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차 세계 홍보의 날을 맞아, 특히 교회 홍보매체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홍보수단 이용자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다. 또한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크나큰 사명감을 안고 묵묵히 각자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그분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선교는 곧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고 선교하지 않는 교회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금년 1월 22일 자신의 여덟 번째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Redemptoris Misso)을 발표하고 전세계 교회에 복음화를 위해 헌신해 달라고 촉구한 것도, 예나 지금이나 선교가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가를 웅변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중요한 ‘선교’의 사명을 수행하는 이들 가운데 홍보매체 종사자들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감사와 위로와 격려의 인사가 그이들에게 돌아가서 마땅한 것이다.
1991년 세계 홍보의 날 담화문에서 금년도 주제를 ‘홍보매체와 인류가족의 일치와 발전’이라고 밝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매스 미디어교령」(Inter mirifica) 적용에 관한 교황 바오로 6세의 1971년 사목훈령 「일치와 발전」(Communio et progressio) 의 핵심적인 주제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커뮤니케이션과 그 모든 수단의 주요목적이 인류가족의 일치와 발전에 있다고 본 20년 전의 그러한 정신이 오늘 이 시대에도 그대로 살아 숨 쉴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동안 엄청나게 발전한 ‘하느님의 선물’ 그러니까 인공위성, 컴퓨터, 홈비디오와 계속 발전해가는 정보전달 수단들도 재래식 대중매체의 목적과 꼭 같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곧 형제애와 상호이해 안에서 우리가 서로 가까워지게 하고 서로가 더욱 더 발전, 진보하도록 도와주는 목적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의 각종홍보매체들은 과연 얼마만한 지혜와 책임감으로써 ‘인류가족의 일치와 발전’이라고 하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지 헤아려보게 된다.
웬만큼 교회 홍보물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특히 출판물이 홍수를 이루어 미처 다 소화해 낼 수 없을 정도로 범람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가 하면 영세한지 10년이 지나도록 교회 신문이나 잡지 한권 정기구독하는 일 없이 ‘주일 신자’로만 만족할 뿐 주보(週報) 마저도 미사가 끝나면 그대로 두고 빈손으로 귀가하는 신자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따른 책임이 교회 홍보매체나 홍보기관 또는 그 종사자들에게만 전적으로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다만 홍보물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홍보하지 못한 점과 그 내용이나 모든 면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도록 하는 노력이 미진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판매 부수확장을 위해서 사목자로부터 얼마나 협조를 구할 수 있었는지 돌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로 여겨진다.
신문, 잡지와 각종 서적, 오디오와 비디오테이프에 이르기까지 성당 마당에 하루 종일 판을 벌여놓아도 본당 신부님이 공지사항 발표에 무관심할 경우,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회의 역사와 성장추이를 살펴볼 때 교회 신문과 잡지, 각종출판물, 방송, 영화와 같은 대중 전달매체의 실상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다. 2백년이 넘는 역사에 2백70만 신자를 가진 교회에서 64년 전통의 「가톨릭신문」 정기 구독자가 10만을 넘지 못하고 85년 역사를 지닌 「경향잡지」를 매달 받아보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는 우리 공동체 전체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신문·잡지를 많이 구독하는 본당은 사목이 잘 된다”고 하는 어느 일선 사목자의 경험담이 아니더라도 건전하고 유익한 홍보매체는 신자 재교육과 선교는 물론 신앙생활자체를 도와주는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필요하고 유익한 것인데도 이들이 더 많이 보급되지 못하는 것은 짐짓 누구의 책임일까.
대중매체의 기능은 창조주께서 인간들에게 인간답게 다 같이 잘 살게 하기 위해서 부여한 기능인만큼 여기에는 윤리성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특히 가톨릭매스컴의 경우 윤리성이라는 것이 모든 것에 앞서서 정착되지 않고서는 모든 것을 혼란으로 이끌어가는 원천이 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질(質)의 문제이다. 교회대중매체들이 일반매체들보다 열세에 놓이게 된 현상이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밖에도 짚고 넘어가야 할 항목은 얼마든지 있다 백50주년과 2백주년, 성체대회를 치른 한국교회에 영상자료실 하나 제대로 설치돼 있지 못한 점이며 경영자 내지는 교회의 무관심 속에 우수한 인력이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가는 문제, 그리고 교회매스컴 전문가로 자라면서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풍토조성문제들을 열거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쨌건 갖가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불리움’을 받았다는 특별한 소명의식으로 직분을 다하고 미래를 위해서 참고 노력하는 교회홍보매체 관계자들이 많다고 하는 사실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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