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인간에게 있어 육체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인간스러움은 외적 육체성에서보다 인간적 정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세계 보건기구에서도 건강을 육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건전함에서 찾는다고 정의한 것을 보아도 인간의 정신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정신건강의 내용과 범위는 인간이 균형 있게 성장 성숙하는데 필요한 정신적 요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의 세계로 본다면 인간만큼 미숙하고 의존도가 높은 조건으로 태어나는 존재도 없다고 말한 학자가 있다. 육신 생명을 위해 의식주가 필요하듯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지·정·의(知情意)의 교육이 필요하다.
1. 지적 교육
‘아는 것이 힘’이라고 추장하며 교육에 열을 올린 것이 해방운동과 결부됐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은 무지에서 벗어나야 육체적 생명과 인간다운 삶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음은 인류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지혜를 쌓아야 한다. 지혜를 터득한 가치는 인생의 기쁨과 행복이기 때문이다(집회 4,1-19).
2. 의지 교육
인간은 자유의지를 타고 나지만 의지의 단련이 없이는 사욕편정에 밀려다니며 인격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 즉 방종이나 태만의 노예가 되고 책임감이 없어 소명에 투철하고 자기완성에 이르는 인격을 기대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는 지성과 자유의지의 은총을 잘 활용하여 자유인이 되어야할 과제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절제의 생활과 엄격한 의지의 단련 없이는 자기와 이웃이 희망하는 성년에 도달할 수 없다(에페 4,12-24: 로마 7,14-25: 1코린 9,24-27 참조).
3. 감수성교육
인간은 타고난 감수성을 바르게 육성하여 원만하고 사교적 능력을 키워 사회적 친교와 공존의 능력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폐쇄적이거나 스스로 소외되고 정서불안으로 건강에 위협이 된다. 정신과학의 발달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므로 건전한 정서교육을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실시해야한다.
명예
병고와 가난은 참을 수 있으나 멸시는 참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긍지다. 인간에게 있어 생명의 두 가지 면이 있는데 그것이 곧 육체적 생명과 명예다. 자살의 경우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인간에게는 치욕적 삶보다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또 이러한 생활태도를 값진 것으로 평가한다. 인간에게 있어 ‘죽음만 못한 삶이 있고 삶보다 나은 죽음’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 명예를 두고 평가한 말일 것이다. 명예를 잃는 것은 사회적 죽음과 같다. 그러나 이는 참된 명예를 전제하는 말이어야 한다.
1. 명예의 개념과 내용
명예란 인간이 지닌 정신적 가치로서 인간은 이를 통하여 자신의 품위와 존재의 의미를 느끼며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러나 평판이 좋다든지 칭찬을 받는 것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인간들은 깊은 내면의 세계를 다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해와 착각을 하여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명예는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명예가 있고 자기 자신이 이해하고 의식하는 주관적 명예가 있다.
2. 그리스도인과 명예
겸손과 온유가 그리스도인의 특수 덕목이라고 하며 공명심을 절제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리스도교가 겸손을 강조하고 명예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허영이나 오만이 잠입할까 두려워서 하는 말이다. 그리스도인은 참된 명예를 추구하고 얻은 명예는 보존하며 허황된 명예를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명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가질 만하다.
첫째, 종교심이나 인간의 존엄성의 전제 없는 명예심은 허영과 자애심을 자극하고 공명심이나 오만에 사로잡힐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둘째, 인간의 평판과 인정은 오류에 빠질 수 있으므로 자기의 순결한 양심과 지혜에 따라 떳떳하게 행동하여 전지하시고 엄위하신 하느님께 자비와 은총을 얻든 것이 인간에게 명예를 구걸하는 것보다 소중하다.
셋째, 인간의 참된 명예는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삶으로 하느님께 인정받는데 있다(요한 5,41: 마태 23,12 참조).
넷째, 하느님이 은혜로이 주시는 명예는 순수 정신적인 것만도 아니고 현세적 것만도 아니다. 진정한 명예는 순수 정신적인 것만도 아니고 현세적인 것만도 아니다. 진정한 명예는 육화의 신비로 드러났다.
그러므로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데서 참된 명예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명예는 가장 소중한 것으로 최선을 다하여 추구하며 생명을 걸고 지켜야 할 가치다.
3. 명예를 돌볼 의무
정당한 명예는 그것이 자기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겨야한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첫째, 건전한 명예심을 키워야 한다. 명예심이 없이는 인간이 비굴해지기 쉽고 주관도 없으며 자신의 품위를 상실하게 된다.
둘째, 자신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겸손하고 온순할 것을 요구하시고 가르치셨지만 정당한 명예를 위하여 당당히 변호하셨다. 위선자들의 거짓 증언과 폭력에 대항하여 당신의 진실과 명예를 옹호하셨다(요한 8,37-56: 18,20-23 등 참조).
셋째, 이웃 사랑이 요청되는 경우나 공선과 공익을 위하여는 자기의 사회적이며 인간적 명예를 기꺼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이웃을 위하여 생명을 바치는 것과 비견된다.
넷째, 자기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듯 타인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돌볼 의무가 있다. 명예 훼손이 안 되도록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다섯째,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인간적이고 사회적 명예를 얻기 위하여 지나친 노력은 걸맞지 않는다(갈라 5,26). “나는 사람에게서 찬양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요한 5,41)고 하신 스승을 본받아 양보하고 초연한 정신을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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