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게서 빛나는 천상 영광의 현란함에 도취되었던 제자들은 흘연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예수와 담소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황홀경에 빠졌다. 예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예수께서 기도하고 있는 동안 일어났고 그 때 제자들은 졸림을 이기지 못하여 잠들어 있었다.
지금은 여름이고 한 낮이다. 그들은 아마도 긴 여행에 지쳐 있었을 것이다. 예수께서 잡히시기 전날 밤 올리브산에서 마지막 기도를 올릴 때에도 제자들은 잠들어있었다. 결정적인 극적인 순간에 예수께서는 기도하시고 제자들은 칭얼거리며 부모를 따라 다니는 애들처럼 철없이 잠들고 있는 두 광경을 대조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여튼 잠들었던 제자들은 천상 영광에 눈이 부셔서 깨어났는가. 사실적으로만 생각하면 그들은 그 장소에 홀연 나타나 예수와 이야기 하고 있는 두 사람이 모세와 엘리야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모세는 그들보다 약1300년 전 사람이고 엘리야는 약850년 전 사람이다. 사진도 없고 초상화도 없던 그 시대에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들을 모세와 엘리야로 알아봤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의문은 묵시적으로 쓰인 예수의 변모 이야기를 성서학적으로 생각할 때 우문에 불과하지만 제자들이 잠든 사이에 두 사람이 예수와 함께 예수의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내용은 또 어떻게 알 수 있었느냐는 문제와 함께 풀릴 수 있다.
그것은 제자들이 예수께 여쭈어 보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모세와 엘리야는 하느님의 구세사에서 대표적인 두 인물이다. 모세는 율법의 대표자이고 엘리야는 예언서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리고 예수는 율법과 예언서를 죽음으로 완성하여 구세사의 새로운 장을 열 인물이다. 그러니 이 삼자대면은 구약시대의 유산을 신약시대에 인계하는 장면으로 이해하면 된다.
모세는 구약시대의 이스라엘을 해방시킨 지도자였고, 엘리야는 이스라엘이 적국의 멍에에서 벗어나기 전에 다시 세상에 올 구세주의 선구자로 존경받았다. 모세는 약속의 땅을 바라보며 죽었지만 그 육체는 미카엘 대천사가 악마와 쟁탈전을 벌여 하늘로 올라갔다고 유대아전승은 전하며(유다서9절). 엘리야는 죽지 않고 하늘에 올라갔다고 믿고 있는 인물이다(열왕 하 2,1-18).
예수는 새 이스라엘을 새 세상으로 이끌고 갈 새 해방자이며 죽었다가 부활하시고 승천하실 분이다. 이 새해방자에 앞서 오기로 되어있는 엘리야는 이미 왔었다고 예수께서는 언명하실 것이다. 이 두 역사적 인물이 예수와 주고받은 대화의 주제는 예의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예수의 죽음은 제자들의 생각에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고 유대아인들에게는 경멸의 표시였다. 그 죽음은 예수자신에게도 인간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었다. 그러나 하느님의 구세사의 짜임 속에 들어 있으니 그 죽음의 길은 자신의 소명이라는 것을 예수께서는 잘 알고 있었다.
죽음이 없이는 모든 것은 허사로 돌아간다. 그러니 그 길을 걸어야 한다. 죽음을 앞둔 바로 전날 밤 피땀을 흘리며 괴로워 할 때 하늘의 천사가 부축해 드렸듯이(루카 22,43) 병성용에서는 하늘에서 온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의 죽음의 구세사적 타당성을 납득하였다. 이 광경을 목격한 베드로도 나중에 예수의 죽음의 뜻을 알아듣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저 졸기만 한 베드로는 이스라엘인들의 최대의 경축제 장막절을 생각하였다. 이 축제는 이스라엘백성이 40년간 광야를 건너면서 장막에서 살던 것을 기억하고 일년간의 수고 끝에 추수를 거둬들이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하는 즐거운 축제였다. 이 기간에는 사람들이 장막에서 지낸다. 그들의 즐거움의 표시는 축제기간 대 호산나와 대 알렐루야를 옮고 예루살렘전체를 밝혀주는 횃불축제로 절정을 이루었다. 이때는 누구나 즐겁다.
베드로는 이 광경을 생각하며 주님께 여쭈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으니 장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드렸으면 합니다” 영원한 장막이 당장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속사정을 모르는 말인가를 드러내기 위하여 루가는 후에 그가 자기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몰랐다고 적고 있다.
베드로가 이 말을 하고 있는 동안 주위는 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보통 구름이 아니다. 빛나는 구름이 그들에게 드리우고 있었다. 구름은 하느님의 현존을 뜻하고(탈출 16,10: 19,9: 24,15-16:32,9) 하느님이 나타났음을 고하는 표시이다.(탈출 40,34-46:열왕 상 8,10-12)
제자들은 그 뜻을 잘 알고 있기에 엄숙한 두려움이 정신을 잃었다. 그러는 동안 모세와 엘리야는 없어지고 구름 속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나를 기쁘게 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느님이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실 때에도 구름 속에서 말씀하셨고(탈출 11,9: 24,15-16) 예수께서 세례를 받을 때에도 똑 같은 말씀을 하셨다.
이 말씀은 이사야서 42장1절에 야훼의 종을 선택하는 말씀을 암시하는 것으로 예수가 하느님이 구원자로 택하신 아들이며 야훼의 종처럼 수난을 받을 것이라는 예고의 말씀이기도 하다.
모세와 엘리야가 사라진 것은 율법과 예언이 사라진 것을 뜻한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잡아 일으키며 무서워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좀 허전했겠지만 예수 한분이면 족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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