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인 인간은 물질세계에 속하면서도 늘 그를 초월한다. 인간의 정신력은 물질이 아니나 현존재 상태에서는 육체적 조건에 제한을 받는다. 이러한 인간 실존의 조건을 감안하며 한 인간이 현실을 살아가는데서 일어나는 윤리 문제들을 살펴보는 부분을 편의상 개인생활 윤리라고 하였다.
이를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누어 보려 한다. 그리스도교적 인간론에서 육체의 생명을 먼저 다루었듯이 개인윤리에서도 생명윤리 곧 생명을 보존하고 양육하는 건강성장과 완성에 이르는 병고와 죽음에 대하여 살펴보고 그 다음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곧 자연보호와 개발 및 그 활용과 관계되는 기술문명과 인간의 노동을 본 후 마지막으로 물질의 소유와 활용에 대한 문제들을 논하게 된다.
▨개인생명-인간생명
한 개인은 자기보다 앞서 살아있는 인간으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으며 이웃의 도움으로 성장 성숙하고 인간이 사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러므로 개인의 생명은 개체적이고 독립적이지만 받은 은혜이며 살아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한 인간의 ‘출생’이 은혜임은 주어진 새 생명이기 때문이고, 숙제라 함은 취소될 수도 양도할 수도 없는 고유한 생명의 유지, 성장 및 성숙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난 한 생명은 죽음이란 거절할 수 없는 한계로 규정된 한시적 존재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을 완수함으로써 보람과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출생과 사망이란 큰 괄호로 규정된 한 인간의 생애는 그 자체 안에서보다 관계 안에서 존재의 의미와 가치가 확인된다. 평면적으로는 역사성 안에서 부모와 자녀, 인간과 사회의 관련성이며 수직적 관계에서는 창조주이시며 구원자이신 하느님과 피조물이며 죄인인 인간과의 구세사적 관계이다.
그러므로 완성이란 목표와 연관된 미래성이 삶 안에 포함돼 있으며 죽음을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니라면 살아계신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삶의 의미는 성장하고 완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라면 자기의 생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기본 생각을 늘 전제하게 된다.
1, 자기의 생명을 겸허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 그 생명 안에 내포되어 있는 인간의 역사와 하느님의 구세사적 소명과 그것을 유지 발전시킬 의무를 인정하고 한 인간의 생명은 시작의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을 닮고 또 닮아야 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2, 자기의 생명이라도 자기 뜻에 따라 시작되지 않은 것처럼 죽음도 임의로 단축이나 연장시켜서는 안 되고 생명의 주인이시고 살아계신 하느님의 뜻 안에 순응해야 한다.
“우리 중에 서로 자신을 위해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죽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가 산다면 주님을 위해서 살고 우리가 죽는다면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입니다”(로마 14,7-8).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우리 삶의 전부이고(필립 1,21) 그 분은 우리의 길이고 진리이고 생명이기 때문이다(요한 14,6)
▨생명에 대한 책임
인간에게 있어 자기 자신과 자기의 생명보호의 욕망은 단지 동식물과 같은 보호본능이나 번식본능만이 아니고 인간만이 갖는 진·선·미에 대한 추구와 자기 자신을 인간의 역사와 구원 안에 동참시키면서 사명을 다하는 완성에로의 자애(自愛)적 능력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황금률(黃金律)의 하나인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마태 22,39)는 명령은 먼저 자기를 사랑하고 그 기준으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의미가 아니고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는 그 사랑으로 하느님을 닮은 인간은 자기와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알아들어야 한다. 즉 전후 관계가 아니고 동시적이고 포괄적 의미로 이해하여야 한다.
1, 인간이 자기를 사랑할 때 자기중심적이어서는 안 되고 공존을 위한 ‘자기 참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인류의 공통적 지혜며 지식이다. “여러분이 남에게서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 주시오. 이것이 율법이나 예언서의 정신입니다”(마태 7,12). 그리고 “당신이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행하지 마시오”(토비트 4,15). 논어:부인자이욕립이립인, 이욕달이달인:이소부욕물시어인(論語:夫仁者已欲立而立人, 已欲達而達人:已所不欲勿施於人).
2, 정당한 자기 사랑이라도 이웃 사랑으로 제한되고 규정된다. 예수님은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하시고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마르 8,35)하셨다. 어떤 인간의 합리성이나 정당성도 죽어갈 생명을 살리지 못한다. 독선과 아집에서 해방되고 한정된 삶에서 해방되기 위하여는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야 한다.
3,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므로 그리스도처럼 살아야 완성된다고 고백하고 그 분의 모범을 따른다.
첫째, 자기의 전 존재와 삶의 의미를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합일케 한다.
둘째, 자기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것은 자기 구원에 유익한 생활을 하는 것이고 구원에 위협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셋째, 자기에게 있는 능력과 소질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며 자기와 이웃에게 유익하게 활용한다.
넷째, 자기의 생명과 건강은 받은 것이며 성장과 성숙에 이웃의 봉사가 절대적이었으므로 자신도 이웃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투신하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은 인간의 삶의 표본이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요한 15,9-12)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자기 사랑과 이웃 사랑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하나의 사랑이 고 또 한 사랑이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 삶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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