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3월 30~31일 모로코 사목방문… 가톨릭과 이슬람 공존 강조
“인류 평화 위해 서로 격려하며 우정 쌓자”
교황-무함마드 6세 국왕 ‘모든 인류의 공동유산’ 예루살렘 관련 공동성명
3월 30일 모로코의 라바트-살레 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영접을 나온 모로코의 무함마드 6세 국왕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CNS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이슬람 국가를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에서 극성을 부리는 테러를 막기 위해 종교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지난 3월 30~31일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사목방문하고 가톨릭과 이슬람의 공존을 강조했다. 교황의 모로코 방문은 198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는 전체 인구 3600만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며 가톨릭 신자는 약 2만3000여 명에 불과하다.
교황은 30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살레 공항에서 무함마드 6세 국왕의 영접을 받고, 이번 모로코 방문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이집트의 알 말리크 알 카밀 술탄의 만남 800주년을 기념하고 종교간 대화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교황은 “십자군전쟁 시기 프란치스코 성인과 술탄의 만남은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서는 서로를 격려하고 우정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반면 극단주의와 증오는 분열과 파괴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과 무함마드 6세 국왕은 종교적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은 ‘인류의 공동유산’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교황과 무함마드 6세는 국제사회에 “예루살렘의 독특하고도 신성한 성격을 인식해 달라”면서 “예루살렘은 모두의 평화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종교와 다양한 문화적·영적 특성을 지닌 예루살렘의 정체성은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언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이스라엘과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교황은 모로코의 이민자 환대 및 종교적 온건주의 증진을 위한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교황은 “장벽을 높이고 타인에 대한 공포를 조성하는 것으로 이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더 나은 삶을 열망하는 이주민을 인간으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중해 너머 스페인과 맞닿아 있는 모로코는 스페인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가려는 아프리카인들의 주요 경유지로, 최근 난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어 교황은 이슬람 이맘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무함마드 6세 교육원과 카리타스가 운영하는 라바트 난민센터를 방문했다. 무함마드 6세 교육원은 무함마드 6세 국왕이 설립한 학교로, 이슬람 근본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온건주의 이맘을 양성하고 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연설을 하지 않았지만, 교육원 방문으로 온건주의 증진을 위한 모로코의 노력에 감사를 전했다.
이튿날 교황은 가톨릭 지도자들과 만남에 이어 마지막 일정으로 모로코의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가톨릭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슬람과의 공존을 강조했다. 교황은 “모로코에서 그리스도인은 소수이지만 이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교회는 개종이 아니라 끌림을 통해 성장하며, 개종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물라이 압델라 왕세자 경기장에서 1만 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한 가운데 열린 미사에서 교황은 모로코에 자비의 복음을 증거하고 있는 신자들을 격려했다. 교황은 이날 “모로코의 신자들은 무슬림 형제자매들과 유럽으로 향하는 수많은 이민자들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밀고 있다”면서 “자비의 문화를 계속해서 증진해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