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제임스성당은 명실공히 메주고리에의 중심이 되는 장소다. 현재의 발현 대부분이 이곳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순례자들은 아직도 발현을 목격한다는 선견자들과 더불어 기도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82년 제임스성당으로 발현장소가 옮겨진 후 그해 7월, 이곳에서는 저녁 6시경부터 로사리오기도와 미사가 봉헌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시각은 매일저녁 거의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발현에 기초를 둔 것으로 로사리오 기도와 미사 외에 이곳은 거대한 고해소로 변하곤 한다.
고해성사는 메주고리에 사건에 있어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성당 밖에서 미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바로 고해성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에서 순례자들은 진한 감동을 받게 되다. 인근의 프란치스꼬회 소속 신부들이 총동원되는 고해성사의 대잔치는 메주고리에의 상징이 되었고 많은 이들을 바로 이것이 메주고리에 발현의 대표적인 표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메주고리에의 특징은 성모발현이 10여년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 발현을 목격했거나 목격하고 있는, 이른바 선견자들이 여러 명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을 순례자들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들로 꼽히고 있다.
선견자들이 성모님을 보기 시작했다는 81년 6월 24일을 기점으로 성모발현을 목격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대충 10여명이 넘는다. 그러나 소위 ‘선견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가장 나이가 어린 야코프 콜로(10세)를 비롯, 비치카이반코비치(17세), 이반 드래지세비치(16세), 마리야 파블로비치(17세), 미르야나 드래지세비치(16세), 이빈카 이반코비치(15세) 등 6명이다. 이들은 당시 모두 10대의 소년 소녀들이었다.
현재 20대의 성숙한 젊은이들로 자란 이들 가운데 3명만이 계속 발현을 볼 수가 있다고 했다.
순례자들 틈에 끼어 내가 만난 선견자는 비치카와 이반. 지금까지 성모님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비치카는 평범하고 소박한 얼굴 이었지만 진솔한 자세로 순례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었다.
자신의 집 돌계단 위에서 또는 뜰에서 이루어지는 이 대화의 시간을 통해 비치카와 이반은 성모의 메시지를 하나의 언어로 증언했다. 그것은 바로 회개였다. 이들은 회개야말로 신앙의 대위기를 겪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메시지라면서 성모께서는 지체하지 말고 회개할 것을 거듬 촉구하셨다고 전해주었다.
회개는 파티마, 루르드 등 기존의 성모발현지에서 이미 나타난 중심주제에 해당하다. 메주고리에의 메시지는 회개의 급박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선견자들은 메주고리에의 성모께서는 바로 이점을 상기시켜 주신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대 이변의 가장자리에 놓여있다”는 성모의 경고는 바로 메주고리에 메시지의 급박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선견자들은 “신앙을 버리고 계속 죄를 고집하는 대가를 비싸게 치러야 할 것”이라고 증언하면서 회개를 지체하지 말라고 순례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만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즉시 매달 고해성사를 받고 하느님과 이웃과 화해하기 시작한다면 모든 그리스도교 지역이 영성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개와 더불어 강조되는 메시지는 기도와 보속, 그리고 단식이다. 스스로 ‘자비의 사명’을 띄고 이 세상에 왔다는 점을 계속 밝히고 있는 메주고리에의 성모는 인간이 하느님과 화해하고 이웃과 화해하는 것만이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앞서도 지적했듯이 메주고리에의 성모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가정의 파괴라는 점이다. 선견자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정문제는 거의 두 쌍의 부부당 한 쌍이 이혼하는 오늘의 세태, 그리고 낙태와 유아살해로 해마다 수백만명씩 살육당하는 생명문제 등으로 집약이 된다. 이 메시지를 근거로 1990년 8월 1일, 메주고리에는 가정의 해를 선포하기도 했다.
가정의 위기는 이미 우리도 겪고 있는 중요한 사회문제가 아니었던가. 나날이 쪼개지고 분열이 되는 우리의 가정문제를 생각하면서 순례자들과 더불어 세계의 가정을 위한 묵주의 기도 한단을 봉헌했다.
현재 메주고리에 성모발현 사건은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아직 ‘사건’에 불과하다. 보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메주고리에의 성모발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메주고리에가 소속된 ‘모스타교구’의 판단이자 유고슬라비아교회의 결론이기도 하다. 이점이 메주고리에를 찾는 순례자들이 공동으로 느껴야하는 하나의 아쉬움이다.
그러나 메주고리에를 관장하고 있는 ‘성 제임스성당’ 측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발현사건이 시작된 당시 이 성당의 주임신부였고 소위 선견자들의 발현증언을 믿고 보호하도록 성모님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는 죠조 신부, 그리고 현재의 성 제임스성당측은 메주고리에의 성모발현은 거짓 없는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 확신에는 유고교회의 프란치스꼬회측이 동의하고 있다. 물론 성제임스성당은 프라치스꼬회가 관장하고 있는 교회중의 하나인 점을 밝혀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바로 이 같은 딜레마로 인해 한때 국내의 교회보도가 혼선을 빚은 적이 있었고 본보의 보도방향도 갈피를 잡지 못했던 점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볼 때 이 점이 교회의 장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만일 하나의 현상이 그 사실만으로 모두 인정을 받는다면 오늘의 교회는 기적사건으로 휘말려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기적 그 자체가 아닌지도 모른다. 메주고리에의 순례자들이 바로 하나의 해답을 주고 있다. 메주고리에를 찾는 무수한 사람들, 그들의 진지한 기도모습은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를 일컬어 ‘기도를 잃어버린 시대’라고 하지 않던가. 기도를 잃어버린 시대에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의 기도행렬’은 메주고리에가 줄 수 있는 부수적인 이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기적시비’는 메주고리에 사람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여섯 선견자들의 고향인 이곳에서 분열과 증오심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라고 이들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점을 ‘성모 발현과 더불어’라는 사실을 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증언하고 있다. 그것은 영성적인 치유이며 바로 기적이라고 이들은 굳게 믿고 있었다.
동구변화에 있어 하나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 메주고리에의 성모발현이라고 믿는 이들, 회심과 회개로 변모한 자신들의 모습에서 기적을 보려하는 메주고리에서 방임상태로 ‘유별난 종교적 심성’을 지켜보는 유고정부의 묵인아래 그들 나름대로의 신앙을 지켜가고 있었다. 마지막 선택은 성모께 맡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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