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여러 가지 질병을 겪게 된다. 인간의 병고는 자기 잘못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타인이나 주위 환경 때문에 생기는 수도 있다. 혹은 이유나 원인을 모르는 병고들도 있다.
병상(病床)의 윤리
첫째, 병고는 인간에게 있어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하여 예방하고 치료해야한다. 치료하는데 있어 일반적으로 전체성의 원리를 적용한다. 즉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지체의 절단이나 훼손도 용인될 수 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한 부분은 그 전체를 위하여 존재하므로 일신의 생명과 건강을 위하여 환부를 잃는 것도 불사한다는 상시이다.
둘째, 인간에게는 의술과 약재가 주어졌으므로 이를 활용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창조주 하느님께 신뢰하며 그러한 기술과 약품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활용하여야 한다(집회 38, 1-15 참조).
셋째, 인간의 현세적 생명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치료에도 한계가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료만을 요청하는 이기적 행위는 부당하다. 사회적이고 경제적 여건을 감안하여 통상적 치료가 아닌 예외적 치료행위는 의무가 없다.
넷째, 그리스도인은 성하거나 병들거나 항상 주님의 뜻을 알아보고 따라야 하며 특히 병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살피고 겸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병상에서 인생의 무상함과 인간의 한계성을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죽음을 통하여 영원한 삶에 이른다는 그리스도인의 산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식수술(移植手術)
자연과학의 발달은 병의 치료방법으로 이식수술을 개발하였고 특히 장기 이식수술은 한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획기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식수술에 대하여는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피부 이식수술 같은 것은 전체성의 원리로 정당하다고 본다.
둘 때, 인공심장 혹은 인공 신장과 같은 이식수술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인간의 정당한 권리이며 발전할 전망이 크다.
셋째, 타인의 인체 부위를 떼어내어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의 윤리성 문제는 경우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1. 수혈
수혈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큰 사랑의 행위로 볼 수 있다. 구약성서에서는 피를 삶의 자리, 생명력 등으로 인식하여 신성시했으나 그것은 무지의 소산으로 현대 과학에서는 피의 특성과 생성과정을 알고 있어 활용할 수 있다. 이웃을 위해 생명까지 희생하는 사람을 알고 있는 인간으로서 재생과 생산이 가능한 피를 환우에게 희생하는 것은 큰 사랑이다.
2. 안구나 장기이식
어떤 이가 죽으면서 안구나 장기를 기증했다면 그는 큰 사랑과 희생으로 볼 수 있으며 현대 의학으로 못 보는 사람에게 빛을 주고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것으로 인간의 희생심과 기술의 개가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심장이나 간·신장 등의 이식에 있어 복합적 요소가 있으므로 이식수술의 윤리성은 여러 가지 조건을 확인하고 충분한 전제조건 하에서 윤리적 타당성이 인정된다.
첫째로 이식수술은 전체성의 원리적용이 불합리함을 알아야 한다.
둘째로 시술의 성공률과 방법의 적합성 여부가 사전에 관찰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환자와 가족의 관계 외에 시술자와 제공자의 윤리성도 감안해야 한다. 즉 수혜자는 이식수술로 기대되는 효과, 수술절차와 그 소요되는 경제적 사회적 부담 등 이웃에 대한 의무와 권리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제공자는 그 신체의 부위에 따라 윤리적 평가를 달리하게 된다.
유언으로 안구나 기타 장기를 기증한 경우가 다르고 살아 있으면서 신장의 두 개 중 하나를 기증하는 경우가 다르다. 전자의 경우 윤리적으로 크게 잘못된 것이 없겠으나 후자의 경우는 사랑의 희생이 아니고 매매계약으로 양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매혈이나 신장의 매매는 비윤리적이다. 진정한 사랑과 감사의 정으로 상호간의 나눔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술자(施術者)는 기술만이 아니라 인술의 차원에서 협조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여기서는 기술의 한계보다 윤리의 한계성에 부딪히게 된다. 이식의 성공여부는 기술만이 아니고 제공자의 이식부위의 생체적 신선도와 수혜자의 거부반응여부로 “의사는 치료하고 자연은 치유한다”는 격언을 실감케 할 뿐 아니라 심장이나 간은 생체적 신선도에 시술의 성공여부가 좌우되므로 제공자의 사망 판정과 연관이 된다. 뇌사 판정만으로 죽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와 제공자의 의사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합병원의 윤리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시술여부는 결정되어야 하며 인간답고 윤리적 합의를 창출해 내는 데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신체 부분이 하나의 부속품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인간은 한 공동체 안에서 성장 성숙하며 공동체를 위한 봉사의무를 가지므로 개인 인격의 존엄성과 의무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단종(斷種)과 거세(去勢)
생식기능을 지닌 인체의 부위, 고환이나 난소를 잠정적이거나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행위는 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 때문이 아니면 자기의 신체를 훼손하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족계획의 일환으로 정관수술이나 나팔관 결착시술을 정부에서 장려한 것은 인권에 대한 범죄이며 이에 동조한 것은 자기 몸에 대한 범죄를 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품위와 성(性)의 신성성을 모독하는 것이며 자해행위가 되는 것이다.
임종과 주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죽음은 현세적 삶의 마지막 단계이고 자기의 최종적 삶의 결단이며 영원한 삶으로의 전이(轉移)다. 죽음은 삶의 총결산이며 결정이고 희망의 사건이어야 한다. 부활의 희망의 사건이어야 한다. 부활의 희망 안에 맞는 죽음은 종말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다. 죽음을 통해서 새 삶이 시작되며 시신은 현세를 산 하나의 징표이며 현실을 살아온 한 인간의 최종 잔영(殘影)으로서 생전에 보여주던 인격에 대한 존엄성과 예우를 갖춰주는 것이 인간의 감정과 전통적 풍습이다. 그러므로 이는 미신적 요소가 없는 한 문화적 판단과 평가를 소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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