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판사님들께 발송할 미결상담자들을 위한 진정서를 타이핑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연구소입니다. 무선전화를 돌리다 보니 사모님이 받으시게 됐네요. 몇 말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결혼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상대방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여유를 가지고 적절히 응해주었다. “슬하에 자녀는? 아직. 직업은? 선교. 연세는? 50. 혹시 음란 비디오를 보신 적이 있나요? 없음. 인신매매, 성폭행 등을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옛날 속담에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지요? 잘 알겠습니다. 안녕히…”
‘범죄전쟁’ 이후 각 교도소와 구치소마다 수감자수가 날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중 제일 마음 아픈 것은 10대 소년들의 문제다.
‘흉악범?’ 말 자체가 적지 않게 거부감이 간다. 그들 한 사람씩 만나본 결과 어디 그들이 흉악범 인가 애매모호한 생각이 들어 일그러져가는 내 얼굴을 본 교무과 직원의 말, 죄질을 분류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며칠 전 법무부에서 ‘흉악범’을 ‘특정 강력범’이라고 수정하라는 공문이 왔다고 말해주어 내 마음이 다소 편안해졌다.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교수집 10대 아들이 어른들이 보다가 둔 음란비디오를 혼자 보다가 충동적으로 옆집 같은 또래의 여학생을 전화로 불러와 선을 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른들은 둘 중 한집이 서둘러 이사를 가야할 큰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소년 상담수 30명 대부분이 초범이고 강간·강간치상 죄명이 많은데 또 한 번 놀랐다. “너 음란 비디오 본적 있니?” “예” “어디서 보았니?” “만화가게에서 1천원주고 봤다”고 했다.
돈이 아무리 좋고 귀하기로서니 바로 내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코 묻은 돈을 받아 얼마나 잘 살려고?….
서울에서 고등학교 때 지방으로 전학 갔는데 큰댁에 방학 때 잠깐 올라온 김군은 중학동창이 만나자고 전화를 해서 영문 모르고 갔다. 연립주택 방이 두개인데 부모는 맞벌이 나가고 그 댁 아들인 친구가 중학교 동창생인 낯익은 여학생 한명을 옆방에 대기해 놓고 남학생 한명이 지키고 있었다. 다른 방에서 8명이 음란 비디오를 보고 그 여학생 한명을 상대로 실습(?)을 한 것이 그만 강간치상죄로 구속된 것이다.
오늘날 10대 성문제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완고한 아버지와 불화로 학업을 중단하고 가출한 그 여고생은 카페, 공원 등으로 배회하면서 연하이든 연상이든 남자들을 만나는 대로 사귀면서 때로는 남학생을 전화로 불러내기도 하는 동생뻘 되는 착한 학생에게 용돈까지 받아쓰면서 서로가 좋아서 관계까지 하는 그런 여학생이었다. 며칠 뒤 그 여학생이 아버지에게 잡혀 집에 돌아갔다. 그러나 그 여학생이 그들의 주소·이름·전화번호 까지 모두 잘 알고 있는 터라 그 아버지는 딸의 부정한 소행은 딱 덮어놓고 매독까지 옮았다고 큰소리치면서 8명을 몽땅 구속시켜 놓고 수억원의 큰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가정의 문제점이 드러난 대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10대 소년기가 가장 성욕이 활발한 때여서 공부다 취미생활 등을 통하여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 한가함을 없이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예방책이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보라매 청소년회관 독서실과 정릉산 동네 아이들 대상으로 시작한 공부방 등은 가난한집 아이들이 시간을 보람 있게 잘 써서 공부에 맛들이고 성적도 올려주며 그 또래들이 빠지기 쉬운 범죄예방에도 훌륭한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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