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일반 사회에서도 공동체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지만 우리 가톨릭 교회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서 특수성을 가진「교회 공동체」의 의미로 받아 들이고 있다. 몸은 비록 하나이지만 여러 지체를 가지고 있고 그 지체는 모두 한 목적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몸을 이룬 교회도 여러 지체들이 모여 각자의 구실을 충실히 이행하므로 하느님의 복음적 사랑을 온 세계에 널리 전파하며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일치 속에 성취해 가고 있음이 아닌가. 종이든 자유인이든 한 성신으로 세례를 받아 간택된 하느님의 백성은 하나뿐이며 주님도 하나요 믿음도 하나요 구원도 하나요 희망도 하나이다.
따라서 여러 지체들일 서로 틀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결국은 한 목표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와 교회안에는 민족이나 국가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갈라3、 28) . 이러한 바오로 사도의 사상을 우리 교회는 중시하며 실천에 옮기고 있다. 가톨릭 특성 중에 하나인 이 단일성을 부인할 사람이 있겠는가. 이런 점을 지난 제44차 세계 성체대회는 잘 입증해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성체를 중심으로 이번 대회에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시며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 교황 성하를 비롯 교황청 특사、 추기경、 대주교、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 2백여명과 2천여사제들、 3천명의 수도자들과 7여만명의 평신도들이 모였다. 그들 가운데는 황인 백인 흑인 각계 각층의 남녀 신자들과 소경 절름발이 나병환자 등 각종 장애자들이 섞여 있었다. 비록 참석인원수는 백만이 못된다고 하더라도 10억의 가톨릭 교인이 한 공동체로 거행한 위대한 행사였다.
모든 지체들이 교회 공동체안에 하나임을 나타내고자 신자들의 기도도 여러나라 말로 모든 크리스찬을 대표 였다고 본다. 이 행사로 성신의 은사를 듬뿍 받았다고 여겨지는 가운데 어려움 속에 행사를 준비해온 모든 분들꼐 감사드리며 그때의 깊은 감회를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
그러함에도 교회 공동체 안에서 조금은 어긋난 불협화음이 은퇴중에 있는 내게도 들려 올때 나는 먼저 나를 반성해본다. 6년전만 해도 10여개 본당을 전전 하면서 수십만의 양들을 돌보아 왔고 가톨릭대 학장으로 사제양성 교육에도 책임 진바 있었으며 여러 주교님을 보좌해 오는 동안 큰 잘못이 있지 않았나 하고.
그때문에 타 지체들에게 왈가 왈부할 자격도 없지만 지체가 서로 돕는다는 의미에서 내 소견을 말해 보련다. 주교님들은 사도들의 후계자로 한 지방의 목자로 양들을 인도할 지팡이 (책임) 를 받았다. 그 지팡이의 신호에 의해 양들은 움직이고 때론 말씀이나 눈짓만으로도 우나 좌로 간다.
그런데 양들이 (성직 ㆍ 수도자 ㆍ 평신도) 주교님과 일치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
주교님들은 명확한 태도 표명과 함께 무한한 어버이의 사랑으로 이들을 감싸고 돌봐주고 권위에 앞서 덕으로 치유하고 주교님들의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엇갈린 의견이 나오면 순진한 양들은 신호가 맞지않아 갈팡질팡하게 된다. 책임자로 고충도 많으시겠지만 성신의 인도를 갈구해야 한다. 또한 사제들은 주교님의 협력자로、 양들을 관리하는 최일선의 목자로 별의별 양들을 하느님 앞으로 몰고 가려면 뱀과 같이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진하게 착한 목자로서의 덕이 필요하다. 모범이 없는 덕은 죽은 덕이 아닌가. 사제도 서로 일치협력해야 한다.
물론 각기 다른 지체가 모여 있기에 다양성이 무시될 수 없지만 일단 교회 밖으로 표출되는 소리는 하나라야 양들이 숙달된 신호를 알아보지 않겠는가. 우리 안에 해결 할 문제가 얼마나 많은가! 교회안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대우 등 우리가 먼저 솔선하고 외쳐야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 법이다. 우선 양을 돌보고 울타리 밖의 닭싸움은 평신도들에게 맡겨 주었으면 한다. 나도 젊었을때 패기로 일한 적이 있지만 이제 80고개에서 돌이켜 보면 황당무개한 일도 많아 드리는 글이니 늙은이 소리라 넘기지 말며 또한 아무 오해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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