작, 부활이 왔다」는 사순과 부활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묵상서다.
재의 수요일, 사순 시기, 성주간, 성금요일, 부활 시기, 성령 강림 대축일 등 각 시기에 해당하는 내용과 성경 구절, 일화, 묵상 시 등을 짜임새 있게 구성해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특히 저자는 참회의 시간을 보내는 사순 시기에 평소에 도전하기 두려운 일들 중 한 가지를 정해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10분간 짬을 내어 글을 읽거나 성당에 가만히 앉아있기, 먹고 싶은 유혹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등 자신만의 계획을 조금씩 실행에 옮기면서 자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사순 시기에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사순 시기의 관건은 일상에서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을 새롭게 연습하는 것, 생기를 되찾아 더 활기차게 되는 것,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시작, 부활이 왔다」는 더 의식적으로 사순 시기를 보내고 부활절의 의미를 깊이 새기도록 돕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