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눈이 내려 온 천지가 은세계로 변해 있었다. 나는 교도소에 가면서 이런 날 산짐승들과 산새들이 먹이를 어디서 구할까? 걱정이 되었다. 예비수녀님들이 보리차나 옥수수차를 끓인 후 찌꺼기들을 수녀원 뒷산에 뿌려주던 생각이 난다.
어느 구치소든지 마찬가지지만 소년수들을 지도하기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임군이 구치소에서 계속 침묵의 생활로 일관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가 마음의 문을 스스로 열 수 있도록 기도해주고 여러모로 마음을 써 가며 유도하기도 하고 계속적으로 책을 넣어준 결과 차차 좋은 반응과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임군은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계모 슬하가 싫어서 가출 했고 무작정 상경하여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살아오던 고학생이었다. 돈이 아쉬운 때 그 기미를 알고 귓속말로 유혹하는 나쁜 친구의 말에 솔깃하여 마음이 흔들리고 만 것이다. 동년배 2명과 어울려 농협 아가씨가 돈가방을 들고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가로채고 그것을 은폐하기 위하여 살인까지 저지르고 무기형을 받았다. 그는 상담할 때마다 짓궂게 엉뚱한 질문을 하지 않으면 주로 반항적이었다.
옆에서 늘 지켜보고 계시던 교무계장님께서 “수녀님 그만 만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심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꾸준한 인내와 신념을 갖고 시도 지어 읽어주고 성서 말씀과 예화를 들어 대화를 이끌어 가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끈질긴 인간관계를 맺어온 결과 마음의 문을 열면서 표정도 밝아지고 생활 태도가 긍정적으로 달려져 갔다. 끝내는 쇠가 달구어지면 무섭다는 말대로 돌변하여 영세까지 받았고 감사할 줄 아는 적극적인 생활로 변해갔다.
교무 과장님은 못내 대견해 하시며 “역시 수녀님은 다르시군요”했다. 직원들의 사랑을 받으며 열심히 기술을 배워 목공부 지방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았고 지금은 전국대회 나갈 준비로 성실하게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현장 사목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따뜻한 형제적 사랑과 꾸준한 인내라고 믿어진다. 그들이 나에게 수없이 거짓말만을 늘어놓아도 나는 털끝만큼도 의심치 않고 안색도 변함없이 천연스럽게 성서말씀을 듣는 정성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액면 그대로 믿어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여기서 달라짐을 나는 보게 된다. 진실하지 못한 자기와의 전혀 다른 나의 태도를 보고 그들 스스로가 쉽게 변화 되는데 나는 놀랐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은 본래 착한 것이다.
그러나 후천적인 조건으로 죄에 떨어질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인 악인은 없다고 본다.
오늘날 날로 흉포화되는 저 범죄들을 과연 일벌백계로 예방 할 수 있겠는가?
간혹 상담을 통해 어린 재소자들에게 “왜 그렇게 했니?”하고 물으면 “잡히면 벌이 무섭기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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