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의 영, 그리스도의 영은 아직 하느님 아버지 및 아들과 구별되는 분으로 나타나지 않고 두분으로부터 나오는 힘으로 드러난다. 하느님과 그리스도가 세상 안에서 현존하고 활동하는 방식내지는 속성으로 나타난다. 영이 자신의 위격적 면모를 드러내는 분으로 정체를 계시하기 위해서는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세상 안으로 파견되어야 했다. 그리고 영의 파견을 위하여 그리스도는 죽음과 부활을 통해 영광스럽게 되어야 했다. 영은 하느님에 의해 현양되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파견됨으로써 아버지와 아들과 구별되는 하느님으로 마침내 나타난다.
영의 파견
『그 명절의 고비가 되는 마지막 날에 예수께서는 일어서서 외치셨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로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이것은 예수께서 당신을 믿는 사람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다. 그때는 예수께서 영광을 받지 않으셨기 때문에 성령이 아직 사람들에게 와 계시지 않았던 것이다』(요한7, 37~40). 이 구절에서 성령은 예수가 주는 생명수이고 신앙인 안에 스며들어 그를 내면적으로 적시는 샘물로 묘사되었다.
성령은 성서에서 가끔 물과 결부되고 물로써 표상된다. 영이 혼돈의 물 위를 감돌고(창세1, 2)사람들에게「부어지며」(요엘2, 28) 따라서『우리는 같은 성령을 받아 마셨다』(1고린12, 13)영은 물처럼 생명의 원천이고 모든 것 안에 스며들어가 더러움을 씻어주고 새롭게 태어나게 해준다. 이러한 생명수는 십자가 위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군인 하나가 창으로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거기에서 피와 물이 흘러 나왔다』(요한19, 34). 성령은 하느님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상에 보내시는 생명수이다. 그래서 부활하신 날 저녁에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숨을 내쉬며『성령을 받아라』하고 말씀하였고 또 영의 선사와 더불어 용서의 권한을 부여하였다(요한20, 22). 영의 선사는 예수의 십자가상 희생으로써 가능하였고 그분은 부활도 인하야 영을 부어주는 분이 되였다.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성령은 부활하신 분의 선물이고 동시에 하느님이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다. 예수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는 기회에 하느님의 가장 소중한 선물을 물에 비유하였고 또 그 생명수를 줄 수 있는자가 바로 자신임을 단언하였다(요한4,1~5). 영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간구하는 자들에게 아버지가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다. 『너희가 악하면서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구하는 사람에게 더좋은 것 곧 성령을 주시지 않겠는냐?』(루가11,13). 하느님이 주시고자 하는 이 선물은 그분 자신에게 부차적인 어떤 실재가 아니라 그분 자신이다.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하신 나머지 아들을 파견하셨고(요한 3,16)또 아들과 함께 당신의 모든 것을 주신것(로마8,32)처럼 이제 영을 선사함으로써 당신 자신을 양도하신다. 영은 파견은 하느님의 자기양도이다. 영은『아버지로부터 나오기』(요한15,26) 때문이다.
그런데 영은 또한 그리스도의 영으로서 그분이 아버지께 청하여 그분의 이름으로 아버지가 보내시는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면 다른 협조자를 보내 주신다』(요한14,15ㆍ26: 15,26) 영은 예수의 간청과 이름으로 하느님이 보내시는 아버지와 아들의 공통선물이다. 영은 아버지에게서 나오듯이 또한 아들로부터도 나온다. 그래서 영은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의 옆구리로부터 나오는 생명수인 것이다. 영은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이며 동시에 그리스도가 자기 목숨을 바친 결과로 부어줄 수 있는 생명수이다. 왜냐하면 영은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나오는 하느님의 생명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고 서로에게 자신들을 주고 받으며 한 신적생명을 나눔으로써 두분에게서 나오지만 영은 그 두분과 구별된다.
「협조자」: 요한 복음서에세 성령은 다섯번(요한14, 16ㆍ20:15, 26:16, 7ㆍ13)이나「빠라끌레토스」로 소개된다. 성령은 그리스도가 이 세상을 떠난 후 그분의 부재 중에 대리하는 분이다. 우리를 변호해주고 우리를 위해 간구해주는 협조자 성령은『자기 생각대로 말씀하시지 않고 들은대로 일러주실 것이다』(요한16,13). 사람들은 진리에로 인도할 뿐아니라 예수 안에서 단한번 영원토록 실현된 계시 진리를 이해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예수의 선포말씀을 되새기게 해주는 진리의 성령이다. 이 영은 예수처럼 행위의 주체로서 제자들과 머물고 말하며 인도하고 증언한다. 예수처럼 파견된 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성령은 예와 근본적으로 동등한 관계에 있다. 그분처럼 아버지의 깊은 생각과 계획을 안다. 아버지가 아들을 아시는 것처럼 하느님은『성령이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을 아신다(요한10,15). 성령은 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변호자ㆍ협조자이다. 영은 아들에 의하여 파견되었고『아들의 영』(요한15,16:갈라4, 6)으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아들에 종속된 분은 아니다. 예수는 영에 의해 잉태되었고 메시아로 도유되었기 때문이다. 성령과 아들은 서로를 파견하교 서로에 의해 파견되었다.
성령은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나와서 아들의 파견(강생-빠스카)에 이어 아들처럼 파견되었다(강림). 파견하는자와 파견되는 자가 구별되는 주체인 것처럼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파견된 성령은 아버지와 아들과 동일한 분이 아니다. 성령은 단 한번에 영원히 성취된 그리스도 사건을 시ㆍ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실현한다. 성령은 고유한 은사들을 통하여 교회를 건설하고 성장시키며 신도들로 하여금 자기의 현존을 체험하게 해준다. 은사들로써 자기 현존과 활동을 나타내는 성령은 우리 안에 머물러 하느님을『아빠 아버지』라 부르게 하며(로마8, 15)연약한 우리를 지탱해준다. 알고, 살피며, 간구하고 증언하는 성령은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계승 발전시키는 하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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