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거룩하고 영(靈)이시다. 물질로 이뤄진 속된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있으며 세상을 초월하는 거룩한 분이시다. 측정되지도 생성소멸 되지도 않는 불멸의 영이시다. 하느님은 영으로 존재하고 활동하시므로 시 ㆍ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자유로운 분이고 볼 수 없는 분이시다. 거룩함은 하느님의 특징이고 영은 하느님의 본질이다. 그런데 성서는 하느님에게 외아들이 있는 것처럼 영도 있다고 증언한다. 하느님에게 속해 있는「하느님의 영」을 말한다. 이 영에 대하여「거룩하다」는 수식어를 부여하여「성령」이라 부른다. 「거룩하다」는 하느님의 속성과「영」이라는 하느님의 본질이 하느님의 영을 지칭하는 이름이 된 것이다.
더우기 성서에서는「하느님의 영」이라는 표현이 인간에게 당신 자신을 주시며 신앙과 세례를 통하여 구원받기를 원하는 인간을 변화시키는 하느님의 본질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영은 단순히 하느님 아버지 및 아들과 구별되지 않는 두분에게 속해 있는 본질과 특징을 가리키는 것일까? 아니면 아버지와 아들과 구별되는 하느님으로서 두분의 본질과 속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분이신가? 이 의문들을 규명하기 위하여 우리는 야훼의 영、 그리스도의 영、 교회의 영、 세 부분으로 나누어 고찰하고자 한다.
야훼의 영
영을 가리키는 구약의 단어는「루아흐」(ruach) 로서 공기의 움직임、 바람、 입김 또는 숨길을 뜻한다. 여러가지 뜻을 지닌 루아흐 개념은 성서 작가들에 의하여 활력과 생명력을 지니는 하느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고유한 체험을 표현하는 언어로 간주되었다. 하느님은 불가항력적이고 가공할 힘을 지니는 바람처럼 신비로운 활력으로 넘치는 분이시다. 또한 만물을 살리고 지탱하는 입김처럼 만물을 창조하고 살리는 분이시다. 이와 같이 하느님 체험이 바람과 입김을 뜻하는 루아흐 개념과 쉽사리 결부되어 이 개념은 활력과 생명력을 지니는 신비의 하느님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단어로 채택되었다.
야훼의 바람 : 바람은 볼 수 없고 잡을 수 없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부는지 알 수 없지만 만물을 움직이게 하고 생명을 준다. 그것은 비를 몰아와 가뭄을 종식시키며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바람은 힘과 생명의 원천이다. 하느님은 자연을 대표하는 바람을 이용하여 당신 계획을 실행하신다. 바람은 하느님에게 종속되어있고 또한 하느님의 콧구멍에서 나오는 숨처럼 하느님에게서 불어온다 (출애15、 8 :시편18、 15) . 그것은 창조와 구원을 위해 하느님이 활용하시는 도구이다.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바람이 불어와 노아의 홍수를 끝낸다. 에집트의 노예시대에 바람이 재앙을 불러온다. 강한 동풍이 불어와 홍해바다를 말리었다. 메추라기를 몰아다가 이스라엘이 풍족히 먹게하였다. 바람은 하느님의 명에 따라 재앙을 종식시키고 해방을 도와주며 양식을 가져다 준다. 하느님에 종속되어 있는 바람은 생명 ㆍ 해방의 힘으로 나타난다.
야훼의 입김 : 하느님이 진흙으로 몸소 빚으신「사람」의 코에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그가 살아있는「아담」이 되었다 (창세2、 7) . 인간이 숨쉴 때에 살아있고 호흡이 정지될 때 죽는다. 숨은 곧 생명이다. 인간의 목숨은 루아흐 곧 숨에 달려 있다. 그런데 살아있는 생명체의 숨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다. 숨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얼을 거두시면 그들은 숨져버려 드디어 티끌로 돌아가고 마나이다. 보내시는 당신 얼에 그들은 창조되어 누리의 모습은 새롭게 되나이다』(시편104、 29~30).
모든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이 주시는 숨、 모든 생명을 살게하는 숨이 하느님의 영이다. 이 영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고 살아계신 하느님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유효한 원천이시다 :『나도 하느님의 콧김으로 생겨난 몸、 전능하신 분의 입김을 받아 숨쉬게 된 몸이오』(욥33、 4) .
구원의 영
영은 자연을 다스리고 만물에 생기와 활력을 주는 창조의 영일 뿐아니라 인간 안에 침투하여 구원을 일으키며 인간을 쇄신시키는 구원의 영이기도 하다. 영을 통하여 하느님은 말씀하고 활동하며 구원을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을 선별하고 파견하신다. 영은 판관들에게 신체적 괴력、 대담성과 용기、 지혜를 준다. 영으로 도유된 메시아는 통치와 정의의 실현에 맞갖은 통찰력과 판단력을 부여받는다.
영에 사로잡힌 예언자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용기와 박해를 무릅쓰는 인내를 선사받는다. 야훼의 종은 의로움의 영을 받아 교통 속에서 백성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백성들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마침내 영은 메시아 시대에 공동체 위에 부어져서 공동체의 변혁을 위한 원리가 될 것이다.
메시아와 예언자의 면모를 지니는 야훼의 종 (이사42、 1~6) 위에 내려지는 영은 외로움과 거룩함의 영이다. 영은 거룩하고 선하므로 참회、 선한 의지、 순결한 마음、 신실한 태도를 가져다 준다. 백성과의 유대관계로 인해 고통을 겪게되는 종은 영 안에서 고통을 극복하며 끝내 자기 목숨을 대속물로 내어 놓는다. 하느님은 이 종을 통하여 백성을 죄에서 해방하고 의롭게 하시는데、 이 모든 것을 영을 통하여 실현하신다. 영을 부어주시어 당신『마음에 드는 종』(이사42、 1) 이 되게 하셨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자발적이고 전적 희생을 바치는 종을 통하여 영은 성화의 능력으로 나타난다. 이리하여 영은 모든 것 안에 스며드는 물과 같이 백성들의 굳은 마음 속에 침투하여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이 되게 한다 (에제36、 24~26) .
야훼의 영은 영으로 존재하고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힘이고 생명력이다. 또는 하느님이 세상과 인간에게 가까이에서 활동하는 행동방식이다. 영은 살아 활동하시는 하느님이다. 하느님이 일하시는 곳에 바람은 움직이고 생명이 약동하며 영이 작용한다. 인간을 하느님에게 향하게 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준수하게 하는 내적이고 인격적인 힘인 영은 하느님의 효과적인 행위이다.
모든 것을 성취하기 위해 오실 메시아는 왕、 예언자、 종의 모든 직분을 자신 안에 총괄하여 수행할 것이므로 영을 충만히 받게될 것이다. 『야훼의 영이 그 위에 내린다. 지혜와 슬기를 주는 영、 경륜과 용기를 주는 영、 야훼를 알게 하고 두려워하게 하는 영이 내린다』(이사11、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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