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과학영농은 인간으로 하여금 무제한적인 지배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다수확을 최대의 목표로 한 증산일변도의 농업정책은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다살포를 필연적으로 초래했으며, 이것은 토양의 산성화를 부채질하고 작물의 자생력을 점차 상실시켰다.
또한 농약에 대한 해충의 면역성이 강화할수록 더욱 독성이 강한 농약이 개발되는 등 날이 갈수록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져왔다.
토양의 산성화는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 성장하는 식물의 산성화를 야기했고 또 이것을 섭취하는 동물과 사람까지 산성화되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인류 생존의 터전인 토양이 산성화됨으로써 지구생태계 자체가 산성화되어 가는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이같이 심각한 산성화는 사람을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한다.
왜냐하면 자연계의 각종 균들 가운데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이 산성 속에서 대단히 잘 번식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약의 남용으로 인해 야기되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농약 살포작업 중 급성중독사고를 비롯 농약의 독성이 식품 중에 잔류하여 인체를 병들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근본적으로 농약은 자연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현대농법으로부터 야기된 각종 폐해의 심각성과 모순을 극복, 건강한 토양을 조성하고 건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자 하는 것이 유기농업이다.
유기농업은 생태계의 질서에 따라 생태계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농사방법, 생명존중의 원리를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데 그 본질이 있다.
유기농업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참된 농심(農心)을 함양, 모든 자연의 피조물들의 공존공생을 보증할 수 있는 ‘생명공동체 운동’의 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기농업은 종래 농산물을 단지 금전으로만 오가는 공업적인 상품으로 치부된 인식을 탈피 시키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건전한 농산물을 매개로 상호 신뢰 속에서 생명을 위탁할 수 있는 ‘믿음의 가치관’을 형성시켜 나가는데서 그 중요성을 찾을 수가 있다.
또한 유기농업은 농사짓는 일은 곧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생명산업이라는 농업관을 구현, 농업이 지닌 본래의 가치를 되찾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
‘미국농업 생산성 향상법’은 유기농업이란 화학비료·살균·살충제나 제초제·식물생장 조절제·가축사료 첨가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최초로 줄이며 농산부산물이나 가축의 분뇨, 자연의 광석분말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영농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유기농업은 농사기술의 측면에서 화학비료·농약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 토양의 자생력을 회복시켜 나감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재래식 전통농업, 곧 자연의 섭리를 바탕으로 농사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서는 곳곳에서 농사일은 생명을 다루는 일임을 천명하고 있다.
씨앗을 뿌려 땀 흘려 가꾸고 열매를 거둬 생명을 나누는 것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창조사업에의 동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앙적으로도 유기농업은 절실히 필요한 것이며, 거짓 없이 흘리는 땀방울 속에서 하느님의 섭리가 깊이 있게 구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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