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사 - 홍콩교구 성신연구소 공동주최 제2회 한·중 국제심포지엄 : 제1발제 ‘중국 공산화 이후 홍콩교회와 중국교회 교류를 통해 본 남북한 종교교류 전망’
“다리 교회, 상대편 민중 섬기는 일… 북한 복음화에 적용해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대만 주교에 다리 교회 요청
중국 본토 복음화 위한 임무
홍콩과 대만 등 기구 조직해 중국에 각종 지원 노력 펼쳐
자주 오가면서 자료들 모아
가톨릭신문과 홍콩교구 성신연구소가 3월 20일 공동 주최한 제2회 한·중 국제심포지엄에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왼쪽) 의정부교구 이기헌 주교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이승훈 기자
가톨릭신문이 창간 92주년을 기념해 3월 20일 홍콩교구 성신연구소와 공동으로 주최한 제2회 한·중 국제심포지엄은 ‘남북 종교교류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한반도가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시점에서 북한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날 제1발제 ‘중국 공산화 이후 홍콩교회와 중국교회 교류를 통해 본 남북한 종교교류 전망’을 맡은 성신연구소 안소니 람 선임연구원은 홍콩교구를 비롯해 대만과 온 세계에 흩어져 있는 중국인들이 중국 본토의 복음화를 위해서 펼치는 활동을 소개하며, 이를 ‘다리 교회’라고 했다. 특히 람 연구원은 ‘다리 교회’ 활동은 북한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를 비롯한 재외 한국인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람 연구원은 성신연구소 소장 통 혼 추기경의 격언을 인용해 다리 교회로서의 봉사는 “어렵고, 가능하고, 아름다운 봉사”라고 말했다.
제1발제 안소니 람
- 홍콩교구 성신연구소 선임연구원
- 중국 북경 인민대학교 언론학 박사 학위
- 홍콩 수인대학교 언론학과 교수
제1발제 논평 천팡쭝
- 대만 푸렌대 역사학과 교수
- 국립대만사범대학 역사학 박사 학위
- 교회사, 중국가톨릭교회사, 대만교회사 전공
■ ‘다리 교회’의 시작
람 연구원은 다리 교회에 대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일깨워준 임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1984년 2월 사도좌 정기방문 중인 대만 주교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민족의 자녀들인 여러분은 멀리 또는 가까이 있는 여러분 동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신앙 메시지를 번역해야 할 임무를 맡고 있다”며 “중국 본토의 동포들을 위해 ‘다리 교회’가 돼야 할 이 놀라운 임무는 대만과 온 세계에 흩어져 있는 중국인 가톨릭 신자 여러분들에게 맡겨진다”고 강조했다.
람 연구원은 다리 교회와 관련한 중국과 북한의 공통분모를 1989년 10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중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 연설에서 발견했다.
“모든 자녀에 대한 성모님의 자애로운 관심을 확신하는 우리는 깊은 애정과 희망과 슬픔을 느끼며 북한 주민들과 특히 북한의 가톨릭 공동체를 성모님께 맡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저는 또한 중국 본토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 안의 우리 형제자매들도 기억합니다. 지리적 근접성과 신앙과 문화의 유대 덕분에, 그들은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에게도 매우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제 마음 깊은 곳에는, 이 형제자매들을 만나 저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전하고, 다른 지역교회들이 그들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 알려주고 싶은 열망이 언제나 자리 잡고 있습니다.”
람 연구원은 “중국 본토의 형제들을 위해 노력한 홍콩교구의 경험은 한국교회가 북측 형제들을 만나는 데 얼마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어떤 자세여야 하는가
람 연구원은 “다리 교회로서 일한다는 것은 저쪽 가톨릭 신자들과 민중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쓰는 종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섬김’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임 홍콩교구장 젠 제키운 추기경의 말을 인용해 중국교회에 봉사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안했다. 젠 추기경은 “중국의 우리 형제자매들을 사랑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과 하나 돼야 한다”라는 말을 통해 중국 가톨릭 신자들의 감정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방식을 따르는 그들의 낡은 방식을 못마땅하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람 연구원은 1984년 대만 주교들의 사도좌 정기방문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 연설을 다시 언급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과거를 그리워하며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중국인들에게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를 항상 한결 같은 태도로 선포하려는 결심과 투신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람 연구원은 이 연설이 다리 교회가 궁극적으로 복음화 교회라는 특징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 설명했다.
■ 실질적 노력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명령에 따라 홍콩과 대만의 지역교회와 재외 중국인 가톨릭 공동체는 이에 합당한 기구들과 활동 단체들을 조직했다. 대만에서는 1990년 ‘다리 교회 봉사 위원회’가 설립됐다. 싱가포르는 1991년 ‘차이나 가톨릭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었다.
홍콩교구는 이미 다리 교회 봉사활동을 위해 1980년 성신연구소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었다. 성신연구소는 1981년부터 학술지 「트라이포드」(Tripod)를 펴내, 현재 중국의 종교 윤리 상황과 최신 동향을 살펴보면서 연구소가 건설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성신연구소는 또 ‘기록물 보관소’를 만들어 중국과 중국교회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해 각종 자료를 모으고 있다. 람 연구원은 연구소가 공식교회와 지하교회를 포괄해 중국 내 교회 인사들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 직원들은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거나, 성당과 수도원, 사회시설들을 방문해 각계 각층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또 신학교에서 단기간 강의를 하거나 수도원에서 수녀들에게 강연하기도 한다.
■ “줌으로써 받았다”
람 연구원은 성신연구소 소장 통 혼 추기경이 다리 교회에 대해 “중국교회와 중국 본토 밖에 있는 중국인 가톨릭 공동체들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진전이었다”며 “다리 교회는 모두에게 도움되는 섬김의 교회로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통 추기경은 또 “홍콩에서 한편으로 우리는 본토의 형제자매들을 섬기는 역할을 했으나, 이와 동시에 그들에게 배움으로써 우리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통 추기경은 실제로 역경을 헤쳐나가며 상황을 변화시키는 중국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매우 큰 영감을 줬다면서 “우리는 줌으로써 많은 것을 받았다”고 말했다.
람 연구원은 한국교회에 북한 복음화 활동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탁월한 애국자이자 훌륭한 가톨릭 신자였던 민족 영웅들을 기리는 것이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람 연구원은 말했다.
람 연구원은 좋은 본보기로 중국 명나라의 관료였던 쉬광치(徐光啓)와 안중근(토마스) 의사를 추천했다. 쉬광치는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으나, 그리스도교 박해가 시작되자 선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결국 황제에 대한 충성을 거슬렀다. 특히 람 연구원은 안 의사에 대해 “민족 영웅이면서 그 이상으로 깊이 있는 현대적 가톨릭 사고방식을 지녔다”며 “빨리 시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 대만의 다리 교회 역할은
논평을 맡은 천팡쭝 교수(대만 푸렌대 역사학과)는 대만교회의 다리 교회 역할을 소개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임무를 제시할 당시 대만교회의 모든 주교들은 본토 출신이었으며, 자연스럽게 중국교회의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천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교황청 외교관들은 대만교회의 주체성과 대만교회와 중국교회의 연관성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만교회의 정체성이 변화해, 현재는 다리 교회를 위한 공식활동은 없다고 했다. 천 교수는 그럼에도 대만교회가 다리 교회로서의 역할을 하고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대만교회는 중국교회를 위한 수도회나 기관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직접 활동하지는 않을 뿐, 지금 이뤄지는 일들을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