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절반이상이 자신의 청소년기를 학교생활로 보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교육을 통해서 사회를 배우고 이상을 키우며 자신의 앞날을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학교 교육이 청소년들의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그들의 잠재력을 일깨워 앞날을 이끌어 갈수있는 힘을 충전시킬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는가?
흔히 말하는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은 완전히 무시된채 대학이란 정상을 향해서만 달리고 또 달리는 학교교육.
거의 대부분 학생들이 고교입학과 동시에 공부이외의 모든 일과는 담을 쌓고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대학문을 뚫기위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해야 한다.
그 대학문은 모두에게 개방되고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듯 하지만 실제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25%만 선택될 수 있다. 학생들은 이 4분의 1의 선택된 그룹에 속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오로지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몰두한다.
당연히 학교당국도 소위「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그들 위주로 모든 것을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밀려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쏟고 경쟁에서 처진 학생들은 학업에 충실치 못했다는 냉혹한 판단을 받고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
국민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등 12년을 성실히 공부한 많은 학생들이 단순히 대학 입시에서 뒤처졌다고 해서 갑자기 갈 곳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삶의 좌표를 잃어 버린다면 과연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강동의 J 여고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공부의 노예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현행 교육제도 하에서는 청소년들의 무궁한 잠재력을 계발할 수 없다면서『많은 아이들이 단 한가지의 방법으로 키워지고, 사회는 그중에서 선택된 몇명만 취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 획일된 틀 속에서 우리들의 무한한 가능성은 빛을 낼 수 없으며 적응력이 강하거나 요행히 주입식 교육에 적성이 맞는 아이들은 선택되어지고 사회의 지식층·부유층으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또 전혀 이 조직체에 적응하지 못한 몇몇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1년을 가도 실험·실습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시장에서 일류대학에 팔려가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만 있어요』
『학년이 올라 갈수록 학우들간의 우애도 없어지고 이기적이 돼 진정한 친구를 찾기가 힘들어요』
학생들의 대부분은 학문을 하고 싶은 사람들만 대학을 가서 공부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기술교육등을 실시해 각자 개성에 맞는 일을 선택,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선비주의사상은 기술교육을 천시하고 사무직을 선호하는 풍토를 낳았으며, 또 공업국을 지향하면서도 기능인·기술인을「공돌이」「공순이」로 비하시키면서 고학력주의 사회로 치달아왔다.
실제 중산층 가정의 학부모 중 85%이상이 자녀들의 대졸을 원하고 있다. 부모들은 70점짜리 자녀에게도 1백점짜리 자녀에게도 모두 1백점을 바라고 있다.
그 기대치에 못 미칠 때 부모들의 간섭이 심해지고 사춘기의 소년·소녀들은 반항적이 될 수 있다.
대학 입학권내에 들지 못하는 다수의 학생들은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자신을 내던져 비행 청소년이 되고 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현행제도를 비판하지만 사회도, 학교도, 부모도 성적위주·입시위주의 현행들을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을 입시라는 과중한 부담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이지만 쉽게 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것 또한 현실이다.
학생들은『문제점을 문제화시키는데만 급급하지 말고 학생들의 인간성 함양 및 현행제도개선에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만족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며 건전하게 살아가고 있다.
학생들은『자신들의 소리는 높지만 그것을 수용해 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꿈과 이상을 키우며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총학생회를 부활한 학교들이 늘고있으며 학생회를 중심으로 축제, 문화제 등을 열어 나눔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물론 입시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학생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은 여전하지만 축제등을 통해 드러나는 학생들의 소질과 소양은 다양하기만 하다.
특히 전교조를 중심으로 펼쳐진 참교육운동은 현 교육계의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진행과정에서 다소 무리가 있고 마찰이 일기는 했지만 교사 스스로 교육의 문제점을 인식, 한 걸음씩 해결해 나간다면 실천이 요원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 한정희(로사) 선생은『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스승으로서의 위치를 찾는 것을 더이상 미룰수는 없다』고 참교육 실천에의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고 자신들의 모임을 만들고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권장할 수만은 없는 현실에 부딪힌다. 그것은 그러한 것들이 결국에는 가장 큰 목표인 대학입시에 방해가되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최근 몇년간 처럼 교육제도가 바뀐다면 교사와 학생들이 설자리는 점점 없어질 것이다. 교육망국병이라고 불리는 대학입시제도. 이것으로 인해 우리의 청소년들이 더이상 병들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교육계는 교육계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자신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다면 미래의 청소년들에게 학교는 진정 더 나은 배움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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