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사 - 홍콩교구 성신연구소 공동주최 제2회 한·중 국제심포지엄 : 제2발제 ‘북·중 관계사로 본 남북한 종교교류 연혁과 현황·전망’
“중국은 한반도 평화 원해… 남북 종교교류 지지할 것”
중국, 20년 외교 고립 벗어나
UN 대표권 얻고 국제사회 나서 북한으로 인한 전쟁 원치 않아
남북 종교협력, 정치 영향 적어
중국 이익에 부합되는 정책 인도적 지원서부터 접근해야
제2회 한·중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청중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 박원희·이승훈 기자
제2발제는 한상준(마르코) 아주대 역사학과 교수가 ‘북·중 관계사로 본 남북한 종교교류 연혁과 현황·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 교수는 냉전시기 북한과 중국의 관계사를 바탕으로 현재 중국의 정책은 ‘한반도의 안정적 현상 유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종교단체의 활동을 지지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봤다.
또 종교단체 간 교류와 협력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남북 협력과 교류의 선봉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한반도 통일국가 실현이라는 시대적·역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잘 알아야 하고, 북·중 관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2발제 한상준
- 아주대 역사학과 교수
- 북경대학교 박사 학위
- 중국근현대외교사, 중·북관계 연구
제2발제 논평 이상민
- 중국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
- 베이징대학교 역사학 박사 학위
-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출강
■ 인류애적 접근
한상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남북 종교단체 간의 교류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 교수는 “인류애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단체 사이의 교류는 남북이 인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든 민간 교류가 정치적인 영역에 따라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종교단체는 남북 교류에 대한 물꼬를 틀 수 있는 시발점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관계 간 긴장이 강화될수록 종교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비종교적인 활동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선교 등의 종교 행위가 아니라, 백신이나 식량을 제공해주는 인류애적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평화 노력에 중국도 지지할 것”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성립되는 국제사회의 역학관계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종교단체의 활동은 중국의 지지와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냉전시기(1953~1980)의 북·중관계사를 분석한 한 교수는 “6·25전쟁 이래로 중국의 정책 목표는 한반도 지역 안정과 전쟁 재발 방지에 맞춰져 있다”면서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 목표는 중국의 국가 이익에 정확하게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개혁개방 정책 추진과 미국과의 수교 이후 ‘한반도 안정’과 ‘전쟁 재발 방지’로 자리 잡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의 무력행위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중국이 20년 이상 외교 고립에서 벗어나 마침내 유엔에서 대표권을 회복하고 국제사회에 등장한 점을 꼽았다. 이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 파키스탄, 터키 그리고 서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완화를 통해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는 외교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에 미국과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비평화적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점도 밝혔다. 더불어 중국지도부가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일본이 미국을 대신해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중국이 북한의 무력 통일방안에 찬성한다면 이는 곧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협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 북한의 속내는
현재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는 표면적 관계 보다 그 안에 담긴 실질적 속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공식적으로 북한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과는 적대적인 관계라고 알려져 있다”면서 “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은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상당히 차단하고자 하며 중국으로부터는 벗어나고 싶어 하고 미국과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중국의 내정 간섭에는 반대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 기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북·중 관계의 변화
한 교수는 6·25전쟁 이후 강화된 ‘혈맹관계’부터 현재의 정책 목표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하는 북·중 관계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이 6·25전쟁에 참전해 북한정권을 패전과 붕괴로부터 구하면서 북·중 ‘혈맹관계’가 강화됐다”며 “이후 일시적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양국 사이의 모든 교류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북·중 관계는 외부 위협에 의해 관계가 더욱 밀착돼 왔다”고 밝혔다.
북경대학교 한반도연구센터 이상민 연구원은 논평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종교단체가 얼마나 많은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최근 중국과 교황청의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이 종교 활동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중국의 정책 목표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향한다 하더라도 종교 활동에는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종교단체 간 교류와 협력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며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발제자들이 종합토론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제2발제 논평자 중국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이상민 연구원, 제2발제자 아주대 역사학과 한상준 교수,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제1발제 논평자 대만 푸렌대학 역사학과 천팡쭝 교수, 제1발제자 홍콩교구 성신연구소 안소니 람 선임연구원, 사회를 맡은 한국외방선교회 성재기 신부.
◆ 종합토론과 질의응답
“사랑으로 다가갈 때 신뢰관계 형성”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면서 진행된 종합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에는 국제관계를 고려한 다양한 생각들이 오고갔다.
사회를 맡은 성재기 신부(한국외방선교회)는 성신연구소 안소니 람 선임연구원에게 중국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종교의 중국화’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람 연구원은 중국정부가 정책을 펼치면서 민중 입장에서 자칫 종교탄압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염려했다. 람 연구원은 “만약 중국정부가 지방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극단적 규제를 한다면 효율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최근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보며, 남북 종교교류가 북미 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 최근 방북한 바 있는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에게 질문했다. 김 대주교는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남북이 서로의 신뢰를 이어가면서 인도주의적 교류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대주교는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단합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주교는 “중국과 북한에 신뢰를 얻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수원가톨릭대 신학생의 질문에도 “사랑으로 다가갈 때 신뢰관계가 기본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대주교는 “교황님이 전 세계적으로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이유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껴안아주고 함께하시기 때문”이라며 “선교라는 이름으로 접근하기 이전에 가장 가난한 이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