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현세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육체적 건강이다. 그러므로 육체적 건강을 돌보는 것은 한 개인으로서 중요한 윤리적 의무이다. 인간의 육체는 인간의 품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전체성 안에서 옳게 인식하여야 한다. 인간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의식주 (衣食住)의 큰 테두리 안에서 살펴보고 개인의 몸을 가꾸는 일을 살펴보자고 한다.
인간과 의복
인간의 생활에 있어 의복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며 또 옷이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므로 의복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대하야 한다. 윤리적 의무는 세 가지 면에서 고찰하게 된다.
첫째, 옷은 육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방편이다. 추위와 더위를 피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나 도구로서 의복은 인간 생활에 유익하다. 그러므로 건강에 해로운 의류(재료나 재단에 있어)를 제조하거나 입는 것은 부당하다. 의류업이나 의상학은 인간의 건강에 유익한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둘째, 의상은 인간의 품위와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인간의 문화적 활동은 그 정신세계의 표출이다.
인간은 의류를 통해서 인간의 사상과 소망을 드러내고 또 영향을 입는다. 그러므로 의상에 대한 지나친 보수성이나 혁신성은 지양해야 한다. 인간에게 아름답고 유익한 의상은 계속 연구 개발해야 하겠다. 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한 예술로 발전해야 한다. 의상에 대한 유행에 윤리적 판단은 조심해야 한다. 반면에 예술적인 면만을 강조하여 공존에 해가 되고 미풍약속을 해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는 상황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본다.
셋째, 인간의 의상은 생활 전체와 관련되므로 개인의 건강이나 기호만이 아니고 사회성도 유념해야 한다.
옷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옷을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가 적용되어 과거에 집착치 말고 미래 지향적인 개방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인간과 음식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음식물을 섭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음식물이 단순히 영양공급을 위해서만 있지 않고 인간의 삶을 위해 있으므로 연명의 차원만의 삶을 위해 있으므로 연명의 차원만이 아니고 삶의 종합적 차원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첫째, 인간은 음식물로 생명을 유지하므로 창조의 질서 안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중요한 의무중 하나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금식을 하거나 영양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큰 잘못이며 알면서도 몸에 해로운 것을 섭취하는 것 또한 생명에 대한 범죄가 된다. 건강을 상하는 미용식이나 식이요법(예컨대 보약이나 강장제 남용) 과음과식이 그 대표적 범죄일 것이다.
둘째, 인간의 인간스러움은 영양분 섭취 행위가 아니라 음식에 대하여 창조주께 감사하며 이웃과 나누는데 있다. 인간이 금수와 다른 것은 자기가 섭취하는 음식을 감사의 기도로 받고 이웃과 진심으로 나누는데 있으며 이는 성서가 가르치는 바이기도 하다(이사야 5,10: 야곱 2,14-17: 사도 2,42-46).
셋째, 인간은 음식물에 조미료를 사용하여 미각을 돋우고 또 기호식품들도 삶을 기쁘게 꾸민다. 그러므로 조미료나 기호품(여러 가지 음료, 담배, 약재 등) 그 자체를 단죄할 것은 아니나 인간의 삶을 북돋우는 것보다 자신이나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삼가고 금지되어야 한다. 바울로 사도는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입니다.… 형제를 죄짓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면…어떤 일이라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로마 14,17-21)라고 충고하셨다.
인간과 주거(住居)
인간이 생활하는데 공간은 필수적이며 공간 중 건축물은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조건이다. 인간의 주거환경은 인간이 형성하지만 형성된 주거환경에서 성장하는 인간은 그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주거환경 형성은 윤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인간의 건축물은 존재양식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인간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함축되고 문화적 차원에서의 가치, 질서, 법칙 등이 반영되고 또 반영되어야 한다.
이는 주택, 공공건물, 종교 건축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문화적 고유성과 종교적 의미가 조화를 이루며 삶을 꾸미고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며 장소이다.
둘째, 건축설계와 건축자재들은 인간의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안정 등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살피고 감안하여 선택되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삶의 공간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인격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도 된다. 그러므로 건축에 대한 사회 질서와 안전관리, 인간의 발전적 전망 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건축자나 건축 허가자는 물론이고 사회 시민적 차원에서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주거환경을 꾸며 나아가야 한다. 이는 윤리적 중대 의무이며 주택정책은 국가와 사회의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이다. 이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은 큰 범죄행위가 됨을 알아야 한다.
인간과 이용(理容)
건강관리를 위하여 위생 처리라든지 몸의 청결은 당연한 의무이며 그 외에도 이용(理容)에 관한 관심과 관리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양하다. 이 문제는 경제적 측면과 건강의 측면에서 고찰될 수 있으며 특히 미용 (美容)과 성형수술(成形手術)이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아름다워지고 싶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 자체는 삶의 의미와 내용에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에 대한 집착이나 과용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미 성서에서나 교부들의 글에서도 사치함을 피하라고 경고하고 있다(이사야 3,16: 1베드 3,3: 1티모 2,9-15등). 미용식이나 성형수술 등이 정형수술의 성격이나 건강관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며 허영심이나 진실성에 위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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