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기획/주님 따라 사서 고생] ② 노숙인 급식 봉사자 진세구(레오)씨
“밥 먹듯이 하는 봉사, 사실은 나를 위한 것이죠”
30년 전부터 무료급식 봉사
노숙인에게 주고 싶은 것은 ‘관심’
하느님 자녀로서 ‘연대’ 필요성 느껴
어려운 이웃 위해 베푸는 삶 실천
3월 8일 안나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진세구씨. 진씨는 “늘 노숙인들께 배운다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
“봉사를 할수록 느끼는 것은 봉사는 봉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남을 위해 한다고 생각했던 봉사가 사실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죠.”
진세구(레오·66·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씨는 30여 년을 성남 안나의 집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급식 봉사를 해왔다. 지금은 서울의 무료급식소인 하상바오로의 집에서 점심 급식 봉사를, 또 오후 4시에는 성남 안나의 집에서 저녁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노숙인들의 밥 한 끼를 위해 정말 ‘밥 먹듯이’ 봉사를 한다.
“레오야, 왜 사지 멀쩡한 사람들한테 밥을 준다고 고생이냐?”
진씨가 노숙인 급식 봉사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듣던 질문이다. 그야말로 ‘사서 고생’이다. 진씨는 “전에는 봉사를 하면서도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진씨가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본당의 지인에게 소개를 받아서였다. 그러다 안나의 집의 김하종 신부가 너무도 고생하는 모습에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으로 봉사를 이어나간 것이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안녕하세요! 맛있게 드세요!”
안나의 집 무료급식소에 노숙인들이 찾아오는 시간. 급식 봉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빠 보였지만, 진씨는 만나는 노숙인 한 사람, 한 사람 빠짐없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진씨는 “노숙인을 대할 때 꼭 인사를 하는 것은 자신과의 약속”이라 했다. 진씨에게 급식 봉사는 급식을 나눠주는 ‘일’이 아니라, 급식을 먹으러 온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진씨가 노숙인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밥이 아니라 관심이었다.
“누구에게나 사고가 생기면 온전하게 살기 어렵잖아요. 노숙인분들도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개인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 많아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덕 본 만큼 돌려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세구씨가 3월 8일 안나의 집에서 노숙인들에게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진씨는 사서 고생하는 이유에 대한 첫 번째 답을 ‘연대’에서 찾았다. 환경적인 이유로 노숙인의 삶을 살게 된 사람, IMF 경제위기에 좌절한 사람, 또 다른 여러 사건이나 사고로 노숙인의 길을 걷게 된 사람. 좁게는 한국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넓게는 인류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같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공동체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나누며 돌려줘야한다는 것이었다.
진씨는 “두 딸이 각각 캐나다와 프랑스에 살고 있다”며 “내가 이곳에서 베푸는 것처럼, 아무 연고 없는 땅에서 살아가는 두 딸에게도 누군가 베풀어 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급식 봉사는 쉽지만은 않았다. 지금은 급식 봉사를 하는 인원이 많이 늘었지만, 초기에는 봉사자가 없어 진씨가 수백 명분의 밥을 혼자 퍼야했다. 그러다보니 팔이 다 상해서 지금은 팔심을 써야하는 봉사는 하기 어렵게 됐다. 마음고생도 많았다. 급식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저 사람들한테도 밥을 줘야하나’하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도 진씨에겐 주님을 따르는 십자가다.
진씨는 “어떤 신부님께서 봉사는 보속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봉사할 때마다 그 말이 기억난다”면서 “봉사를 하면 주는 것 같지만, 사실 받는 것이 더 많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봉사를 하는 진씨지만, 그는 자원봉사자라는 스스로 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스로 ‘자원봉사자’라고 말하는 마음에 교만한 마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씨는 그동안 봉사한 공로로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표창을 받았지만,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진씨는 “이렇게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다 아내가 도와준 덕분”이라면서 “더 겸손하게 살아야겠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적어도 짐이 되지 않는 봉사자가 되고 싶습니다. 늘 노숙인들께 배운다는 마음으로, 제가 그동안 무상으로 받은 은혜를 도로 드린다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