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나를 안고 높은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리고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 가주는 그이를 바라보면서 꼭 예수님 같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해보았다.
나는 정이 듬뿍 들어버린 6년간의 데레사의 집 생활을 청산하고 이별을 하였다. 목에서 치밀어 오르는 눈물로 또 한번의 가슴 아픈 눈물을 흘렸다.
제일 가슴 아프고 떠나기가 서운했던 데레사의 집!
대문을 나설때에는 슬픈 마음이 솟구쳐 사랑하는 이가 위로해 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마리안나 언니 잘가』
『마리안나 언니 안녕』
트럭에 짐을 다 옮기고 떠나올 때 희미한 시선 저 편, 손을 흔드는 자매들의 목소리와 아버지와 어머니, 엘리사벳 어머니!
흘러내리는 눈물을 억제하면서 정신없이 가다보니 서울을 벗어나고 있었다.
『불안해 하지 말어. 또 올텐데 뭐 마음 편하게 가져』
그이는 줄곧 안정을 시켜주었다.
경상북도 상추!
아직은 신혼 첫 살림에 서먹하기도 하고 내려오던 날부터 짐정리에 바빴다.
시어머님은 몸 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짐정리를 도와 주셨고 나의 변기도 받아버리시는, 인자하신 어머니였다. 언제나 식사를 많이하라고 염려해 주시고 된장 고추장을 몸도 아프신데 힘들게 충북 옥천에서 갖다 주셨다.
부엌에 나가 제대로 밥도 못지어드리는 나는 가슴이 아팠다. 이젠 모든 걸 이해하시고 잘살기를 바라시는 시집식구들!
모두가 그렇게 좋은 분이셨다.
그리고 비록 사글세지만 주인집도 좋고 서문동성당 신부님들과 수녀님도 따뜻하셔서 세월이 흐르면 이곳도 서울 응암동처럼 포근하게 정이 들 것 같았다.
오늘도 나는 남편이 밀어주는 훨체어에 의지하여 성당을 다녀오면서 작은 행복을 느꼈다. 일하면서 시장을 보아다가 밥을 짓는 남편에게 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리고 그이가 일하는 곳에 훨체어를 타고 함께 나가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 이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고 멋지게 느껴졌다.
변함없는 남편을 위해, 멋지고 착한 그대를 위해 내일은 그래도 이 두손으로 시원한 오이냉국을 만들어야 겠다.
비록 다리는 불편하지만 이렇게 글이라도 쓸 수 있고, 남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두 손만이라도 부여해 주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릴 뿐이다. 주님이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이런 성대한 결혼을 할 수 있고 이렇게 좋은 남편을 만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아무 보장도 없는 나의 삶 속에 찾아와 무한한 행복을 주는 남편!
사랑이신 하느님께 감사 드린다. 끝으로 우리의 결혼을 위해 애쓰신 많은 교우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지금까지「영원히 머무오리」를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서울 성산동본당 이승란씨의 신앙수기「범사에 감사하며」가 연재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