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평전」 낸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주체적으로 독립 의거 일으켰다는 사실이 중요”
김구 선생 ‘행동대원설’은 허구
주체적으로 상하이 의거 실행
「윤봉길 평전」을 펴낸 이태복 (사)매헌윤봉길월진회 회장.
이태복(다니엘·69·서울 신도림동본당) (사)매헌윤봉길월진회 회장이 「윤봉길 평전」(332쪽/1만6000원/동녘)을 내고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이태복 회장은 ‘강의(剛毅)한 사랑의 독립전사’란 부제가 붙은 「윤봉길 평전」에서 윤봉길 의사(1908~1932)가 1932년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일으킨 폭탄 의거와 관련해 ‘도시락 폭탄설’과 ‘김구의 행동대원설’은 허구라고 논증했다.
‘도시락 폭탄설’은 윤 의사가 도시락에 숨긴 폭탄을 던졌다는 것으로 지금도 정설처럼 수용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윤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오전 11시40분 먼저 던진 물통 폭탄이 천지를 진동시키며 장렬히 폭발하자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친 뒤 땅에 놓았던 도시락 폭탄을 집어 들기 위해 몸을 낮추는 순간 일본 헌병과 경찰에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윤봉길 평전」에는 ‘물통 폭탄설’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일본 헌병대와 군법회의 기록이 소개돼 있다.
이 회장은 “도시락 폭탄설은 처음에 한 번 잘못 알려지고 기록된 역사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의거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도시락 폭탄인지 물통 폭탄인지가 왜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통 폭탄과 도시락 폭탄의 간극만큼이나 한국인들이 윤봉길 의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고a 역사학자들조차 사료를 면밀히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회장은 「윤봉길 평전」에서 윤 의사의 상하이 거사는 김구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주모자는 김구이고 윤 의사는 행동대원에 불과하다는 해석은 김구 측근들이 만들어 낸 ‘프레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독립운동사 연구자들이 윤 의사의 상하이 거사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의거였다는 자료를 파악하고 있지만 ‘김구’라는 이름에 눌려 지금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것이 「윤봉길 평전」을 써야 했던 이유”라고 밝혔다. 윤 의사가 중국 상하이에서 생활할 때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 김광(본명 고영선)이 집필한 「윤봉길전」을 윤 의사의 ‘독립행동설’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김구가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위대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윤 의사가 김구의 행동대원이라는 주장은 김구 측근들이 과욕으로 빚어낸 허구”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무실역행(務實力行)과 사생취의(捨生取義)의 정신으로 오직 진실하게 살다 간 윤봉길 의사는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이 바로 서는 길을 보여 준다”며 윤 의사가 던지는 현재적 의미를 제시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다 사형 구형을 받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이태복 회장은 당시 서울대교구장이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 등의 구명운동에 힘입어 무기형을 언도받았고 다시 감형돼 7년4개월 동안 옥고를 치른 이력이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