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9년 7월 8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난 주세페 괄란디 신부는 깊은 영성과 기도로 가득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1848년 사제서품을 받은 그는 이듬해 신부로서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꿀만한 일을 경험한다. 본당에서 만난 한 여성 때문이다. 영성체를 받기 위해 본당을 찾은 카롤리나 갈루피니는 청각 장애를 가진 농인이었다. 오랫동안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하느님의 뜻을 알려 달라고 간청했던 주세페 신부는 카롤리나 갈루피니를 통해 사제로서 해야 할 일을 찾게 됐다. 바로 농인들 가운데에서 선교사가 되는 것이다.
젊고 열정적인 사제인 주세페 신부는 가련한 형제들을 돕는 일에서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들 중 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그는 농인 세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 농인들의 괴로움과 어려움, 그들이 갖는 기대감까지도 이해하고자 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농인에 관한 유용한 정보가 담긴 책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변 본당에 있는 농인들과 만나 글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주세페 신부는 농인 소년과 소녀들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쳤으며 그들 간에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특별한 의사소통 방식을 제시했다. 또한 그들과 함께 머물면서 애정과 연대에 바탕을 둔 큰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그 결실은 괄란디 농인 선교 사업으로 이어졌다. ‘괄란디 농인 남학교’, ‘괄란디 농인 여학교’, ‘작은 농인 선교 수도회’로 구성된 이 사업은 주세페 신부의 뜻을 본받아 농인들을 위한 의미 있는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듣지 못하는 이들의 신부」는 농인들을 위한 선교사로 평생을 살았던 주세페 신부의 삶을 담은 책이다.
책에는 주세페 신부 신앙의 시작부터 농인 카롤리나 갈루피니를 만난 사건, 이를 계기로 관란디 농인 선교 사업을 펼쳐나간 이야기가 담겼다. 뿐만 아니라 주세페 신부의 후계자들, 괄란디 농인 선교 사업에 대한 오늘날의 과제도 덧붙여 주세페 신부의 선교 정신이 남긴 현재의 흔적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듣지 못하는 이들의 신부」는 가장 작은 이들, 희망을 잃은 이들, 사회에서 배척당한 이들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의 도구가 됐던 주세페 신부의 삶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