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와 건강을 거스르는 범죄
첫째, 육신의 건강을 돌볼 의무를 게을리 하므로 잘못하는 경우다. 특별한 이유 없이 과로를 하거나 무절제한 생활-과로, 과식, 흡연, 자학 등- 로 건강을 해치는 일이다. 전염성 질병의 방치나 비위생적 생활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들도 여기에 속한다. 금연구역에서 혹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흡연하거나, 공해배출 기타 오염 등으로 자기와 이웃의 건강을 직접, 간접으로 해치는 행위다.
둘째, 직접적 자해 행위들이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육성할 책임을 소홀이 할 뿐 아니라 자신을 해치는 행위-혈서, 절지(斷指) 등은 인간의 품위와 건강을 해치는 행위들이다.
자살(自殺)
인간 사회에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 중 한 가지가 자살행위다. 여기서 자실이라고 함은 자의(恣意)로 부당하게 자기 생명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어떤 이가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투신하는 것은 자살이라고 하지 않고 희생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자살이라고 할 때는 이미 윤리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전제하는 판단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전쟁시에 사지에서 국토를 사수하거나 타인의 생명을 구출하기 위한 자기희생은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자살이 윤리적으로 부당한 행위가 됨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개인의 생명은 자기 소유물이 아니고 하느님께로부터 창조되었고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창조질서와 공존의 질서 안에서 평가되고 이해되어야 하는데 임의로 결정함으로써 하느님의 절대권을 침해한 행위가 된다. 둘째, 죽음을 통해서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자유를 잃게 되는 것으로 자기의 가능성을 포기하며 현실을 도피하는 비굴함을 저지르는 것이다. 셋째, 구원과 영생에 대한 포기로 불신앙의 행위가 된다.
1. 자살에 대한 그릇된 견해들
자살의 현상은 시대의 고금이나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넓게 산재해 있는 현상으로 인생관 내지 세계관에 따라 죽음과 생명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그 기초위에서 자행되는 경우가 있다.
첫째, 인간의 자유개념이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인간이 피동적으로 비굴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자결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자결하는 것이 최대의 자유행위로 간주하고 자살을 인간의 최대 자유행사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죽음으로는 자유만 상실할 뿐이다
둘째, 용기의 개념이다. 현실 생명이 수치스럽고 비겁한 것일 때 명예를 걸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생사를 걸고 결투를 하는 것이나 패전한 군인이 포로가 되는 굴욕보다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 등이다.그러나 죽음으로 진리나 용기가 증명되는 것이 아니고 새 삶의 죽음을 통하여 무효화되지 않는다. 명예는 자기가 지켜야 하는 것이지 남에게 구걸할 수 없다.
특히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 심판을 맡기며 십자가의 고통과 치욕이 구원의 길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셋째, 부활의 희망이 없이 단지 현실 고통이나 불행에서 해방되고 싶어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착각이고 근거 없는 희망으로 자신과 이웃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다. 현세적 고통이나 불행은 죽음으로 끝날지 모르나 죽음을 통해서 시작되는 삶, 하느님의 심판은 피할 길이 없다. 자살로 인한 단순한 현실도피보다 인생의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2. 자살의 증후군(症候群)
자살의 현상은 정상적 상황에서는 없다고 보아야 하겠다. 통상적으로 자살의 경우들을 관찰하면 일정한 환경과 징후들이 있음을 알 수 있고 학계에서는 자살의 예방을 위한 연구들도 많이 있다.
첫째, 자살의 빈도를 따라 그 원인들을 추정해 보면 그 상화들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 하나로 자살자들이나 자살기도자들이 처한 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이고 심리적 상황이다. 사회적 환경으로는 인구 조밀지역이나 대도시로 인간소외의 지역에서 빈번하고 계절적으로는 북반구의 5월에서 9월 사이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난다. 개인적 환경으로는 경제적 궁핍함이나 극도의 고독을 느끼는 경우(이별이나 사별)가 많으며 정신건강으로 볼 때 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환자가 많고 현실도피나 동경자살의 경우와 자기 파괴의 충동에서 연유된다. 윤리적으로는 생명경시 풍조나 퇴폐적 환경이 자살의 빈도를 높게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 자살의 경우 당사자들은 일반적으로 극도의 불안이나 소외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웃의 관심과 배려가 요청된다. 자살예방을 위하여 힘쓰는 사람들은 ‘자살’보다 ‘타살’이 많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들이 제시하는 예방책으로서는 윤리적 교육이 우선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생명의 존엄성과 신성불가침성을 강조하고 이간 상호간의 친교와 관심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사회적 환경개선책을 마련하라고 한다. 인구분산책을 서두르고 도시화를 억제하며 노동조건의 개선과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복지차원과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복지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며 경제적 안정과 실업의 극소화 및 건전한 정신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3. 자살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
많은 경우 이웃들의 무관심과 냉대가 자살을 유발하거나 예방치 못한 결과로 자살자를 많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사회적이고 종교적 책임이 없지 않다고 볼 때 교회는 예방적 차원 중 윤리도덕의 진작과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하겠다. 타인을 단죄하기에 앞서 ‘우리의 책임’을 물으며 병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많이 하여야 한다.
만일 누가 불행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발견될 때 죄인으로 취급하기보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요청된다. 위에서 보았듯이 자살의 상황은 많은 경우 정상적 상황이 아니므로 윤리적 판단의 요건인 인간적 행위(온전한 상황판단의 의식과 자유의지로써 동의한 행위)를 살펴보고 상황적 관찰(환자로서 치료를 받고 투약한 사실이나 급격한 충동으로 건전하고 안정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정황)을 하여 이웃에게 나쁜 표양이 없으면 교회의 장례를 거절할 필요가 없다. 장례는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이며 동시에 유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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