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6개월전 저희 남편은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영원한 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어린 두 형제, 국민학교 4학년인 이냐시오 2학년인 루까 또 세상물정에 어두운 저를 남겨두고….
남편과 저는 눈과 눈으로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순간 십자가의 길 기도중에서 4처의 기도문인 괴로운 십자가의 길에서 아드님과 어머님이 만나시는 순간과 너무도 흡사한 고통의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는 암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주님께서 마련해 놓으신 천상낙원에서 영원한 안식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드립니다.
남편과 저와의 만남은 저의 친정아버지께서 대세를 받으시고 돌아가셔서 제가 성당교리반에서 교리를 배우고 가톨릭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을 무렵 우연찮은 기회로 직장언니께서 남편의 집안이 신자이고 남편 역시 유아영세자라는 몇 마디의 말만으로 귀가 솔깃해지면서 이루어졌습니다. 며칠후 언니의 주선으로 선이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전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지만 부모님은 남편이 5남매 중 장남이고 물질도 어느정도 있어야 한다면서 많은 반대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남편집안이 모두 신자이고 남편 역시 유아영세자라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결혼조건이었으니까요. 친정식구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저희는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교리도 덜 배운채 영세를 받았으니 가톨릭에 대해서는 완전 백지상태였습니다.
결혼식 날보다 영세식 날이 늦어 관면혼배를 하게 되자 남편은 본당 신부님을 찾아뵙고『저의 집안이 구교신자이고 저역시 유아영세자이니 저를 믿고 특별영세를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남편말을 믿으시고 저에게 특별영세를 주셔서 저희는 하느님 대전에서 혼배성사를 받았습니다. 다음해인 7월 31일에 저의 큰아이가 태어나서 1달만에 유아영세를 시키고 세례명으로 마침 그날이 이냐시오 성인 축일이어서 이냐시오로 지어주었습니다.
이때만해도 주일이 되면 미사봉헌을 자의반 타의 반으로했고 영세한지 얼마되지 않았기때문에 레지오단원 성가대원 구역반장님들의 활동은 제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나는 언제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며 항상 부러움 속에서 성당을 다녔습니다. 그러기를 1년반…. 저희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한 지역은 성당은 없고 상가 2층을 얻어 공소에서 주일미사를 드리는 실정이었습니다. 신자 수는 많고 비좁고, 여러가지 가기 싫은 이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주일미사를 1번 거를 때는 그래도 양심에 가책을 느꼈는데 두세번을 거르다보니 만성이 되어버렸습니다. 주말이 되면 성당은 남의 집일이 되어버렸고 어디로 놀러갈까? 누구하고 갈까? 가서 무엇을 먹을까? 이런 생각이 우선이었습니다. 오히려 주일을 착실히 지키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였을 정도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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