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代 학생-이웃에 사랑을
하느님 말씀 따르는 학생될래요
주님!
창너머로 보이는 까만 하늘에는 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짙고 미운 먹구름이 하얀 별 빛을 모두 삼켰나봐요. 촉촉히 차디찬 겨울비는 온 세상의 모든 더럽고 추한 것들을 씻으려는듯 몇시간째 아무 소리도 없이 계속 내리고 있어요.
해가 진 밤거리를 따스한 보금자리를 잃고 헤매는 어린 양들.
추운 겨울밤에도 연탄 한장을 아쉬워하는 사람들.
과연 우리들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또 무엇을 해야하는지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시나요. 가여운 양들을 위해 기도하는 목자들도 많이 있지만 옛날 조상님들의 훈훈한 미풍양속을 버리고 새로운 것만 받아들이려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요.
지나친 과소비ㆍ불신풍조로 가득찬 사람들, 하강해가는 경제ㆍ정치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너무나 많은데 아직 주님의 따스한 은총이 미치지 않나봐요. 학교생활과 신앙생활이 묘한 부조화를 이루며 저희들을 괴롭혀요. 다른 사람을 무너뜨려야만 성공할 수 있는 이 사회, 정말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가려는 그 길엔 너무나 크나큰 시련과 고통이 많아요.
광야에서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인도하신 주님, 슬픔을 생각하기에 앞서서는 기쁨을 생각하며 미움을 생각하기에 앞서서는 용서를 생각하고 과거를 생각하기 앞서서는 아름다운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게 도와주셔요. 그리고 그 다음에 마주치는 이웃과 따스한 웃음을 나누어 가질 용기와 사랑을 주셔요.
오선경<라켈ㆍ대구 대봉본당>
■ 20代 노동자-노동자에 관심을
동료 노동자 아픔에 동참할터
돈을 벌어 잘 살아보겠다며 학교 졸업장을 마다한채 공장 생활을 한 것이 어느덧 12년이 넘었다. 엄마의 병치레 몇번으로 집안은 풍지박산이 됐고 바른 말 한다고 해고당하고, 가톨릭신자라 해고당하고, 마음속의 믿음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보증금 50만원에 6만원의 월셋방을 겨우 마련한 것에 기뻐하며 또다시 한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착찹하기만 하다. 위장폐업당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삶의 터전을 찾지못하고 자본가들의 부당해고에 아픈 가슴으로 추위를 참으며 이제나 저제나하고 복직을 기다리는 내 동료들은 그대로 실업자인채 새해를 맞아야하니…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예수님이 이땅에 오심이 믿겨지지 않는다. 지난 한해는 우리 가톨릭교회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백신부님의 폭행사건 임양ㆍ문신부님의 방북사건이 그것이다. 많은 신부님이 구속되시기도 했다. 이들 사건에 우리 교회와 신자는 혼연일체로 맞서 대응을 해오고 있다. 몇번의 규탄집회에 참석을 하면서 나는 교회와 신앙에 많은 의문점을 갖게 되었다. 대책없이 공장에서 쫓겨나고 위장폐업과 자본철수….
자본가와 권력의 온갖 탄압에 피투성이가 되어 공장문을 붙들고 절규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예수님의 삶과 복음을 갖고있는 나는, 아니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신부님께서 당하신 폭행과 노동자들이 당한 폭행은 예수님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까?
이땅에 참 해방을 주신 예수님은 교회 내의 신자만을 위해 오시진 않았을 것이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모든이들을 위해 오신것일게다.
지금 우리 인천이나 부천에도 고통당하는 많은 노동자와 집을 빼앗긴 사람들이 추위에 떨고있다. 그들을 위해 우리교회의 문은 더욱 넓게 열려야 할것이며 인천교구의 특성상 노동자들의 비중이 크므로 그들을 위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길 교회에 부탁드린다.
강복순<잔 다르크ㆍ인천산곡2동본당>.
■ 30代 직장인-교육기회 늘려야
일상속에서 신앙적인 삶 가꿀터
90년대 우리 교회에 거는 기대는 안팎으로 큰 것 같다. 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 교회가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제 90년대 우리 교회는 내적 심화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현재 본당을 살펴보면 30~40대 신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사실 직장에서 근무에 시달리면 정규적인 교회내 신심단체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청년기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던 사람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교회에서 점점 멀어질 뿐 아니라 신앙적 열의도 엷어진다.
그러나 교회에서 활동하는 것 만큼 직장에서 크리스찬적인 삶을 구현할 수 있다면 본당활동에 참가하지 못하더라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점에서 직장인들로 하여금 사회에서 신앙인의 삶을 증거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피정 혹은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토요일 오후 8시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직장인 피정 혹은 신앙강좌 등 집중적인 프로그램이 본당에 제시된다면 직장인들의 신앙에 활력이 될 것이다.
또한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 교회가 90년대 질적 성장이라는 과제 앞에서 나눔과 가난을 살 구체적인 방법들이 제시 되어야 할 것이다.
가톨릭교회의 중산층화에 대해 타종교인에게서 듣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생활 안에서 구체적으로 가난한 삶이 무엇인지 제시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90년대는 신앙과 삶이 잘 맞물려 가는 것이다. 건강한 일상 속에서 신앙에 맞는 삶을 꾸려내고 싶다. 기도나 적극적인 활동 보다는 직장의 내 자리에서 크리스찬적인 삶의 모양새를 갖추어가겠다.
박순우<미카엘ㆍ서울 미아3동본당>
■ 40代 주부-공해추방 앞장서야
「오염방지」생활화 하겠어요
하느님이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사람이 되어 가난한자 소외된자 가운데 오셨다.
교회도 가진자의 자리에서 과감히 내려와서 예수님이 죽기까지 사랑하신 인간에로 눈을 돌려 그분이 하신 그대로의 교회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풍요롭고 편리해 보인다. 그러나 숨쉬는 공기, 마시는 물, 농사짓는 땅이 제모습을 잃어가고 농민은 농약중독으로 고통을 당하며 농산물도 농약에 오염되고 있다. 또 우리가 먹는 농산물의 68%를 차지하는 수입농산물은 유통과정ㆍ보관 중에 더 심각하게 오염되어 벌레조차 먹지 않을 정도이나 이것을 존귀한 인간이 먹으면서 생명을 위협당하고 있다.
가족의 생명과 삶을 책임진 주부로서의 바람은 맑은 공기로 숨쉴 수 있고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고 죽임의 밥상이 아닌 생명의 밥상을 찾을 수 있는 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정신차리고 산다고 했지만 때로는 세상이 조종하는대로 반생명적인 삶을 살았던 것을 반성한다.
주부로서 신앙인으로서 앞으로의 생활은 비닐 조작 하나, 종이컵 한개를 조심하고 아끼며 밀림이 소멸됨으로써 인류의 숨통을 조이는 것에 마음을 쓰겠다. 또 합성제제를 이웃에게 죽어가는 형제를 생각하며 밥 한 톨도 소중히하며 살도록 하겠다.
김진숙<엘리사벳ㆍ서울 봉천1동본당>
■ 50代 농부-빈자와 함께 해야
노동의 존엄성 가르치겠습니다
80년대의 어지러운 정치 분위기는 농촌에도 파급되고 고도성장의 공업화 기운이 계속 이어져 농촌은 소외된 채 올해도 뚜렷한 대책이 없이 일손 부족의 이농 현상만이 가중된 한 해였다. 우선 내 자식부터 농촌을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을 막기는 해 힘으로도 어쩔수 없었으니 농사를 천하 제일의 생명선으로 알았던 사상을 이 사회는 송두리째 뽑아 버렸다. 땅의 소중함은 땀과 자연의 일치로 얻어져야 함에도, 놀고 버는 투기의 대상이 돼 버렸다. 일은 하려하지 않고 횡재만 하려는 심리를 정부가 부채질 했다고 본다. 공업화가 농사보다 더 큰 수익을 준다는 이유에서 농토를 없애고 인력을 빼앗아 갔으니 자연히 농민은 천덕꾸러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변화는 비록 사회뿐 아니라 교회에도 침범, 부와 결부하고 없는 자는 소외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각종 헌금 등을 게시판과 주보에 공개하는 태도는 가난한자의 자존심 마저 짓밟아 버리는 처사다. 거기에도 돈만 모으면 되는 것이다. 「과부의 동전 한 닢」은 교회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가치를 상실하고 결과를 중시하는 교회가 이 사회와 다를 바 없다. 물질만능, 과소비, 퇴폐, 타락에 소리쳐 외치기 보다 일의 존엄성을 일깨워주고 노동의 대가만이 하느님이 주신 선물임을 자각시켜 인력이 부족한 때에는 교회도 특히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대망의 90년대를 맞이하여 어린양의 아픔을 달래주는 교회가 되어주길 농민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김영식<도미노꼬ㆍ수원 매교동본당>
■ 60代 사업가-소외층 대변해야
기도ㆍ자기성찰로 신앙성숙될때
회고하건대 지난 80년대는 교회 안팎으로 매우 다사다난했던 시대였다고 생각된다.
국가적으로는 전 국민이 단합된 가운데 올림픽대회를 잘 치루어 내었고 또한 정치적으로는 암울했던 격동의 시대를 거치면서 각 분야의 민주화의 열기 속에서 그래도 한국교회는 교황님을 모신 가운데 84년 선교 2백주년 기념행사와 지난 10월의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등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내적으로 보다 성숙한 단계에서 90년대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의 꾸준한 발전과 성장속에서도 최근 신문지상을 통해서 지적되고 또 우리 자신들도 느낄수있듯이 교회가 중산층화 되어간다는 우려를 낳고있다. 이제 교회는 큰일보다도 사소하고 소홀히 여기기 쉬운 일들에 눈을 충실히 돌려야 할 시기이다.
이제 교회는 있는 자가 대접받는 곳이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자, 나약하고 병든자, 억울하게 짓눌린 자의 대변자로서 이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하고 하느님이 주신 아름다운 이 자연을 해치는 공해를 추방하는데 관심과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것에 교회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 90년대는 이러한 점에 우리교회가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신자들 자신은 신심을 다듬고 신앙을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신자들이 꾸준한 기도와 자기성찰로 위의 문제들을 신앙적인 측면에서 관심을 갖도록 이끌어야겠다. 우리 모두가 교회를 통해서 진정 마음의 풍요를 갖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진화<벨라도ㆍ부산중앙본당>
■ 70代 노인-노인에 더 큰 관심을
존경받는 노인상정립에 힘쓸터
90년대의 새해를 맞았다. 일시에 분출된 민주화의 욕구물결에 국론은 분열되고 극도의 사회불안과 경제를 투명을 초래 하였으니 이런 혼돈 속에서 맞는 새해이다. 조용히 한해를 반성하고 신년을 설계하는 심정에서 그래도 5천년 살아온 겨레의 생존력, 우수한 두뇌, 향상된 국민의식등을 발판으로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믿고 황혼인생의 넋두리를 소망이란 이름으로 적는다.
첫째, 노인은 여생을 편안히 살고자 한다. 노경은 안정된 주변환경 속에서 조용히 과거를 회상하면서 생을 정리하는 단계인데 국정이 혼미하니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회고컨데 망국의 질곡에서 국권을 회복코자 무수한 애국인사가 고귀한 피를 제물로 바쳤고 온국민의 뼈를 깎는 인내와 피어린 땀방울이 엉켜 쟁취한 안정의 찰나인데 또 다시 전철의 비운을 되풀이한단 말인가. 부디 지도층 인사들은 역사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역자임을 명심해 사회안정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둘째, 노인은 여생을 즐겁게 살고자 한다. 인생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비관과 절망 속에 살수도 있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살 수 있음을 본다. 후자를 택함에 하느님을 신봉할 것을 감히 권하고 싶다.
아울러 모든 천주교회에 노인대학 부설을 갈망한다. 노인대학에서 우리 노인들은 심신의 건강강좌, 가무, 취미생활 및 관광, 봉사활동 등 다양한 과정으로써 회열의 생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다 뜻있는 노인의 날 운영과 노인회관건립이 우리의 바람이다.
셋째, 여생을 보람있게 보내고 싶다. 주는 것보다 받는 일변도의 노인의 처지는 귀찮은 존재, 한심한 신세가 되기쉽다.
늘어나는 노인인구를 감안하여 정부당국은 보다 적극적인 성의를 기울여 주기 바라면서 노인자신은 존경받는 노인상 정립에 힘쓸 것을 다짐한다. 풍부하고 소중한 체험에서 얻어진 보물을 적절하게 나누어주는 것은 매우 값진 것이며 전통문화의 전수 또한 노인에게 기대되는 일이 아닌가.
서정주<아킬레오ㆍ서울 둔촌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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