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농민은 살기가 더욱 어려워져 가고있다.
수입자율화 물결에 따라 수입 공산품과 농산물이 하나 둘씩 우리생활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하자 도시서민을 비롯 온국민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특히「농산물수입 전면개방」이라는 무서운 철퇴를 맞은 농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한숨이 날로 커져 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농촌의 점점「고령화」돼가는 상황에서 농민들도 이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절실히 느끼고 나름대로의 결속을 통해 그들 앞에 직면해 있는 농촌문제를 공동 대처해 나가면서 함께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 신평면 쌍호리 쌍호공소 신자들은 교회를 중심으로한 생활공동체운동을 추진,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운동이 각 가정에서부터 마을전체 주민 등에 확산되도록 농가부채·추곡수매문제 등 농촌문제를 함께 논의해 나가고 있다.
이곳 쌍호공소는 1백여년전 박해를 피해 온 신앙선조들이 옹기를 구워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마을을 형성, 「점마을」이라 불리우는데 신앙적으로 오래된 역사와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쌍호지역 주민들이 다른 농민들보다 한 형제처럼 더욱 결속될 수 있는 것은 마을주민 대부분이 가톨릭신자라는 것과 쌍호공소신자 중 노동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가톨릭농민회 회원으로서 어떤 일이든지 공동논의를 통해 해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쌍호공소신자들은 농민회일과 공소일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사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 농민운동의 활성화가 곧 공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있다.
보편적으로 모든 농촌이 그렇듯이 이곳 쌍호마을에서도 젊은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쌍호마을은 공소신자들을 중심으로 모내기 철에는 주민 모두가 단결해 공동모내기를 실시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있어서 공동모내기는 삶의 터전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농민들 스스로 혼자만이 아닌 다같이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쌍호공소 신자들은 지난 78년부터 농사지을 능력이 없는 농가의 땅을 빌어 공동작업을 통해 농사를 지어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가톨릭농민회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힘으로 농민회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쌍호마을은 공동구입, 도·농직거래 운동을 통한 공동체정신을 함양코자 했으나 자본금부족과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인해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중간상인에 의한 가격폭등과 농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고추종자를 공동구입, 각 농가의 부담을 최소화시키기도 했다.
또 도·농직거래 경우 도시소비자들은 소량의 필요량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통해 한해를 사는 쌍호농민들에게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무공해농산물생산이 어려운 요인은 인력부족과 소비자들의 불신 사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쌍호공소 회장 우영식(가브리엘)씨는『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할 경우 일손부족으로 일일이 잡초를 제거하기 힘들고 소비자들도 믿지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작년에 무공해배추를 생산, 직거래코자 계약했는데 배추값 하락으로 거래가 취소되는 바람에 재배농가가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쌍호주민들은 개인의 고통을 마을전체 공통으로 인식, 전주민이 함께 판매에 나서 갈이 살아간다는 공동체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현재 쌍호마을 주민들은 정부시책에 따라 일반 벼를 대량 생산했으나 올해 일반 벼 수매현황이 30%에도 못미처농가부채는 물론 외상 농약값·자녀교육비 등 생활비도 마련하지 못해 모두들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래서 쌍호마을 주민들은 가톨릭농민회를 중심으로 농가부채를 현물로 상환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1백년이 넘는 오래된 신앙의 터전에서 살아가는 쌍호공소 신자들은 서로 믿는 가운데 올바른 공도체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을 깨닫고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진실된 행동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 굳게믿으며 땅을 속이지 않는 솔직하고 참된 농민이 되고자 오늘도 열심히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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