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
“사형제도 존재 자체가 생명존중에 반하는 일”
‘사형폐지·종신형 입법화 위한 입법청원 기자회견’서 강조
2005년 이후 4번째 청원 서명
종신형 입법청원도 함께 추진
3월 28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사형폐지·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기자회견’에 앞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가 사형제도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형제도의 존재는 그 자체로 생명존중에 반하는 일입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소위) 위원장 배기현 주교는 ‘사형폐지·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기자회견’을 앞두고 사형제도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배 주교는 “인권에는 양보가 없다”면서 “사형제도의 존재는 그 자체로 생명존중에 반하는 일이며, 예수님의 제자로서 누군가가 어떤 죄를 지었더라도 그가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며 피해자의 가족들에게도 용서를 받은 사형수가 있었는데, 마지막 사형집행 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며 “이처럼 사형제도는 용서와 회개의 가치마저 발현되지 못하게 가로막는 일이다”고 호소했다.
또 “사회 일각에서 사형제도의 목적이 강력 범죄의 예방에 있다고 하지만, 유엔의 입장과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 사형의 범죄 억지력은 유의미한 결과 자체가 없다”며 “이러한 근거들은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하는 강력한 논거 중 하나다”고 밝혔다.
사폐소위는 이번 입법청원에서 사형폐지와 함께 종신형 입법화를 추진한다. 이에 대해 배 주교는 “참 어려운 문제”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사형제와 함께 종신형도 ‘감춰진 사형제’라고 하면서 종신형 폐지를 촉구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사형제도가 폐지된다면, 종신형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시키지 않는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법학자와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사폐소위의 사형폐지 입법청원 서명은 2005년, 2008년, 2012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배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님이 살아계실 때부터 사형제도폐지 운동은 종교를 초월해 활발히 이뤄졌다”며 “하지만 교회가 손을 놓는 순간 사형제도폐지 운동은 그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사형제도폐지 운동은 우리나라가 2007년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된 이후 더이상 진전이 없다”면서 “법제도상에서 삭제만 되면 되는데 그 길이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벌써 4번째 서명운동이다”며 “오래 이어져 온 만큼 이번에는 꼭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상하기조차 힘든 흉악한 살인으로 이유 없이 생명을 잃은 가족들은 이러한 과정을 받아들이기 참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이어 “잃은 생명을 살인자의 생명으로 되갚는 응징만이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귀한 생명을 잃은 결과로 또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게 되는 일은 막아야한다”고 지적했다. 배 주교는 “인간의 일이지만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야만 이뤄질 사형제도폐지 운동에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