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라는 것은 그 어원상으로 백성의 행위이기 때문에 항상 문화와 직결된다고 하겠다. 즉 전례는 문화를 재료와 도구로 사용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문화를 떠난 전례란 이미 백성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능을 다소 상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의 이러한 본질을 감안하여 전례의 개혁과 육성책을 강구함을 중요한 임무로 생각하여 토착화 규정을 전례헌장 37~40항에 제시하면서 전례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정신에 따라 전례의 토착화 문제가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으며 실제적으로도 많은 연구와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올바른 토착화의 정신과 학문적인 뒷받침을 이뤄주는 그 원칙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참다운 우리 전례로서의 토착화란 우리의 전통적인 요소나 민족적인 요소를 무분별하게 적당히 혼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육화의 신비에서 보여주었던 토착화의 정신을 따라 민족에게 조금도 이질감을 주지 않으면서 우리 생활에 적응하여 뿌리를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착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우리에게 새로 발간된 「전례의 토착화」라는 책은 뚜렷한 방향제시를 위해 소중한 한권의 책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로마성 안셀모 대학 학장이었고 교황청 전례자문 위원인 J. Chupung co 교수 신부의 저서를 수원 가톨릭대학 윤민구 신부가 번역하여 엮어 만든 토착화에 대한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많은 연구와 전문가들과의 폭넓은 대화를 가졌던 내용들을 토대로 이 책을 저술하였는데 첫 장에서는 교회역사 속에서 그 시대마다 문화와 생활양식 등을 어떻게 전례와 적용시켜 왔는지를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제2장에서는 토착화의 대헌장이라 할 수 있는 전례헌장 37~40항에 관한 규정을 세부적으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으며 나머지 3~5장에서는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를 거쳐 생각한 신학과 전례 및 문화에 입각한 적응의 기본 원칙을 다루고 있다.
이외에 역자는 이런 저자의 사상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사전례 안에 토착화된 두 나라(자이르, 인도)의 사례를 첨가하고 있다.
토착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한 올바른 토착화를 이 땅에 이루기 위해서는 누구나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더구나 토착화를 연구하는 분들에게는 기본적인 지침서며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모처럼 발간된 이 좋은 책을 계기로 전례 토착화를 이루는 데 훌륭한 발판이 되었으며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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