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의 가톨릭신문은 1927년 창간해 올해로 92주년을 맞았다. 그야말로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하면서 민족과 교회의 역사를 증언해 왔다. 전 세계에는 이처럼 국가와 민족들의 삶과 역사를 함께해 온 가톨릭 언론들이 존재한다.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고 지역교회의 특성을 보여주는 세계의 가톨릭 신문들을 소개한다.
가톨릭 언론매체의 운영은 주로 서구의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국가들과 인적, 물적 여력이 있는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진다. 특히 북미주와 유럽지역은 거의 모든 교구마다 교구 신문을 포함한 매체들을 보유, 운영한다.
상대적으로 교세가 미약하고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아시아와 아프리카교회에서는 사실상 매체를 운영할 물적 자원이 부족하고 인력 양성이 어렵기 때문에 규모 있는 가톨릭 언론매체를 운영하는 사례를 찾아보긴 쉽지 않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서도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주간지 형태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23년 창간된 ‘일본 가톨릭신문’이 매주 4면 분량으로 발행되고, 스리랑카에서는 1866년 창간된 ‘그나르타 프라데파야’(Gnanartha Pradeepaya)와 영자지인 ‘가톨릭 메신저’(Catholic Messenger)가 발행된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태국, 대만 역시 소규모이지만 주간신문들을 발행하고 있다. 대부분 교구들에서는 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교구의 언론 출판 매체들을 접속할 수 있다.
소유와 운영면에서 볼 때, 대부분의 가톨릭 매체들은 교구가 주체다. 하지만 디지털 문화가 발달하고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투자와 운영, 접근이 용이한 온라인 매체들이 활발하게 생겨났고 그 중에는 평신도들이 운영하는 이른바 ‘독립언론’들도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가톨릭 신문과 출판물들은 교회의 복음화 사명을 바탕으로 한 지역과 공동체의 시대적 관심사들을 반영하고 있다. 지역교회 신자들은 이러한 매체들을 통해서 개인 신앙생활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세계와 사회 안에서 새롭게 해석되는 복음화 사명들을 파악하고 삶으로 실천하도록 이끌어진다.
■ 홍콩교구 ‘쿵 카오 포’와 ‘선데이 이그재미너’
‘쿵 카오 포’(Kung Kao Po·公敎報·http://kkp.org.hk)는 1928년 8월 1일자로 창간된 홍콩교구의 주간신문으로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 중 하나다. 매주 금요일 발간하고 발행부수는 3만 부가량이다. 홍콩교구는 이와 별도로 영자 신문인 ‘선데이 이그재미너’(Sunday Examiner·http://sundayex.catholic.org.hk)를 매 주일 3000~4000부 발행한다.
두 신문 모두 지역교회와 세계교회 소식뿐만 아니라 교육, 건강, 환경 등 다양한 주제의 기사들을 다룬다. 청소년 독자 대상의 별지가 따로 발행되는 것도 이색적이다.
판매는 주로 본당과 병원에서 이뤄지는데, 구독 신청을 통해 중국 본토에서도 신문을 볼 수 있다. 또 신문 내용을 녹음한 MP3 오디오 파일도 구입 가능하다.
오랜 전통과 권위 있는 필진들의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한 사설·칼럼들은 유력한 홍콩 언론 매체들에 의해서도 자주 인용된다.
홍콩교구가 발행하는 ‘쿵 카오 포’ 지면(왼쪽)과 영자 신문 ‘선데이 이그재미너’ 홈페이지.
■ 미국 보스톤대교구 주간신문 ‘더 파일럿’
미국 보스톤대교구가 발행하는 주간신문 ‘더 파일럿’(The Pilot)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신문으로, 1829년 9월 5일 창간해 올해로 190주년을 맞았다. 이에 앞서 1822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톤에서 미국 최초의 가톨릭 신문이 발행됐지만 이 신문은 1861년 폐간됐다. ‘더 파일럿’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미국 가톨릭 신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보스톤대교구 제2대 교구장 조셉 펜윅이 이 신문을 창간할 당시 지역에서는 반가톨릭적 정서가 극심했다. 이에 따라 신문은 가톨릭에 대한 해묵은 모략과 중상, 오해를 불식하는 것을 창간 기본 이념으로 표명했다.
하지만 교구는 1834년 2명의 평신도에게 신문 소유권을 판매했다. 이후 1908년 보스톤대교구가 다시 소유권을 매입할 때까지 ‘더 파일럿’은 탁월한 필진들을 바탕으로 매체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았다. 보스톤대교구는 소유권 매입 후 교구 공식 신문으로 활용하면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부응하는 공식 매체로 육성했다. 2004년 기준으로 인쇄 부수는 약 2만6000부이고, 2006년 온라인판(https://thebostonpilot.com)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미국 보스톤대교구 주간신문 ‘더 파일럿’ 지면(왼쪽)과 홈페이지.
■ 평신도가 운영하는 독립언론 ‘NCR’
교회 신문 대부분이 교구나 수도회에 의해 운영되지만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은 교회의 사목적, 행정적 권위에서 완전히 독립한 평신도들로 구성되는 이사회에 의해 운영된다. 격주간 32개 면으로 발행되고 대부분의 기사들은 온라인판(https://www.ncronline.org)에서도 읽을 수 있다. 1964년 창간됐고, 본부는 미국 미주리 주 캔사스시티에 있다.
신문의 논조는 대단히 진보적이다. 이에 따라 편집 방향의 편향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창간 직후인 1968년 캔사스시티 찰스 허먼 헴싱 주교는 NCR에 대해 “교회의 가르침에 대항하는 십자군”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해박한 신학적 지식과 신앙적 열정을 지닌 필진들이 쏟아내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글들로 인해 가톨릭 매체로서 NCR의 권위는 매우 높이 평가받는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의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Catholic Press Association·CPA)는 이러한 비난들에 대해 ‘견해 차이’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2008년과 2014년 사이에 6차례나 NCR에 ‘우수 언론상’을 주기도 했다.
평신도가 운영하는 독립언론 ‘NCR’ 홈페이지.
■ 인도 뭄바이대교구 주간신문 ‘디 이그재미너’
인도 뭄바이대교구 주간신문 ‘디 이그재미너’(The Examiner)는 1850년 교구 회보로 처음 시작됐다. 창간 당시 뭄바이지역은 압도적으로 힌두교도가 많았고 그리스도교 인구는 불과 3.27%에 그쳤다. 소수 종교지만 뭄바이지역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기원은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창간 당시 이념은 소수 종교인인 그리스도인들의 목소리를 공적 영역에서 대변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신자들 스스로 그리스도적 가치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일깨워 주려는 것이었다. 실제로 뭄바이대교구 신자들 가정에서 접할 수 있는 출판 인쇄물은 사실상 ‘더 이그재미너’가 유일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신문의 콘텐츠는 사실상 다양해 보이지는 않는다. 교회 가르침과 각종 행사들에 대한 소식 전달이 뉴스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설과 칼럼들을 통해 교회 가르침을 실생활과 관련지어 해설하고 신앙 의식을 일깨운다는 점은 높이 평가된다. 다만 웹사이트(https://sites.google.com/site/archbomorg/home)를 통해서는 모든 콘텐츠를 읽을 수 없고 별도로 유료 구독해야 내용에 접근할 수 있어 아쉽다.
인도에는 10여 개의 가톨릭 신문이 나오는데, 콜카타의 ‘더 헤럴드’(The Herald)도 유명하다.
인도 뭄바이대교구 주간신문 ‘디 이그재미너’ 홈페이지.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