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씨는 자기자신을 완벽주의자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매사를 완벽하게 처리하려다보니 도시되는 일이 별로 없다. 자신이 완벽을 추구하니까 자기 휘하의 직장동료나 사원들도 모두 자기만큼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그는 가끔 심한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래서 가끔 두통약이나 수면제를 자기처방해서 사다 먹기도 한다. 그가 믿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지만 때로는 자신에 대해서도 믿음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 완전(完全)한 사람이 있겠는가? P씨는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의 행동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기때문에 그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자연 심한 고통을 받으며 살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상당히 병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흔히 정신병으로 생각하지 않기 쉬우나 완벽주의가 지나치면 그것도 일종의 정신질환에 속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완전을 추구하려는 장인 (匠人)정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개인의 완전을 구하는 노력이 그사람 자신을 물론 주위사람마저 몹시 피곤하게 만들 때「강박장애」라는 진단이 붙는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경우를 생각할 때 어떤 이는 마친 그 편지가 인쇄되어 출판이라도 될 듯 문정의 문법이나 표현 등에 자세한 신경을 쓰는가 하면 어떤이는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마치 대화하듯 가볍게 글로 옮겨 다시 읽어보지도 않고 보내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주위사람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는다.
사회생활에서 완전을 기하려는 조심성은 일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물론 한가지 이상의 일을 처리해야 할 상황에서는 사람이 무기력하게 되고만다. 또 그때 그때 닥치는 사건을 임기응변으로 처리하는 여유가 없으니까 완전벽의 소유자가 그 능력을 십분발휘하려면 주위의 사람들도 계속 이 사람의 일 스타일에 적응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그 사람 자신도 상당한 지적능력이 있는데도 완전벽 때문에 거의 마비상태에 빠지는 수도 종종 있다.
예컨데 친구한테 편지 한장 쓰는데도 그것을 아주 인상적인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욕구가 강하면 결국 친구에게 편지쓰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듯이 이런류의 사람은 어떤 결정이든 질질 끌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지쳐 자빠지기 쉽다. 따라서 그들은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관리나 사업상의 용단이 순간 순간 요구되는 기업가로는 아주 부적격한 사람이다.
전술한 바와 같은 습성은 그가 늘 완전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충동이 강한데다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은 야심(野心)이 있어 매사를 마치 생사(生死)를 가리는 시험으로 생각하는데서 생긴다. 자신의 완전벽이 구현(俱現)되려면 굉장한 노력에너지 및 공격성이 동원되어야 하고 악착같은 끈기를 지속시켜야 되니까 그런상태에 항상 머물러 있다는것이 쉽지않다. 완전벽때문에 마음껏 일에 착수하지 못하는 이들은 항상 열등감과 자기연민에 싸여 있기 쉽다. 『내가 또 왜 이러나?』『일을 빨리 끝내야 하는데…』하고 스스로 탄식한다. 또 이런 자기갈등 때문에 항상 긴장돼 있어 자주 불면증이나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린다.
안면이나 두부에 산재해있는 근육들의 수축으로 소위「긴장성 두통」을 자주 않게된다. 그래서 그런 상태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완전벽의 소유자는 친구를 관용하는 너그러움으로 자신의 실수를 허용해야한다. 또한 다른 사람을 사랑하듯이 자신도 사랑하며 일의 결과가 어떤 평가를 받느냐하는 것 보다는 최선을 다한다는 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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