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정된 능력으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 같이 어려운 일은 없다. 때로는 자기중심의 시각으로 분석·판단함으로써 사실을 왜곡 할 수도 있다. 만일에 진실을 외면하고 그릇된 시각에서 역사를 쓴다면 그것은 역사의 증인이 아니라 역사의 죄인이 된다.
더구나 그 시대의 권력자나 지배자의 입장에서 볼 때 밝히고 싶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고 큰 용기가 수반된다. 이번에 대전교구의 이계창 신부가 매우 훌륭한 일을 해냈다. 이 신부는 명동3.1사건과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하여 홀로 역사의 증인이 되기를 결심하였으며 이것을 끝내 이루어 놓은 것이다.
명동3.1사건이나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은 그 사건내용은 다르다 하더라도 둘 다가 군사독재하의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 역사라는 것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성스러운 투쟁의 역사가 마치 불순한 생각에서 일어나 사건으로 왜곡되게 표현됨으로써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인간의 양심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스러이 느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특히 성직자들의 양심의 소리는 양심이 마비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법(실정법)과 하느님 법(신법)이 충돌할 때 흔쾌히 하느님의 법에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나약한 생활태도, 자기 합리화, 비굴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거짓으로 인하여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비일비재하다 더구나 독재와 억압 하에서는 더 심하다.
그러나 일시적으로는 진실이 가리어질 수 있어도 영원히 거짓이 판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이계창 신부가 보여주었다.
이신부가 쏟은 정열과 예언자적소명감에 깊은 존경을 드리면서 많은 분들이 읽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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