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창립 2백주년을 기념하는 신약성서가 최근 새로이 출간돼 교회 내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위원장 이병호 주교)의 인준을 받아 분도출판사가 지난 3월 25일자로 발행한 「2백주년 신약성서」 보급판은 십수년간에 걸친 순수 국내 가톨릭성서학자들의 연구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한국교회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움은 물론, 향후 한국에서의 성서학발전에도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공동번역’ 성서 한 권밖에 가지지 못한 한국교회 상황에서 2백주년 신약성서 보급판의 등장은 성서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의 증폭과 꾸준한 연구분위기의 산물로 볼 수 있어 앞으로 성서를 중심으로 한 평신도 신심운동활성화를 위해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2백주년 신약성서」는 지난 81년 6월 마르꼬복음서를 시발로 시리즈로 발행되고 있는 2백주년 신약성서 주석판의 직역에 가까운 본문을 신자들이 읽기 쉽게 우리말 어법에 맞도록 다듬은(潤文) 것. 여기에다 구약성서의 인용구절과 참고구절 등을 수록하고 아울러 서간집과 묵시록 부분에서는 어려운 어휘·어구에 대한 간략한 주석을 곁들어 신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2백주년 신약성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원문에 가까운 번역’에 있다. 이것은 정확한 성서 이해와 번역의 기본이 되는, 성서번역의 제1과제이기도 하다. 사실 공동번역성서는 문장이 평이하여 사목상의 실용성은 있으나 정확성의 결여로 강의 또는 주해서 등의 대본으로 사용하기에는 곤란하며 따라서 보다 원문에 충실한 우리말성서의 필요성이 늘 제기돼왔었다.
이에 분도출판사는 원문에 더욱 충실하고 그 특성을 살리며 학구적인 해제와 주석이 실린 신약성서를 84년 한국천주교 전래 2백주년을 기해 펴내기로 하고 지난 74년 성서번역위원회를 구성, 번역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엔 김병학 신부·박상래 신부·서인석 신부·정양모 신부·진토마스 신부·장엘마로 신부가 번역위원으로 편집실무를 담당했다.
이렇게 시작된 번역작업은 그간 숱한 난항을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계속되었다. 1년에 4차례정도 모여 독회를 가지면서 그나마 번역위원들이 본당신부·교수 등 다른 소임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라 방학이나 휴일을 이용한수 밖에 없었다. 때론 이중 격무에 시달리느라 병에 걸리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런 연유로 번역작업이 자연 길어지면서 김병학 신부와 서인석 신부가 직무이동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대신 범선배·이흥기 신부가 새로이 참여하는 변화도 있었다.
이러한 산고 (産苦)를 거치면서 37차 독회를 끝낸 86년 2월 드디어 신약성서 전문(全文)의 본문번역을 완료했다. 번역위원회 발기 이후 실로 12년만의 일이었다.
그동안 주석작업이 완료된 부분은 일부 발간을 시작했고 당초 주석판 완간이후 펴낼 예정이던 2백주년 신약성서는 주석판 합본이 완간되기 까지 2년 정도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우선 주석판의 본문만을 모은 2백주년 신약성서 보급판을 금년 3월에 출간하게 된 것이다. 주석판합본은 오는 94년까지 출간될 예정으로 있다. 결국 2백주년 신약성서가 나오기까지 17년이란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외에도 이번 2백주년 신약성서 발간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경비문제. “외국의 원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주교회의와 CCK의 지원은 전혀 없었습니다. 경비문제는 이 일을 주관해 오신 분도출판사의 임세바스티안 신부님이 전적으로 책임지셨지요” 번역료와 독회모임시 소용경비 등 재정문제가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이었으나 이에 대한 국내 교회단체의 지원이 전무했다는 게 조금은 아쉬운 듯한 김윤주씨의 말이다.
아울러 “성서를 번역하는 작업에 있어서 인적구성 즉 성서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모으는 일과 재정,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팀워크가 삼박자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윤주씨는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이번 2백주년 신약성서 번역작업에 참여해주신 신부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릴 따름”이라고 덧붙인다.
처음부터 편집실무를 말아 자질구레한 뒤치다꺼리까지 마다하지 않았고, 마지막엔 직역된 성서본문을 가능한한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말로 쉽게 옮기는 윤문(潤文) 작업을 도맡아 해온 김윤주씨. “성서야말로 우리 신앙의 원천이 아닙니까. 성서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반면 이에 따르는 깊이 있는 연구가 미비하다고 봅니다” 김윤주씨는 이와 함께 2백주년 신약성서와 주석판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이에 부합하는 성서관련 서적들이 다수 출간되기를 기대했다. 2백주년 신약성서 보급판은 총 8백60쪽이며 가격은 6천5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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