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의 주요 방침이 녹아 있는 ‘사시’(社是)는 ‘소식보도’(消息報道), ‘보조일치’(補助一致), ‘조국성화’(祖國聖化)이다. 그 가운데 ‘조국성화’는 남과 북이 갈라진 후 그 중요성이 더욱 대두됐다. 비록 지난 70여 년 동안 남북 관계가 고르지 못했지만, 가톨릭신문은 꾸준히 민족 복음화의 텃밭을 가꾸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 전쟁 참상 알리고 교회 재건 촉구
1950년 11월 10일자로 발행된 천주교회보(天主敎會報·가톨릭신문의 전신)에는 당시 대구대목구장 최덕홍 주교의 ‘모든 성직자와 신자들에게’라는 글이 실렸다.
‘적군의 침입으로 말미암아 참혹한 변을 당하신 모든 전재 교우들에게 대하여 본 주교는 애통한 동정의 눈물을 금치 못함과 동시에 이번에 당한 고난이 우리 민족이 과거에 범한 죄과와 과오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천주께서 주시는 시련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 고난을 감심으로 참아 받고 또 이것을 사람들의 정화와 성화의 수단으로 알며 더욱 신앙심을 발휘하여….’
이후 1950년대 본지에는 한국전쟁 진행 상황과 해외구호, 전후 복구와 교회 재건을 촉구하는 글이 주로 실렸다.
1950년 11월 10일자 ‘천주교회보’에 실린 당시 대구대목구장 최덕홍 주교의 ‘모든 성직자와 신자들에게’ 제목의 글. 전쟁의 시련을 신앙으로 극복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97년 7월 6일자에 실린 가톨릭신문-춘천교구 공동 캠페인 ‘한솥밥 한식구 손수건 및 지갑 보내기’ 사고. 북한동포를 돕기 위한 통일 지갑과 통일 후 남북 형제자매들의 눈물을 닦아줄 통일 손수건을 전국으로 배포했다.
■ 북한동포 돕기 운동 전개
1997년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이 알려지면서 한국교회의 북한동포 돕기 움직임이 확산됐다. 특히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를 중심으로 북한동포 돕기 모금운동은 시작 2개월 만에 40여억 원이 모여 큰 성과를 거뒀다.
가톨릭신문은 교회 움직임에 발맞춰 6월부터 춘천교구와 공동으로 북녘 동포를 돕기 위한 ‘한솥밥 한식구 손수건 및 지갑 보내기’ 캠페인을 펼쳤다. 이 캠페인은 북한동포를 돕기 위한 통일 지갑과 통일 후 남북 형제자매들의 눈물을 닦아 줄 통일 손수건을 전국으로 배포하는 운동이다. 단순히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을 일회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통일이 되는 날까지 항상 지갑과 손수건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통일의식을 불태우자는 의도로 진행됐다. 춘천교구는 이 운동을 통해 모금된 성금으로 북한에 식량과 씨앗을 보냈다. 신자들에게 보급될 손수건과 지갑은 당시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가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가톨릭신문 미주지사도 팔을 걷어붙였다. 1997년 5월 11일자부터 ‘굶주리는 북한 형제들과 사랑을 나눕시다’라는 이름의 운동을 통해 북한동포 돕기 모금활동을 전개해 호응을 얻었다.
■ 100주년, 평화를 향하여
2018년에 이르러 가톨릭신문은 한반도 평화가 정착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평화 기획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을 1월 1일자부터 시작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남과 북 사이에 평화의 훈풍이 불기도 전에 시작한 기획이었다.
가톨릭신문이 평화 기획을 시작한 이유는 한반도에 평화를 불러올 1차적 책임이 이 땅에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있다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는 십자가 소명이 그리스도인에게 있고, 70년 동안 갈라진 이 땅에 전쟁을 종식시킬 가장 강력한 무기가 ‘평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선포하기 위한 시도다.
가톨릭신문은 평화 기획을 2027년 창간 100주년을 향한 중장기 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다. 모든 기사는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는 복음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쓰고 있다.
2018년 1월 1일자에 본격적으로 문을 연 평화 기획은 1월 14일자부터 4월 8일자까지 이론적 개념을 제시하며 왜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세상의 평화와 같지 않은지 설명했다. 또 3월 25일자 이탈리아 조르지오 비구찌 주교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비정기적으로 평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활동가 혹은 활동 단체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뿐 아니라 독일, 폴란드, 러시아, 일본 등 평화 정착 움직임이 있는 전 세계 국가들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8년 1월 1일자부터 시작한 평화 기획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가톨릭신문은 2027년 창간 100주년을 향하는 중장기 기획으로 이번 평화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 평화를 위한 협력
가톨릭신문은 복음 정신에 따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1월에는 홍콩교구 성신연구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성신연구소는 중국교회와 관련한 세계 최고의 권위를 보편교회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가톨릭신문과 성신연구소의 협약은 홍콩교구와 성신연구소의 중국 복음화 활동을 토대로 남북 종교교류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 중국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들을 성신연구소가 보유하고 있어, 한국교회의 아시아 복음화 노력에 또 하나의 디딤돌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양 기관은 협약 후 첫 발걸음으로 3월 20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진리관 대강의실에서 ‘제2회 한·중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남북 종교교류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홍콩교구와 성신연구소의 중국 복음화 노력, 또 북한과 중국의 관계 역사를 통해 남북 종교교류 방안을 모색했다.
2018년 10월에는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와 협약을 맺었다. 양 기관의 협약은 평화를 위한 연구와 보도에 상승효과를 기대할 것으로 교회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양 기관은 ▲평화 실현을 위해 펼치는 활동과 정보 공유, 교환 ▲학술대회 등 평화와 관련한 사업 공동 추진 ▲원활한 의사 교환이 가능한 상시 연락 네트워크 구축 ▲협력사업 논의를 위한 구성원 간 온·오프라인 교류 활성화 등에 뜻을 모았다.
양 기관 협약의 첫 번째 결실은 2018년 11월 6일 의정부교구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열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 제2회 국제학술대회였다. 가톨릭신문과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강주석 신부)가 공동주최하고,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주관한 이날 학술대회에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종교인들이 모여 한반도 평화 정착을 함께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대회 마지막에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연대로서 평화를 실행하자는 취지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100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가톨릭신문은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위해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난 92년의 노력을 바탕으로 더욱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
2018년 1월 11일 가톨릭신문사와 홍콩교구 성신연구소 업무협약 체결 뒤 두 기관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8년 10월 가톨릭신문사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의 업무협약식.
가톨릭신문사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업무협약 후 2018년 11월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