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톨릭연극협회 공연 모습. 서울가톨릭연극협회 제공
사순 시기, 우리는 전례 안에서 연극의 형태를 만난다. 바로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수난복음을 배역을 정해 낭독하는 것이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 시기 연극의 형식을 빌려 사순의 의미를 더했다. 공연의 여러 형태 중에서도 연극은 극중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기 좋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또 그를 통해 신앙생활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
사순과 부활을 맞아 여러 극단들이 신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신앙을 두텁게 해줄 연극공연을 마련, 전개하고 있다.
■ 누구를 찾고 있느냐?’
“그분이 우리와 함께 있을 때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예수의 십자가 죽음 후 예수를 따르던 두 제자는 엠마오를 향해 걸어간다. 그 길에서 만난 예수, 하지만 그들은 눈이 가리어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다. 들었으나 믿지 못했고, 심지어 눈앞에 보면서도 믿지 못했던 제자들. 어쩌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서울가톨릭연극협회(회장 최주봉)는 연극 ‘누구를 찾고 있느냐?’를 통해 부활한 예수를 알아보는 제자들의 여정에 관객들을 초대한다.
루카복음 24장에 펼쳐지는 예수 부활의 현장을 재연하는 ‘누구를 찾고 있느냐?’는 사순 시기뿐 아니라 주님 부활·성령 강림 대축일에 이르는 전례시기에도 어울리는 공연이다. 특히 공연 도입 부분에 세족례를 하고, 관객들도 제자들의 역할을 맡는 등 관객들이 연극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길을 끈다.
공연을 원하는 본당이나 기관은 전화나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문의 02-3789-7702, sactwork@gmail.com 서울가톨릭연극협회
■ 어느 대장장이의 고백
2000년 전 예루살렘에 살던 한 대장장이. 그는 어느 날 예수를 만나고 온 몸이 타오르는 듯한 열기를 느낀다. 얼마 후 자신이 만든 못으로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죄책감에 시달린다.
예수 수난과 죽음의 현장에는 예수를 직접적으로 손가락질하고 채찍질하던 이들도 있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그에 동참한 이들도 있었다. 그것이 혹시 우리의 이야기는 아닐까. 어느 대장장이의 고백이 우리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극단 단홍(연출 유승희)의 모노드라마 ‘어느 대장장이의 고백’은 20년 동안 1000여 회에 걸쳐 공연된 연극이다. 이번 공연에는 탤런트 문회원씨가 대장장이를 연기한다.
■ 침묵
처절한 박해 속 고통의 순간에 하느님은 어디 계시는가. 극단 단홍의 ‘침묵’은 신앙을 택했다는 이유로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들의 모습, 하지만 죽음의 문턱 앞에서 신앙이 흔들리기도 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침묵’은 소설 「침묵」을 모노드라마의 형태로 각색한 드라마다. 일본의 대표적인 그리스도교문학 작가 엔도 슈사쿠가 쓴 「침묵」은 50여 개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60분에 걸쳐 펼쳐지는 연극 ‘침묵’은 예수를 위해 순교하는 이들, 고통 받는 사람들의 절규와 그에 침묵하는 하느님. 거기에서 오는 깨달음을 통해 관객들에게 우리에게 신앙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어느 대장장이의 고백’이나 ‘침묵’의 공연을 원하는 본당은 극단 단홍에 문의하면 된다.
※문의 02-309-2731 극단 단홍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