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오로의 서간에 따르면 사도교회 안에 이미 여러 가지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교회 안에 다음과 같은 직책을 두셨습니다. 첫째는 사도요, 둘째는 예언자요, 셋째는 가르치는 사람이요…”
오늘 대목에서는 예수를 믿고 한 공동체를 이루는 신자들의 계층을 셋으로 나눈다. 예언자, 의인, 작은 사람들. 예언자라는 직책에 대하여는 신약성서에 여러 번 언급되고 있는데(사도 11,27:13,1:코린 전 12,28:14,29:에페 3,5:4,11)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구약시대의 예언자들처럼 민족의 지도적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고 초생교회의 공동체를 지도하는 계층에는 속해 있지 않고 자유로이 돌아다니면서 성령의 영감을 받고 말씀을 전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니까 그들은 말씀을 받아 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꽤 중요한 것인 듯 사도 바오로는 그들을 사도들과 함께 교회의 기초를 이루는 계층으로 소개하고 있다(에페 2,20).
두 번째로 언급하는 의인들은 공동체 안에서 생활의 모범을 보이며 믿음이 견실하고 이웃사랑의 열렬한 실천자들을 말한다. 그들 역시 교회 공동체의 공식 직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예언자나 의인들은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전하는 그리스도의 일꾼들이다.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예언자는 예언자로 받아들이고 의인들은 의인으로 받아들이는 정직성이 있어야 한다. 예언자가 아니고 의인이 아니더라도 그들을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것 자체로써 예언자의 보상과 의인의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이다.
세 번째로 언급된 계층은 작은 사람들이다. 이들이야 말로 공동체에서 아무것도 말은 일이 없는 단순한 신자들이다. 공동번역에서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예수당시에는 그저 말씀을 들으려고 예수를 따라다니던 평범한 사람들을 가리켰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니 그들에게 시원한 물 한잔이라도 주는 마음씨는 역시 예수의 제자가 된 마음이다.
그들은 예수의 제자가 받을 보상을 받을 것이다.
예언자를 예언자로 받아들이고, 의인을 의인으로 대우하고 작은 자들을 예수의 제자로 대접하는 것 이것은 예수께서 장차 자라날 교회공동체의 내부생활의 지침을 시달한 교훈이었다. 이 정신을 받아 사도 바오로는 서간에서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사람들이다”라고 거듭 외쳤던 것이다.
예수생시에는 사람들이 예수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보고 그를 하느님이 보낸 구세주로 믿을 것을 요구했지만 예수 후 시대에는 예수께서 보낸 사람,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예수의 이름으로 받아들이기를 요구하신다. 이것이 교회 안에서서의 신앙생활의 지침이 된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너희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며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사람이다”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이것은 ‘파견된 자는 파견한 자를 대신한다’는 사신법(使信法)에 따라 앞으로의 교회의 사명은 예수가 받았던 사명이며 그 사명은 직접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이라는 자신감에 넘치게 되었다.
한 공동체에서 자칫 지도층만을 중시하게 되는 경향을 감안하면 예수께서 공동체를 이루는 미미한 자들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씀하신 것은 사회생활의 일대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 공동체에서는 예수를 믿는 작은 사람들이 소중하다. 그들이야 말로 순진, 소박, 겸손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나를 받아들이려면 이와 같은 작은 어린이를 받아들이라’ 이것이 예수를 영접하는 척도이다.
이와 반대로 이순진한 사람들을 넘어뜨려 죄에 빠지게 하는 것은 곧 예수를 반대하는 일이다.
‘나를 믿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걸려 넘어지게 그 앞에 걸림돌을 던지는 자’는 용서 못할 벌을 받아야 한다.
‘걸림돌’은 원문 스칸달론의 번역이다. 우리말에서는 속칭 스캔달이란 말로 일반을 놀라게 하고 분노케 하는 비윤리적 행위라는 뜻으로 쓰고 있고 요사이에는 장애물이란 뜻으로 걸림돌이란 말을 쓰고 있다.
본래의 성서적 의미는 남을 넘어지게 하거나 떨어뜨려 멸망케 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하는 덫, 함정,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덩이를 뜻하는 광범위한 뜻을 가진 말이다.
성서에서는 이 말이 정신적으로 퇴폐케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을 말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죄짓게 하는 요인을 말한다. 이제 겨우 믿음을 얻은 신자들(에페 1,19:테살 후 1,10:사도 19,18)에게는 죄의 유혹이 세상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
세상은 죄의 유혹 투성이다. 죄의 유혹이 없을 수는 없지만 걸려 넘어지는 사람보다는 이들을 죄짓게 하는 자가 더 악질이다.
이런 자들은 중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들의 목에 연자맷돌을 매달아 깊은 바다에 빠뜨리게 하는 벌은 오히려 가벼운 벌이다.
연자맷돌에 관하여는 “연자맷돌을 목에 달고는 율법을 연구할 수 없다”라는 유대아의 속담이 있고, 요한 묵시록에는 한 힘센 천사가 큰 맷돌같은 바윗돌을 들어서 바다에 던지며 “큰 도성 바빌론이 이렇게 던져질 것이니 다시는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18,21)라고 하며 악한 도시를 저주하는 대목이 있다.
“사람을 죄짓게 하는 세상에 앙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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