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윤리’는 결국 ‘인간 윤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 김혜진(아녜스·36·울산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청년 연구위원(이하 위원)은 3월 8일 이렇게 말했다. ‘로봇 윤리’를 주제로 열린 제25회 교황청 생명학술원 워크숍 참석 소감을 밝히면서다. 2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서 김 위원을 포함해 생명학술원 회원 등 300여 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과 전 세계 전문가들의 강연을 들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 생명학술원 회원이자 유일한 청년 연구위원인 그는 워크숍에 앞서 다른 위원들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한 「인류 공동체」(humana communitas)를 읽고 토론도 벌였다.
김 위원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로봇 윤리 문제는 인간 윤리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았다고 말했다. 로봇을 만들고 사용하는 주체가 사람인 만큼 결국 인간 윤리에 주목하고 인간이 더 많은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김 위원은 이와 관련해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면서 어느 순간 인간의 필요성이 부정당할 수도 있다는 염려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배우자 대신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섹스 로봇이 개발되고 있고,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는 자녀들을 대신해 이미 로봇이 노인들과 대화하는 사례 소개를 워크숍에서 들었다며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서로를 보듬기보다 그 고립감을 로봇이 달래주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은 새로운 계급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로봇을 만들고 다루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로봇을 위해 또 일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 아래 로봇, 그 아래에 또 다른 인간이 놓일 수도 있다고 걱정한 김 위원은 “교황님이 워크숍에 앞서 청년 연구위원들에게 「인류 공동체」를 읽어보라고 하신 것도 로봇을 생각하기 전에 인류 공동체의 선(善)을 우선 고찰해 보라고 기회를 주신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위원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교회가 사회 이슈들에 발맞춰 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음을 느꼈다”면서 “청년 연구위원으로서 생명학술원과 국내 청년들 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할 테니 국내에서도 이러한 논의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생명학술원은 내년 워크숍 주제로도 ‘인공지능’(AI)을 선정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 청년 연구위원은 생명학술원 회원들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생명학술원 관심 연구 영역과 관련 분야 출신의 35세 이하(임명 당시 나이) 회원들을 말한다. 생명학술원에 각국 청년들의 목소리를, 각 나라에 생명학술원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 이들의 주요 임무다.
위원들 중에서도 김 위원은 혼자서만 간호학을 전공했다. 2006년 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해, 2017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3월 울산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로 임용됐고, 올해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