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세상의 주인같이 군림(君臨)하여 동시에 자연 속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양육되고 자연 속으로 소멸되는 육체적 실존으로 한계지워졌다. 인간의 현실존은 이 두차원의 긴장관계 안에 놓여 있으며 이것이 인간의 윤리적 판단과 실천이 요청되는 영역이다.
이는 곧 자연 속의 인간으로서 자연에 대한 의존성과 책임의 문제이며 자연에서 얻게 되는 재화에 대한 바른 활용과 관리 문제이고 자연개발과 이용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들이다. 마치 각 개인이 자기 육체에 대한 책임과 권리가 있듯이 인간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하여 권리와 의무를 갖는 것이다.
자연속의 인간
육체를 지닌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예속되어 생명을 유지하고 자연을 활용하여 능력을 증대 시키고 편안한 생활을 즐기게 된다. 인간은 육체적 생명을 유지하는데 물질세계의 혜택을 보며 정신적 활동을 통하여 꾸준히 자연을 변화 시키고 물질적 현상계를 초월한다.
이와 같은 내재적 긴장과 갈등은 인간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이기도하며 위축과 파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간의 노력은 개발과 발전을 도울 수도 있고 파괴와 폭력으로 폐허를 자초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인간의 범죄의 모습이며 전자의 경우는 인간의 올바른 노력이 지향하는 목표이고 모습니다. 최근에 와서 세계적으로 긴박하게 요청되고 그리스도인들에 의하여 제창되는 정의와 평화와 창조질서 보전운동은 인간의 자연파괴와 자연 질서에의 도전이 얼마나 세상과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고발하는 것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전세계적 움직임이 ‘자연속의 인간’ 조건을 명확하게 논증하고 선포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연 속의 인간으로서 바른 지향과 윤리 기준은 다음과 같은 원리에서 생겨난다.
1. 인간의 품위 보존
인간은 피조물이며 자연에 예속된 한계성을 지니고 있지만 창조주 하느님을 닮은 존재이며 하느님의 생명을 얻어 누리도록 초대받은 존재이다. 이러한 품위를 의식하며 물질에 초연할 수 있어야 한다. 배물·배금(拜物·拜金) 사상의 어리석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2. 자연에 대한 지배와 보전의 책임
계시진리를 통해 인간의 자연에 대한 품위와 책임을 깨닫고 피조물을 통하여 자신이 성장, 성숙함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이 더욱 드러나게 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다. 세상을 다스리고 보존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이고 권리이다. 그러나 자연을 올바로 지배하고 보전하기 위해서는 자연에 내포되어 있는 자연 질서와 원리를 알아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다 주셨으나 인간의 몫을 대신하시지는 않는다. 핀란드의 격언과도 같이 “하느님은 밭을 주셨지만 쟁기는 만들어 주지 않으셨고 샘은 주셨지만 두레박을 만들어 주시지는 않았다”
세상을 다스리고 보전하라는 하느님의 위임을 잘 수행하려면 하느님의 뜻과 계획이 무엇인지 깨달아 알아야 한다. 이는 자연의 법칙과 만물의 특성을 깊이 연구하여 알아내고(자연과학) 그 의미와 특성을 자신과 이웃에게 유익하게 활용해야 한다(기술문명). 인간의 무지가 자연을 숭배하는 어리석음에 빠졌었다면 인간의 욕심과 무분별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무분별한 범죄는 자연훼손이나 파괴만이 아니고 직접 자기 자신과 이웃의 생존을 해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3. 그리스도인의 사명
그리스도인은 현실을 살아가는 데 있어 창조와 강생구속과 종말신앙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이는 물질적 능력과 가치에 대하여 적극적 평가를 하면서도 그것이 구원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 수용한다는 제한적 의미가 있으며 십자가와 부활의 신비로 조명되고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진리와 생활로 보여주어야 한다.
기술문명
기술문명은 인간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후기 산업사회에 들어오면서 예기치 못한 변화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기계화된 사회에 있어서 극심한 인간소외와 인간성의 파괴를 체험하게 된 것이다(생명공학, 시험관 아기, 개성과 개인의 비밀침해 등).
1. 기술문명과 혜택
기술문명은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하였으며 많은 곳에서 가난을 극복하고 고통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인류의 유대감을 증진시켰고 공간적 제약에서 해방시켰다. 이러한 혜택이 보다 광범위하게 또 보편적으로 활용되게 해야겠다.
2. 기술문명의 윤리적 과제
기술문명의 생산성을 향상시켰고 편리함을 제공하였으나 다른 한편 변화의 신속성, 도시화, 지하자원의 고갈 등으로 현대인을 변화와 속도와 소외의 속박으로 묶어 놓았다. 전통문화와의 단절, 핵가족으로 인한 가정파괴 등이 심각해 졌으며 소비성향의 만연으로 인류사회의 혼란과 불균형은 그 폭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인간이 중심이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가 보장되는 방법과 분위기가 하루 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인간성이 상실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과학기술의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는 누구나 자제와 통찰력을 길러 기계와 속도와 비인격적 노예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기계문명으로써 얻은 시간과 능력을 인간성의 회복과 인간성 상실을 예방하는데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인간능력의 증대는 책임의 증대를 의미한다. 고도로 발달된 기계일수록 최대의 안전장치가 내장되어 있지 않으면 흉기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기계일수록 그를 잘 통제할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듯 인간의 기술과 능력이 증대되면 그 효력과 결과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판단과 조종의 능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현대인의 취약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계에 의존된 생활을 할수록 자체능력도 줄고 자율성이 줄기 때문에 윤리적 책임감도 희박해지기 쉬운 것이다. 이것은 현대 청소년들의 비행에서 그 일면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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